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의 변신, 삼탄아트마인
홍서윤 6월 칼럼
우리는 탄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광산이라고 하면 금을 캐거나 보석을 캐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고, 탄광이라고 하면 석탄을 채취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실생활에서 석탄을 접하는 일이 줄어든 요즘 사회에서 탄광은 좀처럼 낯선 장소이다.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자락에는 멈춰버린 탄광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 ‘삼탄’이다. 삼탄은 1964년 문을 열어 산업시대의 메카로 번성하다 2001년 10월 멈춰버렸다.
그 시절 누군가에게는 석탄이 온기를 전해주는 에너지였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음식을 만드는데 필수품이었을 것이고,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시커먼 석탄을 채취하는 것이 가족의 생계를 잇는 절박한 삶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숨결이 깃든 탄광이 멈춰버린 후, 10년이 지나 ‘삼탄’은 다시 활기를 띄었다. 2013년 5월 삼탄은 ‘아트마인(Artmine)’, 예술을 채취한다는 새로운 이름이 덧붙여지면서 폐광이 아닌 예술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전체 4층 규모의 건물로 처음 삼탄아트마인에 들어서면 꼭대기인 4층부터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건물과 달리 내부는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분위기로 둘러싸여있다. 4층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면 3층에 전시된 현대 아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아트센터 건물을 벗어나 1층 야외로 나가면 거대한 건물들에 분위기를 압도당한다. 그 중에서도 석탄을 채취하던 조차장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탄광의 엘리베이터와 같이 광부들을 실어 나르고 석탄을 운반하던 멈춰버린 수직갱이 고요한 산자락에 우뚝 솟아있다. 수직갱의 출발점인 해발 832m부터 작업현장인 지하 600m까지 이어진다.
조차장 내부는 탄차, 컨베이어, 레일, 광차, 수직갱 등 평소 여행을 하면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어쩌면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 여행일 수도 있고, 산업 여행일 수도 있겠다.
삼탄아트마인의 조차장은 배우 소지섭 주연 드라마 <유령>, 영화 <협상종결자>의 배경이기도 하다. 또 삼탄아트마인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배경지로도 이미 유명하다.
조차장을 빠져나와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길목, 작은 자작나무 숲에 놓인 의자 하나가 눈에 띈다. 이곳이 푸른 나무가 가득한 정선의 어느 숲속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니 탄광의 흔적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임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마냥 버려질 수도 있었던 폐광이었을 텐데,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찾아오자 또 다른 생명을 가진 듯 역동하는 것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독일 에센의 졸베라인(Zollverein)을 모델로 했다. 졸베라인은 폐광의 원형을 유지한 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폐광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은 삼탄아트마인 역시 한국의 졸베라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삼탄아트마인 정보>
* 2017년 열린관광지(무장애관광지) 선정, 한국관광공사
- 홈페이지 : http://samtanartmine.com
- 전화번호 : 033-591-3001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 입장료 : 성인 13,000원, 학생 12,000원, 경로(65세 이상) 11,000원(복지카드 및 국가유공자 카드 소지 시 경로요금 적용)
- 편의시설 : 장애인 주차구역 있음, 장애인 화장실 4개 보유, 엘리베이터 있음. 수유실 있음. 숙박(장애인 객실 있음) 가능, 내부 레스토랑 및 카페 있음.
- 기타 : 단체 사전 예약 시 도슨트 진행, 매주 월요일 휴관
*글, 사진=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