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행, 제대로 즐기기 위해
최근 장애인 사이에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중도 장애인의 경우 장애 발생 이전의 여행 경험을 떠올리며 여행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선천적 장애인의 경우에도 여행을 통해 새로운 도전이나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욕구가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여행의 들뜬 마음은 장애 유무나 나이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큰 기쁨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철 장애인들이 여행에 앞서 들뜬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물이다. 해외여행 시 ‘물이 맞지 않는다’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큰 탈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이 달라지면서 발생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인 복통이나 설사가 장애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신변처리가 어려운 장애인은 요실금이나 요실변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데, 자칫 이러한 증상 때문에 즐거운 여행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인 수도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서울의 ‘아리수’나 수자원공사의 ‘K-water’처럼, 수돗물을 바로 마셔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러한 지역을 여행할 때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생수를 구매해 마시는 것이 좋다. 더불어 생수를 고를 때도 가급적 저렴한 금액의 제품보다는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나 혹은 여러 상품 중에서 중간 정도 가격대를 고르는 것이 흔히 말하는 ‘물갈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여행 중에 발생되는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음식이나 물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상당 부분 좌우되기는 한다. 내 몸의 컨디션은 내가 챙기더라도, 여행을 하는 지역에서 주의해야 할 식재료나 음식을 미리 알아간다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어서 열대지방 여행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음식이다. 더운 날씨에 식재료가 금방 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갓 요리된 음식이 아니라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길거리 음식을 먹고 세균성 이질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남아의 대표 과일 중 ‘망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망고는 쌍떡잎 식물로 미얀마, 인도북부, 말레이반도 등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과일이다. 타원형의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란색으로 익는데 가운데 원기둥 모양의 씨 양 옆으로 과육이 붙어있는 형태이다.
주로 생으로 먹거나 과자나 디저트의 재료,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많이 활용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망고가 ‘옻나무과’라는 사실을 모른 채 섭취했다 큰 고통에 시달리곤 한다. 망고를 먹은 후 가려움증이나 입 주변이 부풀어 오르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증상이 소멸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경우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기도 한다. 특히 장애인들이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자칫 호흡 곤란이나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옻나무 알레르기가 있다 하더라도 정도에 따라 신체적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망고를 먹기 전에 자신에게 옻나무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도는 꼭 확인하고 먹는 것이 좋겠다.
태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땅콩을 활용한 음식도 많다. 피넛버터(땅콩버터)나 땅콩가루, 볶은 땅콩을 주로 사용하거나 다른 견과류를 곁들여 고소한 맛을 내는 음식이 풍부한데, 땅콩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물이나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신변처리의 문제도 있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새로운 환경 속에서 몸이 채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증상이 발생하게 되면 금세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휴가철 해외여행 시에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햇볕 알레르기이다. 뜨거운 볕에 노출된 이후 피부에 발진이나 수포가 생기거나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면 햇볕 알레르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므로 짧은 차림보다는 긴팔의 얇은 옷을 입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습관도 필요하다.
햇볕에 오래 노출될 경우 피부 알레르기 반응도 잘 관찰해야 하지만 체온의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장애인이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어 있을 때 열사병이 생기기 쉽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신경 손상으로 땀이 잘 나지 않고 열이 배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신체적 조건 속에서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는 경우 어지러움과 두통이 발생하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한을 느끼거나 흡사 독감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경우 단순히 감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여름철 열사병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것도 좋다.
7~8월 무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긴다. 여행을 가장 즐겁게 완성하는 것은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이다. 안전하게 사고 없이 원하는 여행지에서 좋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여행이 ‘즐거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여행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확인하고 먹는다면 돌발 상황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알고 있어야 예방할 수 있으니 여름철 장애인 여행에서는 물과 음식, 햇볕을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글, 사진=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는 생각.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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