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을 지키는 고마운 이웃
[푸르메인연] 설재우 기부자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자리한 오래된 동네 서촌에서 나고 자라 지역문화기획자, 여행가이드, 작가, 오락실 주인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는 기부자가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이 위치한 서촌 한가운데서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토박이 설재우 씨(36)입니다.
오래된 동네를 가꾸는 삶
동네 잡지 ‘서촌라이프’를 만들고, 생활 소품 가게 ‘옥인상점’을 열고,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을 되살리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옥인오락실’을 차리고, 소박한 김밥집 ‘다소곳’을 기획하고, 주민 모임 공간이자 공유 작업실 ‘별안간’을 운영하고, 주말마다 서촌을 찾는 사람들에게 골목 곳곳을 안내합니다.
서촌이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핫 플레이스’로만 소비되는 현상이 안타까웠던 설재우 씨. “푸르메재단, 우당기념관, 수성동계곡처럼 자랑스러운 곳들이 많은데 지역을 표면적으로만 스쳐 지나간다면 제대로 알 수 없죠.”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고 사람 냄새 그득한 골목길을 매일같이 거닐며, 지역의 숨겨진 속살을 온전히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활동의 동력은 3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의 면면을 더 깊숙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었습니다. 모르는 곳이 없겠다고 묻자 여전히 새롭다고 합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보물처럼 펼쳐져 있어서 새록새록 재발견하고 있어요.”
자신을 키운 동네에 보답하기 위해
설재우 씨는 2012년 서촌의 이야기를 담은 책 <서촌방향>의 인세를 기부하며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 근처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장애인들과 가까운 이웃으로 지낸 지 오래. “지역을 통해 얻은 것들을 다시 지역에 환원하고 싶었어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의 중요한 구성원인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죠.” 서촌에 자리한 수십여 개의 공익단체들 중에서 푸르메재단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 때부터 설재우 씨는 푸르메재단에 이웃의 정을 듬뿍 나누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정기기부를 시작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동전모금함을 비치하고 재단 행사 홍보포스터도 붙여줍니다. “자신의 일, 가족의 일, 이웃의 일이라고 여기면 바로 바로 움직이게 되요. 동네 일이 제 일이고 푸르메 일이 제 일이니까 당연히 함께해야죠.”
얼마 전, 먼저 전화를 걸어와 기부금을 증액해주었습니다. 증액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은 국내 유일 어린이재활병원에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해 오면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우리 사회가 장애어린이 복지에 대한 관심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구나, 아이 키우는 아빠로서 공감했어요. 증액할 여력도 마음도 있었는데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늦어버렸네요. 매년 조금씩 자동으로 증액되는 기부 방법은 어떨까요? 제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는 반증도 되니 기분 좋게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가수 션 씨처럼 하고 싶어요(웃음).”
장애인 이웃과 함께하는 서촌
장애인 접근성으로 바라본 서촌은 어떨까요. “열악합니다. 서촌이 관광지화되면서 대형버스가 들어오고 차들이 쌩쌩 달려요. 반응이 늦은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을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죠.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생활에 대한 배려가 사라집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첫 걸음으로 설재우 씨는 서촌 옥인로의 음식점과 카페에 장애인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현되었습니다.
푸르메재단을 늘 지켜보는 이웃으로서의 바람은 서촌을 대표하는 친근한 공간이 되어달라는 것. “지금도 누구에게나 충분히 열려 있지만, 지역과의 관계를 조금 더 촘촘히 맺어 나가주세요. 푸르메재단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디딤돌이 되고, 지역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게 되길 기대합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는 설재우 씨. “지역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려 합니다. 아마 제 역할은 또 달라질 거예요.” 덕분에 푸르메도 정감어린 서촌에 오래도록 뿌리내리고 싶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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