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그림책 제2권> 꿈틀
김준철 글/그림|32쪽|어린이|2017년 11월 20일 출간
‘꿈틀’은 푸르메재단과 한울림스페셜이 함께 만드는 ‘푸르메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비장애어린이에게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알게 해주고, 장애어린이에게는 희망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작가의 인세와 출판사의 수익금 일부는 장애어린이를 위해 쓰입니다.
난치성 희귀 질환으로 고통 속에 살아 온 작가 김준철의
세상을 향한 작은 관심과 소망을 담은 자전적 그림책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아주 작고 소박한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면 먼 나라에서 배고픔에 고통받는 아이들,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먼 나라를 떠도는 아이들, 물이 없어 더러운 웅덩이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아이들에 눈길을 주며 ‘꿈틀 꿈틀’ 괴로워합니다.
다른 이들의 고통과 외로움에 꿈틀꿈틀 몸부림치는 아이는 작은 병실 안 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는 아픈 아이입니다.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을 쉬며 꿈틀, 꿈틀 몸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가두는 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다니는 구름이 되고, 새가 되고, 바람이 되고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소외된 계층, 남들과 다른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작은 움직임을 통해 세상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반항하는 자아를 드러냅니다.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이 고작 ‘꿈틀’뿐일지라도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을 향한 작가의 관심은 계속됩니다.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을 가리키는 성자의 길이 아닐지라도
본능적으로 그렇게밖에 갈 수 없는 길. 그런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꿈틀》은 스무 살에 발병한 신장 장애로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받아야 하는 작가가 붓조차 들기 힘든 고통과 피로 속에서도 2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첫 번째 창작그림책입니다.
병의 고통으로 신음하며 병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삶 속에서도 작가는 고통받는 아이들과 세상을 향한 관심과 끈을 놓지 않습니다. 비록 자신은 다섯 평조차 되지 않는 작은 방에서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꿈틀거리는 작은 움직임일 뿐이지만, 끊임없이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기꺼이 함께합니다. 작가는 어두운 곳에서 참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라도 다른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드러냅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조화된,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
작가는 이상하고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고통을 거칠고 휘몰아치는 붓질에 감정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시에 먼 땅에서, 이웃나라에서 배고픔과 목마름, 부모와 고향을 잃고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수차례의 덧칠을 통해 세밀한 감정을 살려냈습니다. 붓질이 더해질수록 아이들의 감정이 얼굴에 조금씩 미세하게 드러났습니다.
작은 움직임도 힘든 노동으로 다가오는 작가에게 의자에 앉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세상을 향한 분노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고통을 고스란히 붓질에 담아 독자에게 작가가 느낀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진정성이 넘치는 그림책 《꿈틀》은 작가의 끊임없는 고민과 고통을 표현한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작가가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저자 소개
*글 그림 김준철
작가는 한겨울 눈이 오면 봄 장군이 길을 내주기 전엔 결코 바깥 세계를 만날 수 없었던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이야기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된다. 재수 시절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세상과 단절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아야 해서 어떠한 사회생활도 할 수도 없었고, 병원을 다녀오면 하루 종일 잠을 자야 피곤이 풀렸다.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일이 가장 두려웠다. 다행히 2000년부터 생활에 숨구멍이 조금 트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는 명목으로 병원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었다.그림책을 만나게 된 것도 그때였다. 상상한 모든 것이 그림이 되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어렸을 때 늘 꿈꾸던 세계였다. 서울로 올라와 한겨레 그림책학교를 다니며 그림책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림책을 알기 시작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그린 옛이야기 그림책 《메기의 꿈》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세상 사람들에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림책이 왜 그렇게 어두운 세상을 그려야 하느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꿈틀》은 바로 작가의 이야기이고, 가장 어두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