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꿔야 세상이 바뀝니다
기부자 인터뷰 : 김주성 님
“언젠가 제 연봉의 5%를 기부하는 날을 꿈꿉니다.”
올해로 7년차, 대기업 직장인 김주성 님에게는 입사하면서 자신과 한 약속이 있습니다. 승진할 때마다 연봉의 1%씩을 늘려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것입니다.
승진의 기쁨과 함께 늘어가는 기부금
누구나 약속을 지켜나가기란 꽤나 어렵습니다. 내 삶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주성 님은 혹여 약속을 잊을세라 SNS에 단계별 기부 계획을 올려놓았습니다. 사원(1%), 대리(2%), 과장(3%), 차장(4%), 부장(5% 이상)이 될 때 어떤 비율로 기부할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나름의 기부 철칙을 정하게 된 계기는 5년 전 우연히 미국과 한국의 기부에 대한 차이를 다룬 신문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미국의 부유층은 재산의 5%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기부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입이 느는 비율에 기부금이 한참 못 미친다는 내용이었어요. 결국 기부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죠.”
비영리단체 세 곳에 기부를 하던 사원을 거쳐 대리가 되어 1%를 올려야 할 즈음 잠시 흔들렸습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하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제가 안 바뀌면 세상도 안 바뀌겠죠. 지금 안 하면 5%에는 평생 도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부를 포기하는 대신 누릴 수 있는 일들이 떠올랐지만 자신의 기부로 인해 이전보다 변화된 삶을 맞게 될 어린이들을 상상하며 이내 초심을 다잡았습니다. 연봉의 2%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쪼개 기존 기부처에는 증액하고 새로운 기부처인 푸르메재단을 찾아 정기기부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또 나누는 행복
가수 션을 통해 푸르메재단이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할 거라는 신뢰가 쌓였습니다. “션의 말과 행동을 보면 절대 거짓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션이 추천하는 곳은 믿음이 가요.” 지난해 9월, 션과 함께 마포구 상암동을 달리고 참가비를 장애어린이를 위해 기부하는 ‘마이런 서울’ 마라톤에도 참여했습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들 도훈이가 태어났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장애인 가족에게로 관심이 커졌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한국은 외국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과 양육 환경이 열악하니까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가정에게 장애자녀를 키우는 일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내 조정민 님도 아이를 출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르메재단에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부부가 한 마음으로 장애인 가족을 응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잘 안 쓰셨던 아버지가 기부하는 모습을 본 뒤로 ‘나누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군대 이등병 시절 월급이 10만 원으로 오르자 매점을 가는 대신 우연히 구호단체 책자를 보고 매월 2만 원을 기부하기 시작해 어느덧 10년차가 되었습니다.
김주성 님에게 나눔은 “10개 중에서 1개를 주는 것”입니다. “10개를 가진 사람이 1개를 주는 건 쉬워도 2개를 가진 사람이 1개를 주는 건 힘들어요. 폐지 줍는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부하는 뉴스를 보면 나는 멀었구나 싶어요. 열 개에서 하나를 줄지 말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지수도 높아져갑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자존감을 높여요. 부족한 것 없이 지내 왔으니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과 육아로 바쁜 틈틈이 달리기·바이크·자전거·스킨스쿠버 등 ‘취미부자’인 김주성 님에게 또 다른 삶의 활력소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작은 실천
김주성 님은 기부에 대한 안 좋은 뉴스를 접하거나 주변 동료들과 친구들이 기부단체를 불신하는 모습을 볼 때 속상합니다. “뉴스 하나로 고정관념을 갖고 근거 없는 의심을 하죠. 아무리 믿을 수 없더라도 기부를 중단할 순 없어요. 절반만 아이들에게 간다면 그 절반을 위해서라도 계속 해야죠. 지원의 손길이 끊긴다면 고통을 받는 건 결국 어린이들이니까요. 서로를 믿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아들이 나눔을 습관처럼 여기게 되길 바란다는 김주성 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아이를 위해 매 순간 작은 실천을 해나갑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무상으로 빌린 지구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짜라고 막 써버리면 대체제가 없잖아요. 최대한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서 후대에 더 좋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요. 인터뷰를 마치고 어둑해진 밤길,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와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집으로 향하는 김주성 님의 얼굴이 올곧은 신념으로 또렷하게 빛납니다.
*글, 사진= 정담빈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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