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를 선물합니다
이민종 푸르메미소원정대 자원봉사자
“이가 깨끗해지고 있어요. 이제 곧 끝나요~”
장애인들의 입 안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치석을 제거하는 동작이 재빠르고 정확합니다. 두 다리를 구부린 채 환자의 귀에 바짝 대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으며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말해줍니다.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푸르메미소원정대 자원봉사자로 함께하는 이민종 님의 손길에는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 있습니다.
삶의 일부가 된 봉사
치과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는 이민종 님은 바쁜 업무 속 휴일을 반납하고 미소원정대원으로서 ‘출동’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일손이 부족할 때면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나서주기도 합니다. 워낙 오랫동안 참여해준 덕분에 간혹 푸르메재단 직원으로 오해받을 정도랍니다.
이민종 님이 미소원정대원으로 처음 합류한 건 2012년. 이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한 치과봉사를 해왔습니다. 충남 아산의 개인병원 치과위생사로 근무하며 매달 한 번씩 이주노동자를 위한 치과치료 봉사, 서울 영등포역 무료진료소인 요셉의원에서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치료봉사와 해외 의료봉사까지. 치과 원장을 따라 힘을 보탠 봉사활동이 어느새 자신의 길이 되었습니다. 국내 봉사활동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미소원정대도 그 연장선으로 시작한 셈입니다.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을 찾아가는 특성상 이동식 진료 장비로 치료해야 합니다. 비좁은 공간에 펴놓은 4개의 체어 중 이민종 님은 거동이 불편하고 구강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이 주로 오는 ‘1번 체어’를 담당합니다. 치석 상태에 따라 장비의 세기를 조절해 장애인의 잇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 씁니다. “초기에는 오후 늦게까지 환자를 봤어요. 대여섯 명이 달라붙어도 거세게 뿌리치는 분들이 많아서 애를 먹었어요. 치료하다가 손을 물리기도 했었죠(웃음).”
한 번 갔던 장애인 시설은 매년 다시 꼭 방문해 검진하고 치료합니다. “몇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차이가 커요. 비장애인보다 치석이 조금 더 생기는 정도에요. 그동안 관리를 잘해서 치석이 거의 없어진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람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유랍니다. “저를 알아봐주고 반가워할 때도 기쁘지만, 제가 그 분들의 건강한 치아 상태를 알아볼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참여할수록 커져가는 행복
봉사활동이 주는 즐거움을 혼자만 알기 아깝다며 더 많은 치과위생사들에게 알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대학에서 치과 방사선학과 임상과목을 강의하면서부터는 현업 종사자인 수강생들에게 틀 날 때마다 “미소원정대에 함께 가자”고 권유합니다. 이민종 님의 소개로 여러 치과위생사들이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미소원정대를 통해 장애 인권 감수성을 키웠다는 이민종 님은 치과 종사자들을 위한 장애인식개선 교육도 펼치고 있습니다. “주변에 장애인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못하다가 장애인들을 실제로 만나니 서로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의 경험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평소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장애인의 현실을 잘 알기에 미소원정대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장애인은 일반 치과에서 받아주지 않을뿐더러 장애인 전문치과도 대기가 긴 편이에요.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찾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이민종 님이 품고 있는 사명감입니다.
내일을 살아갈 힘, 치과치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고 있습니다. “봉사하면 힘들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해야 하는 회사 일보다 두 배 이상의 힘을 쏟는데도 피곤하지 않아요.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분이랄까요?” 치료를 받은 장애인의 환한 미소에 덩달아 행복해진다는 이민종 님은 벌써 다음 번 미소원정대 일정을 기다립니다. “새로운 봉사자가 오더라도 장애인의 구강 관리가 잘 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글, 사진= 정담빈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