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으로 퍼져나가다
[푸르메인연] 서동화 정기기부자
‘작은 금액으로 시작하지만 나눔과 봉사가 점점 자라나서 타인과 더 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2012년 기부를 신청하며 울림이 큰 약속을 남긴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월 기부를 해온 서동화(21) 씨입니다.
자원봉사로 발견한 꿈
서동화 씨는 건국대학교 축산식품생명공학과에서 식품‧바이오 분야를 공부하는 대학교 3학년생입니다. 방학 중에도 매일같이 실험실로 출근하며 학과 공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전공 이외에도 교직 이수, 입학처 활동, 과외와 학원 강사 일까지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좀 쉬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휴가는 태국에서의 8박9일 집짓기 봉사로 대신하려고요. 또 실험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손 기술을 개강 전까지 미리 배워두려고 해요. 친구들이 여행가자고는 하는데 1, 2학년 때 잘 놀아서 괜찮아요”라며 해사하게 웃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로운 기술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서동화 씨. 고등학생 때 서울시어린이병원 지적장애·뇌성마비 어린이 병동에서의 자원봉사로 자신의 길이 명확해졌습니다.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코에 연결된 튜브나 정맥주사로 유동식을 먹는 모습을 봤어요. 장애어린이를 돌보려면 여러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실생활에 활용될 기술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는 꿈을 키우게 되었죠.”
기부는 관심의 출발선
자원봉사를 자주 할 수 없었던 터라 꾸준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용돈을 모아 조금씩 나누는 거였어요.” 엄마와 함께 탐색해서 찾아낸 푸르메재단이라면 기부금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소식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어린이 재활은 성인과 달라야 하잖아요. 대기하느라 치료가 늦어지고 터무니없이 부족한 의료 지원에 안타까웠는데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기적처럼 문을 연 어린이재활병원을 통해 십시일반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해외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국제개발 NGO와 어린이 단체에 기부하고,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 봉사로 받은 식권을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기까지. 용돈에서 쪼개어 내던 기부금이 땀 흘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시간이 흐르자 나눔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서동화 씨에게 기부는 관심이 시작되는 출발선과도 같습니다. “하나에 관심을 두면 또 다른 하나가 보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게 되죠. 타인의 입장에 서보려 노력하다 보면 기부와 봉사를 장기적으로 할 수 있어요. 커피 한잔 값 줄이면 나눌 수 있다는 말에 친구들이 동참하는 모습에서 나눔이 나비효과처럼 널리 퍼져가는 걸 실감해요.”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자동차에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해 한동안 휠체어를 탔던 경험은 ‘장애 감수성’을 체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혼자서는 이동이 힘들고 저를 신경 쓰느라 가족들이 고생한다는 걸 그때 절실하게 알게 됐어요. 낯선 사람의 쳐다보는 눈길이 아플 때도 많았죠.” 수업을 같이 듣거나 캠퍼스를 오고가는 장애학생에 대해 지나친 관심보다는 오히려 무심한 것이 숨은 배려라고 생각한답니다.
“재활치료를 받은 장애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될 때 사회가 성숙하다고 할 수 있겠죠?” 뚜렷한 주관과 따뜻한 시선을 품은 서동화 씨를 지탱하는 바탕에는 매사에 감사하는 자세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것 모두 감사한 일이에요.”
5년 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해나가는 서동화 씨의 작은 날갯짓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리라는 기대에 가슴이 설렙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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