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투명한 문화를 만듭시다”
초겨울 추위에 비까지 흩뿌린 22일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 푸르메재단 고액기부자모임 더미라클스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제9회 더미라클스 조찬회로 만난 회원들 앞에 등장한 특강 연사는 김영란 서강대 법률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님이었습니다.
11월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 1주년을 맞아 재단에서 강연을 부탁드렸습니다. 김영란 교수님은 경기도 화성 자택에서 두 시간 반이나 걸리셨다고 하지만 밝은 미소로 회원들 앞에 섰습니다.
오늘 강연의 제목은 ‘김영란법의 모든 것’. 재단에서 붙인 다소 거창한 제목이 스크린에 떠오르자 웃으며 특강을 시작한 교수님은 이 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혈연, 학연 등을 추구하게 되고 돈으로 인맥을 사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사적 신뢰의 관계를 공적 신뢰의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김영란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직무관련성 있는 사람끼리는 1원도 주고받지 말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도를 지키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한도만 지키면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아쉬워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6시까지 가야 하는데 약속을 안 지켜서 1시간마다 벌금을 내게 했더니, 벌금을 내고 안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빈소에 화환이 너무 많이 밀려드니까 보낸 사람 이름이 적힌 리본만 떼어서 죽 붙여놓은 모습도 기괴했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여기서 꽃에 담긴 참뜻은 아무 관심이 없는 ‘연줄 투자’의 일면을 보았다”며 법적인 규제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윤리의식 자체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주위에서 김영란법 덕분에 불필요한 고민이 줄었다고, 익숙한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미미하지만 변화의 싹이 엿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강연을 경청한 더미라클스 회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전보다 오히려 편해졌다는 회원도 있었고,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5공화국 때도 공직자윤리법이 있었지만 그때가 지금보다 투명했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법도 시대적 흐름과 맞아야 성공한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어머니가 돈 봉투 들고 학교에 오는 모습을 안 본 아이들은 다르게 성장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김영란법의 성공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한국의 청렴도는 지난 10년 동안 53점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패의 비용은 사회복지와 국민의료, 학교교육을 모두 합한 예산에 버금간다고 합니다. 김영란법의 안착으로 ‘돈의 쓰임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성숙해지면 더 깨끗하고 올바른 나라가 될 것입니다.
나쁘게 쓰일 돈이 선한 사업을 위한 나눔으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미라클스는 장애어린이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서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후원자들의 모임입니다.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을 시작으로 션·정혜영 부부, 배우 송일국, 프로골퍼 장하나 선수, 프로축구 이근호 선수 등 지금까지 14명이 가입해서 활동 중입니다.
회원의 이름은 국내 최초 장애어린이 전문병원인 서울 상암동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1층 로비의 기부벽에 새겨집니다. 분기별로 조찬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에 대한 강연을 듣고 주요 행사에 VIP 자격으로 참여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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