꿈꾸는 데는 장애가 없습니다
한민우 기부자
‘엄.친.아’. 한민우 군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공부 잘 하고, 그림 잘 그리고, 키 크고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2년 전에는 열여섯 살의 나이로 단편소설 「꿈」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민우 군은 「꿈」의 인세를 푸르메재단의 재활치료사업에 기부했습니다.
“책을 쓰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했어요. 그런 만큼 책의 인세가 의미 있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부를 결심했어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민우 군은 기부기관을 푸르메재단으로 정했습니다. 어린이재활의 필요성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시련
“중학교 2학년 때 체육시간 중 앞구르기를 하다가 목을 다쳤는데, 심각해 보이지 않았어요. 병원에서도 별 다른 이야기가 없었고, 움직이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1년 후 갑자기 마비 증세가 나타난 거예요.” 병원에 가보니 척수가 상당히 눌려있는 상태고, 조금 더 방치했다면 큰일이 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민우 군과 가족들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응급으로 2017년 1월에 경추고정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수술 직전, 민우 군이 아나필라시스 쇼크(Anaphylaxis shock,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갑작스럽게 중대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로 의식을 잃어 수술을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가족들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민우 군이 의식을 되찾아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9시간이 넘는 대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명문학교인 민족사관학교에 합격해 입학만 손꼽아 기다렸던 민우 군에게는 뼈아픈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 2월 입소해서 3월 입학하는 일정이었어요. 수술과 치료를 잘 받으면 계획대로 입학을 하겠구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 재활을 위해 민우 군은 휴학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계획은 어그러졌고 갑작스레 주어진 휴식 아닌 휴식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대신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나만의 책을 집필하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평소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민우 군은 어릴 적부터 재능을 보였습니다. 초등학생 때 동생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썼고, 영어 단편소설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민우 군은 이번 기회에 평소 하고 싶었던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펜을 들었습니다. 책은 몇 개월 만에 「꿈」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됐습니다.
「꿈」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한그리(hungry)’는 앞만 보고 달려온 주인공 한그리가 친형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나’라는 사람을 찾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동생에게서 영감을 받은 두 번째 ‘야구가 꿈이다’는 야구선수를 꿈꾸는 소년 한현종(한노을)이 가족의 반대와 타고난 재능의 부족 등으로 결국 야구 명문고에 가지 못하고 야구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희망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퇴원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삶을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꿈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민우 군은 책을 통해 또래 친구와 어린 동생들에게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기 보다는 아픈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주가 폭넓어져요. 또, 많은 친구들이 세상이, 주변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바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꿈을 바로 보고, 꿈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세상을 배우는 사람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민우 군은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갔습니다. 입학이 조금 늦어졌지만 꿈은 한 뼘만큼 성장해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원래 제 꿈은 의대에 진학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아프고 난 후에는 꿈이 바뀌었어요. 아니, 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저의 진짜 꿈을 찾게 됐어요. 딱 한 가지의 동사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관심사가 너무 많아서 산만하다’는 평가를 했지만 민우 군은 재주가 많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학교 축제 때 반티를 디자인해서 학교 친구들과 함께 입었습니다. 전공 분야도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 현재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까지 라틴어와 스페인어를 같이 공부했고, 휴학 중에는 스웨덴어를 독학하기도 했습니다. “배워도, 배워도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언어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잖아요. 제가 꿈꾸는 바와 같아 보여요.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배워보려고 합니다.(웃음)”
민우 군은 여전히 척추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건강에 신경 써야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일상 속 작은 행위 하나도 조심해야 하지만 계속 배우고자 하는 민우 군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워 나갈 것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민우 군은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하면서 병원에서 함께 치료 받았던 자기 자신과 어린 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들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꿈은 병원이라는 건물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세상이 원하는 꿈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꾸라고 말이에요.”
*글= 이지연 홍보담당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기획팀)
*사진= 이강성 모금담당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