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우다

[미국 장애인 작업장 견학] 3편 아크 프레즈노 (Arc Fresno)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를 거쳐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은 어떨까. 학령기를 마치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기란 녹록치 않다.


아크 프레즈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중간에 위치한 프레즈노(Fresno)에서 성인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아크 프레즈노(Arc Fresno)를 방문했다. 이름부터가 지역의 대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다른 느낌이었다. 아크 프레즈노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가와 자립을 돕기 위한 시설이다. 1953년 장애인 부모들에 의해 세워진 이후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사명은 ‘발달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독립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크 프레즈노는 중증장애인들의 자립과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로웬센터(Loewen Achievement center), 장애인들의 일자리 참여를 위한 보호작업장 형태의 프로덕션 센터(Fresno Production center), 그리고 독립적으로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간제 그룹홈인 디스커버리 하우스(Discovery house)를 운영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한 로웬센터 내부
중증장애인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한 로웬센터 내부

먼저 휠체어를 탄 채 쉽게 출입할 수 있는 로웬센터에 들어섰다. 이곳을 잘 상징하는 그림들이 벽에 걸려있고 쾌적한 복도가 방문자를 기분 좋게 한다.


휠체어 이용자가 벽에 부딪혀 부상당하지 않도록 아랫부분을 푹신한 재질로 설계한 것도 배려 깊다. 한국에서는 복도에서 이동하기 쉽도록 손잡이 안전 바를 많이 설치한다고 설명하니 “안전손잡이가 필요하면 설치할 수 있지만, 휠체어로 이동하는 길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고 친절하게 궁금증을 풀어줬다.


중증장애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시간표
중증장애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시간표

상대적으로 자립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한 로웬센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이용자의 수준과 흥미에 맞춘 10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부 프로그램별 시간표가 짜인다. 액션스쿨(Aktion school)에서는 요리, 아트, 뜨개질 등 이용자가 좋아하는 8가지의 서클활동을 진행한다.


로웬센터를 설명해준 사브리나 프라이스(Sabrina Price) 케이스 매니저
로웬센터를 설명해준 사브리나 프라이스(Sabrina Price) 케이스 매니저

학교처럼 시간에 맞춰 수업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도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1 대 1로 지원을 하고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이 그룹 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한국과는 달리, 지원이 필요한 경우 직원이 함께 한 공간에서 수업을 같이 받는다고 한다. 또한 이용자들의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전 직원이 응급처치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을 개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주어진 환경을 바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원 55명과 이용자 130여 명이 함께 지내는 이곳에는 중증장애인의 비율이 높으나 식사, 활동, 출퇴근 등 개인 서비스를 위해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지역주민이 150명에 달한다.


로웬센터 견학을 마치고 장애인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당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돕는 프로덕션 센터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의 작업장은 근무자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게 구성됐다. 훈련과 생산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는 프로덕선 센터의 근무자는 작업 활동에 기여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


프로덕션 센터에서 밝게 웃으며 일하는 장애인
프로덕션 센터에서 밝게 웃으며 일하는 장애인

생산에 참여한 만큼 대가를 받기에 2주 동안 1~2달러를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시간당 10.5달러(2017년 기준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생산량에 대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시간 케이스 매니저가 근무자들의 생산성을 확인한다.


프로덕션 센터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납품받아 작업한다. 볼트와 너트 포장 작업, 유리창 스펀지 부착 작업, 옷걸이 불량품 확인 작업, 문서 파쇄 작업 등이다. 문서 파쇄 작업이 가장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은행과 기업들의 중요 문서를 다루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감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6명이서 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센터 내에서 가장 높아서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샘플 그림판에 부품을 올려놓고 개수를 확인하는 근로자
샘플 그림판에 부품을 올려놓고 개수를 확인하는 근로자

계산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샘플 그림판을 만들어 부품을 판위에 올려놓고 포장할 수 있도록 보조도구를 활용하고 있었다. 고무공 생산 작업 시 수 크기와 색깔 구별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일정량의 바람이 투입되면 공기 펌프 기계를 자동 중단시키는 보조도구도 설치되어 있었다. 장애인들은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환경을 조금 바꾸면 할 수 있는 일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SSI(사회보장서비스)지원 덕분에 프로그램 이용비는 발생하지 않고 월급도 근로자들의 용돈으로 사용된다니 열심히 근무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달콤한 것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안정적으로 운영돼 보이는 이곳에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다. 프로그램 매니저 브라이언 트루키(Brian Trukki) 씨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장애인 근로자 사이의 이성문제가 가장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와 함께 외부업체로 고용이 된 후 적응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것도 고민거리라고 한다. 브라이언 씨는 “외부에서는 적응이 힘들고 근무 강도가 높아 결국 견디지 못하고 비교적 보호된 환경인 프로덕션 센터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 방문 시 동행한 로버트 밥 핸드(Robert Bob Hand) 씨는 “일반 일터에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작업능력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덕션 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브라이언 트루키 씨
프로덕션 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브라이언 트루키 씨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9년 3월부터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주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브라이언 씨는 “남은 기간 동안 장애인의 생산력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자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한국도 머지않아 장애인작업장(직업재활시설)이 일정 비율 이상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라서 브라이언의 고민에 공감된다. 한국과 미국이 장애인 최저임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어떤 방법으로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고 비장애인들과 근로 과정에서의 통합을 모색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글, 사진= 최한성 직업재활사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아크 프레즈노(Arc Fresno)

주소 : 로웬센터(Loewen Achievement Center) 4490 E. Ashlan Ave. Fresno, CA. 93726

프로덕션 센터(Production Center) 5755 E. Fountain Way. Fresno, CA. 93727

연락처 : 로웬센터(Loewen Achievement Center) (559) 547-2633

프로덕션 센터(Production Center) (559) 291-0612

홈페이지 : www.arcfresno.org

이메일 : arcfresno@arcfresno.org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