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여행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개최된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비해 평창동계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은 미약하기만 하다. 패럴림픽이 처음 개최된 도시는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다. 공식적으로 국제 패럴림픽(IPC: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을 통해 처음 패럴림픽이 개최된 것은 바로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부터다.
그러나 패럴림픽의 뿌리는 1948년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영국 퇴역 군인들의 작은 모임에서 출발한다. 본래는 척수장애인들을 중심으로 ‘paraplegic(하반신마비)’과 ‘olympic’의 합성어였으나, 평등한 스포츠 정신을 염두하면서부터 그리스어의 ‘para(옆의, 나란히)’라는 의미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1988년 공식 패럴림픽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장애인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해 자신의 신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04년 독일계 미국인 체조 선수 George Eyser가 의족을 한 채로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1948년과 1952년에는 한쪽 팔이 절단된 헝가리 선수가 사격 종목에 출전했다. 소아마비 덴마크 선수 리즈 하텔(Lis Hartel)은 1943년 마장마술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는 어떤 종목들을 눈여겨볼 수 있을까. 동계패럴림픽 종목은 총 6개이다.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스노보드가 설상에서, 아이스하키와 아이스컬링이 빙상에서 펼쳐진다. 이번 동계패럴림픽 종목 중 아이스하키, 노르딕스키, 알파인스키, 휠체어 컬링은 기대해볼 만한 유망 종목이다. 올림픽만큼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야 앞으로 스포츠가 장애인들에게 더욱 친숙해질 것이다.
여행에 있어서 스포츠 역시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한 여행을 두고 관광학에서는 ‘스포츠 관광’이라 부른다. 스포츠 관광은 스포츠 관람 또는 참여라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이동하여, 지역의 문화도 더불어 탐색하는 형태의 관광을 말한다. 예컨대, 스킨스쿠버를 위해 세계 각지의 다이빙 포인트를 찾아 떠나는 여행, 또는 골프를 치기 위해 여러 지역의 골프장을 찾아 스포츠를 즐기는 지역 여행이 일종의 스포츠 관광이다.
스포츠 관광 횟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 형태 역시 변화하고 있다. 유럽리그 축구를 보기 위해서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기 위해 국토를 종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듣기만 해도 매우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행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스포츠 관광 형태는 어떠한가. 여행의 형태가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장애인의 스포츠 관광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여행 형태는 주로 풍경 감상 또는 관람이다. 물론 개인의 신체 여건에 따라 역동적인 여행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불가피하게 유람 형태의 관광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개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 그만큼 여행은 다채롭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스포츠 관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장애인 스포츠 관광 환경의 부족과 개인의 마음가짐이다. 장애인 스포츠 관광 환경의 부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행 중에 즐길 있는 스포츠들은 많다. 바이크 라이딩, 패러글라이딩, 수영, 걷기, 카약 등이 여행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고, 편의시설이 마련된 문화관광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역동적인 스포츠는 마치 비장애인만이 즐기는 전유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마음가짐 역시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마음가짐은 장애인 스포츠 관광 환경의 부족과도 연결된다. 먼저 스포츠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행지에서 카약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우선 편의시설이 없어서 체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그렇다.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카약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휠체어가 탈 수 없다고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마음가짐을 되짚어 봐야 한다.
대부분 스포츠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어도 휠체어를 벗어나는 것을 ‘불편’하게만 여긴다. 혹은 스스로가 휠체어를 벗어나는 것이 주변인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여기엔 어떤 기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스포츠에 진정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의 문제다. 스포츠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 권유할 수 있고, 누군가 추천할 수 있고, 누군가의 경험을 나눌 수는 있어도 결국 행위를 참여하기 위해 최종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2018 평창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은 지금보다 날씨가 온화할 것이다. 물론 동계 스포츠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인공 눈이 흩날리기도 하고, 꽃샘추위로 여전히 추운 날씨가 이어질 수도 있다. 스키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에 ‘눈이 많아서 휠체어가 가지 못해’라는 생각보다는 ‘눈이 있어야 스키 경기를 볼 수 있지’라는 마음을 먹는다면 색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펼쳐질 것이다. 휠체어컬링이 열리는 강릉은 ‘너무 멀고 춥다’는 생각보다 ‘경기도 보고 강릉 안목해변에서 커피도 마시면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채워보면 어떨까.
처음부터 거창한 스포츠에 참여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스포츠를 매개로 흥미를 느끼고 여행을 하다보면 앞으로 더 역동적이고 활발한 삶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 유지와 취미활동을 위해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고 나아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미래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기쁘다.
*글=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
onclick="ga('send', 'event', '스토리', '버튼클릭', '기부하기', 1);">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