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애인 작업장 견학] 9편 워크링크(WorkLink)

장애청년의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연구소가 있다. 취업률뿐 아니라 이곳을 다녀간 장애청년의 취업 유지기간도 다른 곳의 2배가 넘는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비밀이 무엇일까?

워크링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장애인 고용지원 연구소이다. 1986년 워싱턴에 설립된 트랜센(TransCen)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되었다. 작업장이나 시설을 직접 운영하기보다 장애청년에게 관련 기관을 연계해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현재는 소도시에 거주하는 장애청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의 취업률을 높이려는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워크링크를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애나(Anna) 씨다.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애나 씨. 오전에 연구소에 출근해 간단한 서류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 샌프란시스코 금융가에 위치한 컨퍼런스 룸을 방문해 회의 준비와 정리를 돕는다. 고된 업무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가 활동을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취업만이 목적이 아닌, 취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애나 씨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한 청년이 연구소를 방문했다. 본인을 재키(Jackie)라고 소개한 청년은 업무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요청할 것이 있다고 했다. 활동성이 강한 재키 씨는 근무지가 매일 다르다. 월요일에는 YMCA에서 여가활동을,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No Starch에서 도서 배송업무를 진행하며 목요일에는 요리와 청소 등 독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배운다. 일정은 담당 직원과 협의해서 3개월마다 조정한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재키 씨는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경험하며 본인에게 적합한 업무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Discovery Process’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은 장애청년이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충분한 탐색을 통해 중도에 직업을 포기하는 비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하니, 고용안정성 확보에 고민이 깊은 국내 관계자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워크링크 프로그램의 특이점은 구직에 필요한 업무능력뿐 아니라 위생, 대중교통 이용, 낯선 사람 대하기, 봉사활동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여겨지는 이런 기술들이 동료 사이의 담을 낮추고, 직업 활동을 지속하는데 매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워크링크를 안내해 준 사라(Sara Murphy) 연구소장은 마지막으로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청년이 단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닌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각인되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이를 통해 장애청년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장애청년 스스로 만족감을 높이고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충분한 직업 탐색의 시간, 규칙적이고 일관된 직업 훈련,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일상생활 교육, 무엇보다 장애청년이 포기하지 않는 한 이어지는 주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업무에 장애청년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장애청년 개개인에게 업무를 맞춘 시스템이다. 이것이야말로 높은 취업률과 만족도를 자랑하는 워크링크의 비밀이 아닐까?

*글= 백해림 팀장 (모금사업팀)

*사진= 최한성 직업재활사 (과천시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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