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만드는 작품
네덜란드 선진농업 연수 ; TOMATO WORLD 스마트팜
로테르담과 헤이그가 위치한 네덜란드 서부지역을 ‘웨스트랜드(westland)’라고 하는데 6천여 동의 유리온실이 모여 있어 글라스시티라고 부른다. 해안가라 온도차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서 시설농업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하는데 상당수의 온실들이 6ha(약 18,000평)이상이라고 한다. 토마토월드로 가는 길, 반짝거리는 온실유리판으로 덮인 글라스시티의 모습은 마치 유리조각보를 보는 듯 멋진 풍경을 형성했다. 우리는 로테르담에서 여정을 시작하며 유리온실이 반짝이는 글라스시티를 통과, 그 이름부터 웅장한 토마토의 세계, 토마토월드를 찾아갔다.
토마토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토마토월드는 많은 유리온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었다. 도착하기 전부터 멀리서 보이는 온실의 벽면에는 커다란 빨강색 글씨로 ‘TOMATO WORLD’라고 적혀 있다. 촌스러운 듯 담백한 조화가 왠지 토마토와 어울리는 느낌이다. 토마토월드의 입구에 마련된 전시실의 많은 정보와 인테리어 디자인, 다양한 소개 자료들 등 방문자가 마주하는 곳곳의 모습은 간결하면서도 보는 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발걸음을 옮기며 정말 토마토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할 무렵, 토마토월드의 가이드 매니저인 엘리자벳(Elisabeth)이 우리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엘리자벳은 편안한 옷차림을 한 할머니인데 그 친근한 모습이 마치 시골 할머니네 과수원에 놀러온 것처럼 첫 만남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견학 전에 먼저 토마토월드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했다. 정성을 가득 담아 오래도록 끓여 만든 따뜻한 토마토 수프와 샌드위치였는데 직접 재배한 토마토와 채소로 만들어서 무척 신선했고 무엇보다 맛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식사 메뉴로 토마토를 먹을 일이 별로 없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매일 토마토 관련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마토 소비량이 많다. 튤립만큼이나 많이 키워지는 작물 중 하나가 토마토라는데 왜 그런 것일까? 토마토월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튤립만큼 많은 토마토
토마토월드는 네덜란드 안에 총 3곳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는데 총 규모가 50ha(약 15만 평)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일반토마토와 방울토마토 정도로만 구분되지만 이곳에서는 모양과 색깔, 맛이 각각 다른 80여 종의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연간생산량은 일반토마토 기준으로 70kg/㎡(미니토마토는 35kg/㎡)라고 하는데 유리온실의 규모만큼이나 생산되는 토마토의 양도 숫자만으로는 가늠이 쉽지 않다.
초기 네덜란드의 토마토는 당도가 낮고 물이 많아서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토마토의 주산지는 스페인이었는데 네덜란드에서 토마토를 키운다고 했을 때 스페인 사람들이 비웃었을 정도라고. 네덜란드 날씨는 흐리고 일조량도 많지 않고 온도가 낮다. 거기에 땅은 소금기까지 있어 토마토 재배에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어떻게 토마토 생산량이 많아진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스마트팜이었다. 스마트팜 시스템을 유리온실에 적용하여 토마토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점점 생산량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생산이 안정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연구소에서는 더 맛있고 병충해에도 강한 토마토 품종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수십 종의 다양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유럽 사람들이 네덜란드의 토마토를 ‘인간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토마토월드의 토마토는 ‘TOMMIES’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생산량의 80%를 독일, 프랑스, 영국에 수출하고 있지요. 토마토의 판매는 Greenery(그리너리)라는 별도의 법인에서 맡고 있는데 생산자와 판매자가 함께 설립한 협동조합으로써 네덜란드 전체 채소, 과일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거래규모를 자랑합니다.”
네덜란드 농업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이처럼 농가의 대규모화와 시설첨단화와 병행하여 진행된 개별 기능의 전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과 유통 전문법인이 농산물의 브랜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며 브랜드 신뢰도와 제품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일을 전담하여 개별 농가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동시에 생산에서 소매까지 체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일괄적인 품질관리, 마케팅,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확립시켜 네덜란드가 토마토 수출 1위의 나라가 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자연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을 필요로 한다
“이 곳은 하루에 적게는 1~2팀, 많게는 10개 팀이 방문합니다. 스마트팜과 토마토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네덜란드에 오면 꼭 방문하는 곳 중 하나예요. 토마토 생산자, 소비자, 정책 담당자, 식품업계 관계자, 미디어 업체, 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토마토월드는 네덜란드 토마토를 알리기 위해 홍보관과 컨퍼런스룸, 토마토온실을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토마토월드는 1인당 20유로의 체험비를 받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수익금은 다시 조합을 통해 지역 농민들에게 분배되거나 농민을 위한 수익사업에 재투자된다고 하니 모두에게 좋은 프로그램임이 확실하다.
