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한 아빠의 기도
“한 번 보다는 두 번, 두 번 보다는 세 번이 낫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서영석(48) 씨가 희귀질환을 가진 딸 자빈이(8)의 재활치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병원을 가려면 경남 사천에서 진주·부산·서울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점점 신체 기능을 잃어가는 자빈이를 위해 아빠는 오늘도 먼 길을 내달립니다.
진단도 어려운 희귀질환
자빈이의 병명은 ‘피질 낭종을 동반한 거대뇌성 백질뇌병증 (MLC, Megalencephalic leukoencephalopathy with subcortical cysts)’.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드문 극희귀난치성질환입니다. 아빠가 자료를 내밀었습니다. 자빈이가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기 쉽지 않을 거예요. 뇌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라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이 질환으로 자빈이는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신체는 4세, 언어는 2세 수준이에요. 서기는 하는데 걷진 못하고, 의사표현을 하긴 하는데, 간단한 것만 해요. 그런데 이마저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진행성 질환이거든요.”
알려진 정보가 없다보니 정확한 병명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병원 네 곳을 다녀오고 나서야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돌 즈음 예방접종을 위해 사천 소아과에 갔는데 머리둘레가 너무 크다며 MRI 검사를 권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주 병원에 갔는데 확실한 답을 듣지 못했어요. 속이 타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서울 병원 두 곳을 더 갔죠. 거기서 지금의 병명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아빠의 필사적 보살핌
어렵사리 병명은 알아냈지만, 막막했습니다. ‘약도, 치료법도 없는 병이 왜 하필 내 딸에게 찾아왔을까’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재활치료가 시급했습니다. 아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빈이 곁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아내랑 같이 맞벌이를 했는데, 제가 자빈이 간병을 한다고 했어요. 자빈이가 체격도 있고 해서 아내 보단 제가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때 아내도 농담인 줄 알았답니다.” 아빠는 자빈이를 필사적으로 보살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물리치료·언어치료·작업치료·수치료 등을 병행했습니다. 아빠는 치료법이 나올 때 까지 자빈이가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자빈이에게 재활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치료사 선생님은 말합니다. “자빈이는 희귀질환이라 치료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감기에 걸려 하루만 재활치료를 못 받아도 근육이 굳어 있어요. 상태가 확연히 나빠지죠. 꼭 재활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합니다.”
복지 사각지대···변화 꿈꿔
재활치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은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자빈이의 한 달 의료비는 100만 원, 검사라도 받는 달엔 2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극히 드문 질환이란 이유로 질병코드조차 없어 보험 청구도 할 수 없습니다. 관계 부처에 여러 차례 검토를 부탁해봤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카카오에서 지원해주는 치료비가 그나마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 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어렵게 만듭니다. 사천에는 희귀질환인 자빈이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습니다. 재활치료는 40분 거리에 있는 진주 병원에서, 입원치료는 2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 병원에서 받습니다. 사천과 부산은 왕복 4시간이 걸려 입원치료 기간에는 가족들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변화를 꿈꾸는 아빠는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자빈이로 인해 생긴 꿈인데요. 틈틈이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열악한 복지환경을 개선하는데, 저도 작은 역할이나마 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제안합니다. “장애인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받고, 생활할 수 있게 우리 다 같이 노력해요. (웃음)”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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