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지갯빛 꿈을
6월 기부자 인터뷰 : 권말순 님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 아주 행복합니다.”
마포구 수색동에서 36년 동안 오색유치원 원장을 지낸 권말순 님. 오랜 세월 가꿔온 재능을 어린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펼치고 있습니다. 미술 전공을 살려 사계절의 정취를 화폭에 담는 화가, 심리상태를 미술로 분석하는 미술심리 치료 전문가, 뇌심리를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상이 된 나눔
권말순 님은 4년 전, 라디오 방송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달라는 이지선 홍보대사의 호소를 듣자마자 푸르메재단에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어린이들은 꿈을 먹고 살아야 해요. 훌륭하게 자라서 세계라는 놀이터로 갈 수 있어야죠. 장애어린이들도 병원에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서 꿈을 키워나가면 정말 좋겠어요!”
마포구 상암동 옆 수색동 주민으로서 병원이 첫 삽을 뜨고 완공되는 전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다 지어진 모습을 보니 정말 흐뭇했어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고 하니 더 귀하게 느껴졌어요.” 기부단체만 15곳이 넘는다는 권말순 님의 철칙은 어린이 지원만큼은 중단 없이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교육 관련 비영리법인 대표이기도 해서 지역주민에게 음식과 물품을 나누고 무료 심리상담도 합니다.
나눔이 몸에 밴 이유는 보따리 장사로 어렵게 살림을 꾸리며 6남매를 키운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자다가 깨면 옆에 모르는 아이가 누워 있었어요. 어머니가 부모 없이 홀로된 아이들을 데려와 씻기고 밥 먹여서 저녁에 돌려보냈거든요. 세상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걸 깨달았죠.”
나눔과 사랑을 꽃피우다
권말순 님은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지적장애를 가진 어린이 한두 명은 해마다 꼭 받았다고 합니다. 보조 교사를 둬서 온종일 한 아이만 돌보게 했고 특화된 프로그램도 제공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방학 때마다 찾아와서 안부를 전해요.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를 함께 교육하는 건 당연해요. 가장 보람된 일이었어요.” ‘장애통합교육’을 일찌감치 시작한 셈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찍부터 나눔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아침에 등원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기부하게끔 가르쳤습니다. “콩 반쪽도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경제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수차례 보냈습니다.
동네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오색유치원은 재개발 때문에 지난 2월 말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1982년에 개원했으니 1기 졸업생이 마흔이 넘었죠. 평생을 바쳤던 곳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힘들었어요.”
남은 생애 이루고 싶은 꿈
권말순 님은 “우리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말하고 이루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그러려면 자녀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도록 부모들이 아이를 인정하고 기다려줘야 합니다”라며 “아무리 돈을 많이 벌면 뭐해요. 죽으면 그만인 걸요. 자라서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손주를 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히 활동하는 권말순 님의 인생은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인생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눴을 때, 젊은 시절은 어영부영 지났고 유치원 원장으로 뜻있는 시간을 보낸 다음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거죠. 남은 인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더 많이 나누고 싶어요.”
인터뷰 연락을 받은 순간 푸르메재단과 깊은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 행복했다고 미소를 띱니다. “장애어린이들은 다양한 교육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죠. 기회가 된다면 어린이재활병원을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재능과 꿈을 찾아주고 싶어요.” 권말순 님이 가슴에 품은 꿈이 어떤 색으로 피어날지 기대됩니다.
*글, 사진= 정담빈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