방문자들은 내부 전시물을 돌아보며 토마토와 네덜란드 시설농업에 대해 잘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직원의 설명과 질의응답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1시간 남짓의 컨퍼런스가 끝나면 방진복을 입고 직접 유리온실 안으로 들어가 토마토 생산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이후에는 다양한 토마토를 시식도 해보며 궁금한 점들에 대해 추가 질의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교육시설과 정보센터가 함께 있어 외부 방문자뿐만 아니라 농가들의 정보교류 및 협력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농업의 가장 중요한 축의 하나는 환경보존이다. 네덜란드 농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물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로 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한다. 엘리자벳은 단순히 토마토라는 작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농업이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설명하며 엘리자벳은 매우 인상 깊은 한편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Nature is Speaking’이라는 시리즈 영상 중 하나로 국제 환경보호 단체(conservation international)가 제작한 작품인데 자연의 관점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우리가 본 영상은 줄리아로버츠가 내레이션을 한 영상이었는데 영상 마지막 두 문장이 영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NATURE DOESN’T NEED PEOPLE. PEOPLE NEED NATURE. (자연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을 필요로 한다.)” 토마토월드는 단순히 친환경으로 많은 토마토를 생산해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닌, 가장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우고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르며 함께 살아가는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상을 본 후 우리는 전시실에 마련 된 교육 자료를 둘러보며 직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스마트팜, 토마토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설명을 다 듣고 나면 우리가 왜 이 모든 스텝을 시작하기 전에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인지 깨닫게 된다. 엘리자벳은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물 부족, 인구 증가, 식량 문제, 쓰레기, 자원 낭비 등의 이야기를 잘 정리된 자료들을 토대로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다양한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는 네덜란드 농가들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류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네덜란드가 왜 농업 강국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
전시관 한편에 토마토 씨앗이 골드바(gold bar)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 씨앗가격이 1kg당 80,000유로, 한국 돈으로는 1억이 넘는다. 그 말을 들으니 왜 골드바 모양으로 해 놓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허니 토마토와 같이 특별한 토마토의 경우에는 1kg당 200,000유로, 한화 2억 6,200만 원 이상이라고 하니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이 났다.
“네덜란드 농가에서는 보통 10월경에 종묘회사에 모종을 주문합니다. 12월경 배지에 옮겨 심은 토마토를 종묘회사로부터 전달 받아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기 시작하는데 보통 3월부터 10월까지 수확을 지속합니다.”
토마토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본배지이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주로 ‘Rock-wool’이라고 하는 암석으로 만든 암면배지를 사용하는데 사용 후에는 벽돌로 재활용한다. 다시 재활용하는 것은 배지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많은 산업시설이 있어 그만큼 많은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데 그렇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를 통해 유리온실로 운반해 사용하고 있다고. 환경을 해치는 온실가스를 오히려 생산에 꼭 필요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이 같은 선순환은 스마트팜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라 많이 놀랐다.
또 온수파이프를 심어 순환시키는 지열에너지 난방을 하고 있는데 토마토월드는 현재 깊이 2km정도의 규모이지만 추후 4km까지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04년부터는 재활용 장치를 도입해 농사에 사용했던 물을 정수해 재사용함으로써 하천 오염 예방뿐만 아니라 자원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일반 토마토 농가에서 6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면 토마토월드의 온실에서는 단 4리터의 물만 사용되는 되는데 이처럼 곳곳에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경보호를 위한 네덜란드 농가의 오랜 노력과 고민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온실 규모가 3ha 이상이 되면 대부분 에너지 발전시설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한다고 한다.
토마토월드 내 유리온실은 1,400㎡로 소규모로 방문객들이 직접 들어가 다양한 토마토의 재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온실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이었다. 전 재배과정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스마트팜이지만 한순간의 부주의로 외부로부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순식간에 온실 안 전체로 전염되기 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 감염된 작물이 발생할 경우, 온실 전체를 다 비우고 소독한 뒤 다시 시작하는 게 최선이지만,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뿐 아니라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도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외부 온도가 크게 덥지 않은 한국의 가을 날씨였는데 온실 내부는 꽤 덥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여름에는 특히 기온이 많이 올라가고 폭염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아서 과연 유리온실 내에서 작물이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엘리자벳은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내부 온도를 통제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견딜 수 있는 적절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거라고 자문해주었다. 80가지가 넘는 다양한 토마토 품종 중에서 우리나라의 농업환경에 가장 적합한 품종은 무엇일까? 토마토 재배는 생각보다 신경 쓰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토마토월드의 토마토 재배는 말 그대로 스마트했다. 병충해 방지를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적을 이용하여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온실 바닥에는 온실파이프로 레일을 설치해 작물 운반 및 난방에 활용한다. 노동력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1%의 햇빛이 1%의 수확량을 늘려준다”는 광량과 수확량의 비례법칙에 근거해 바닥을 하얀색으로 덮어 토마토의 착색을 진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였다. 농사에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니... 어느 것 하나 그냥 하는 것이 없었다.
