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요리사 아빠의 ‘약속’
5월 기부자 인터뷰 : 임기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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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푸르메재단’을 검색하니 장문의 글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적든 많든 수익의 1%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라면으로 다양한 요리를 하며 시간이 될 때마다 마라톤을 뛰는 세 아이의 아빠 임기민 님에게 나눔은 즐거운 습관입니다.
내 아이처럼 귀한, 아픈 아이들
세월호 참사와 아들의 희귀난치병 진단은 나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그동안 혼자 살기 바빴어요. ‘나와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구를 도와’ 했죠.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민이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제 주변과 사회를 돌아보게 됐어요. 그러고 2년쯤 후 아들이 희소병 진단을 받으면서 내 가족만 건강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아픈 아이들에게로 관심이 넓어졌죠.”
막내 아들 리오는 오른쪽 횡격막이 올라가 폐가 눌리는 횡격막거상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던 2년이란 시간 동안 아들은 꿋꿋하게 정기 검진과 힘겨운 수술을 이겨내고 지난 5월 초 퇴원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첫째 딸 마리의 이름을 걸고 5년간 운영하던 라면가게에서 바자회를 열고, 미혼모지원단체에 아기 옷을 기증하고 헌혈도 하면서, 있는 힘껏 가진 것들을 마음이 동하는 곳에 나눠왔습니다. 기부처를 신중히 선택하자는 아내와 충분히 상의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단 한 명에게라도 가닿길
지난 2월 푸르메재단에 한 차례 기부했던 임기민 님은 아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무렵,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2주년 기념 ‘2만~큼 축하해’ 기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아들의 입원과 수술로 15일이나 쉬게 되면서 월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방법이 중요”하고 “리오보다 더 힘든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어”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연달아 생겼습니다. 평소 SNS에 육아‧라면‧운동 등 자신의 일상을 올리며 소통해온 임기민 님은 ‘2만~큼 축하해’ 기부 소식을 알렸고, 팔로워들이 이어서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한 것입니다. 또 아들 소식을 알게 된 팔로워들이 댓글로 응원하며 병원비를 십시일반으로 보태주기도 했습니다.
“관심은 있는데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서 한 명 한 명 기부자가 늘어나가면 좋겠어요. 기부 릴레이처럼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동하면 누군가한테 준 도움이 ‘나비효과’가 되어 다시 돌아오거든요.” 아들과 같은 병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정보를 나눠온 임기민 님은 SNS가 가진 공유의 힘을 믿는답니다.
선행을 멈추지 않을 것
푸르메재단에 당부하는 것은 오직 ‘투명성’입니다. “지금처럼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기부자들도 많아져서 더 많은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거예요. 언젠가 주변 사람과 가족들도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푸르메재단을 알릴 수 있어 제가 감사하죠. 알리는 것도 나눔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힘닿는 데까지 사력을 다해 홍보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좀 더 열심히 벌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많이 도와주려면요. 저는 아이 셋에 비록 14평짜리 집에 살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잖아요.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나누지 못할 게 없어요. 선행이 반복되어야 아름다운 세상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임기민 님은 라면가게 문을 닫고 잠시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특제 요리를 즐겨 찾아준 단골손님들로 붐비던 가게를 다시 열 생각입니다. 이 또한 나눔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매장이 잘 되어서 매출의 1%를 세월호 유가족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꿈이에요. 저만의 빅픽처랄까요?(웃음)” 임기민 님의 약속은 이렇게 점점 단단해져갑니다.
*글, 사진= 정담빈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