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공을 굴리다
“보치아는 딸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에요. 운동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기뻐요.” 김미진(46) 씨가 뇌병변 장애가 있는 딸 소정이(12)와 매주 체육관으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잘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해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은 소정이. 보치아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세상과의 연결고리 ‘보치아’
늦은 오후 특수학교 체육관, 소정이가 친구들과 보치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청색, 적색 공을 굴려 흰색 공 가까이 위치시키는 사람이 점수를 얻는 경기입니다. 장애유형에 따라 공을 굴리는 방법은 제각각.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없는 소정이는 머리를 이용합니다.
목표지점을 확인하던 소정이가 엄마를 향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소정이의 신호에 엄마는 기구의 위치를 조정하고, 그 위에 공을 올려놓습니다. 그러자 소정이가 헤드셋 끝으로 공을 툭 밀어냅니다. 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소정이. 공이 흰색 공 가까이 멈춰선 걸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미소를 띱니다.
다음은 친구 차례. 승패를 겨뤄야 하는 경쟁자지만 소정이는 진심으로 응원해줍니다. 엄마는 그런 소정이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소정이가 말은 못하지만, 친구들에게 마음을 자주 표현해요. 웃거나 소리를 내죠. 그러면 친구도 소정이의 마음을 알아채고 고마워해요. 운동을 하면서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더라고요. 보치아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꾸준한 재활치료의 필요성
소정이는 요즘 부쩍 보치아에 흥미를 보입니다. 1주일에 2번, 4시간 이상 이어지는 연습 경기도 곧잘 소화합니다. 실력도 제법 늘었습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엄마는 재활치료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언어치료의 도움이 컸습니다.
“보치아를 하려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되요. 소정이는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서 운동 할 때 많이 답답해했죠. 그런데 꾸준히 치료를 받았더니 말을 알아듣기 시작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운동을 재미있어 해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해요.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소정이의 언어치료를 맡고 있는 푸르메재활센터 강영미 치료사는 여전히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소정이는 일상 언어에 대한 이해가 높고, 고개의 움직임을 통해 ‘네’, ‘아니오’ 대답도 잘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비유 문장이나 대조적인 낱말은 어려워해요. 계속 치료를 하면서 말 이외의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나눔은 곧 희망
엄마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언어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효성그룹의 지원으로 2015년부터 3년째 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혼자 소정이를 키우고 있어요. 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를 두고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저희한테 나눔은 곧 희망이에요. 지원이 없으면 꿈도 접어야 하니까요.”
소정이의 꿈은 보치아 선수. 재활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삶의 목표가 됐습니다. 소정이에게 정말 보치아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도 소정이의 꿈을 지지합니다. “소정이가 좋다면 저도 좋아요. 소정이가 꿈을 이룰 수 있게 열심히 도울 거예요. 이왕 하는 거 국가대표로 키우고 싶어요. (웃음)”
나눔이 있어 꿈을 품을 수 있다는 엄마는 옆에 있는 소정이를 향해 당부의 말을 건넸습니다. “소정아! 엄마는 소정이가 사랑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소정이가 운동할 때 친구들 응원해주는 것처럼, 소정이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사랑을 베풀어주길 바라. 엄마도 같이 노력할게.”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onclick="ga('send', 'event', '스토리', '버튼클릭', '기부하기', 1);">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