전시실 관람과 가이드의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유리온실까지 둘러보면 마지막 과정은 다양한 토마토를 직접 시식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시실에 있는 80여 종의 토마토를 시식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데 빨강, 노랑, 초록, 주황 등 다양한 색뿐만 아니라 제각각 모양이 다른 토마토를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많은 토마토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왜 방울토마토 아니면 그냥 토마토 이렇게 2가지 종류만 주로 먹고 있을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허니 토마토였는데 식감은 물론 달콤한 맛이 정말 좋았다. 언젠가 ‘푸르메에코팜’에서 허니 토마토를 키워 우리나라 학생들이 몸에 좋은 토마토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하며 즐거운 시식시간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토마토월드에서 준비한 7개의 방울토마토가 들어가는 예쁜 용기를 선물로 받고 우리는 토마토월드 견학을 마무리했다.
‘푸르메에코팜’은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팜에서 가장 재배하기 좋은 작물 중 하나가 토마토다. 환경을 잘 유지해주면 15~18미터까지 자라며 계속 열매를 맺는 높은 생산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워낙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기에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스마트팜에서 재배하고 있어 그만큼 축적된 빅데이터도 많기 때문에 푸르메에코팜에서도 적극 검토 중인 작물이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인상적이었던 토마토월드를 보며 미래의 푸르메에코팜의 모습을 그려보게 되었다. 토마토월드는 높은 생산성과 함께 지구와 환경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춰 어쩌면 인간을 위해서도 자연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동시에 생산만이 아닌 레스토랑과 홍보전시관, 컨퍼런스와 교육프로그램, 체험까지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에게 자연을 이야기하고 농업을 이야기하며 지식분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푸르메에코팜이 만들어지고 그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면 엘리자벳이 우리에게 했던 그 프리젠테이션과 온실안내를 장애 청년이 해 줄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멋진 온실에서의 토마토 재배는 물론 방문객이 다양한 체험과 신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만들어 장애청년들에게 다양한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토마토월드는 이윤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을 먼저 생각했고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먼저 생각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푸르메에코팜도 그러하면 좋겠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일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다양한 토마토의 모습처럼 다양한 우리들이 모여 함께 성장해가는 일터라면 좋겠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시설이 아닌, 누구라도 땀 흘려 일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 대가보다 더 값진 성취감을 느끼는 정직한 일터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주길 꿈꿔본다.
사실 장애인과 스마트팜은 언뜻 매칭이 잘 되지 않지만 첨단 기술로 장애를 극복한 보조기기를 생각하면 첨단기술로 높은 생산성을 보전하는 농장에서 조금은 느린 장애청년들이 일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조합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찾는 것은 참 힘들다. 어렵게 일할 곳을 찾는다 하더라도 종일 반복되는 단순임가공 업무가 많고 장애의 특성상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농업은 그 자체가 가진 힐링의 기능이 장애인의 심리적 치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매 단계별로 직무분석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애인과 스마트팜 농업은 상호보완을 통해 멋진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농사의 과정들은 스마트팜의 IT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세밀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에는 장애 청년들의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보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 이를 통해 푸르메에코팜은 장애인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선물할 수 있다.
꿈만 같은 이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푸르메재단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토마토 농가가 많은 문제들을 직접 대면하고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길을 연구하며 스마트팜 농업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푸르메재단도 장애인과 함께하는 스마트팜의 전문가가 되도록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청년들과 가족의 마음과 필요한 부분들도 잘 헤아리며 이 쉽지 않은 과정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푸르메에코팜의 시작을 축하하며 “천국을 본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장애청년의 어머니의 말처럼, 천국처럼 모두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는 농장을 만나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푸르메재단이 처음 우리나라에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수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끝내 성공으로 이끌어냈듯, 장애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또다시 누군가가 보기에는 무모한 듯 보이는 이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도록 다시 많은 분들의 응원과 힘이 필요할 것 같다. 푸르메에코팜이 시작한 이 걸음이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머지않은 시기에 현실이 되어 장애청년들의 행복한 일터이자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가꿔지길 소망해본다. 끝없는 고민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있는 네덜란드 토마토월드에서의 하루는 푸르메에코팜의 멋진 미래와 희망을 꿈꾸고 그려볼 수 있어 감사했던 선물 같은 여정이었다.
*글= 최지원 간사 (모금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