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지역사회와 함께
[미국 장애인 작업장 견학] 2편 센트럴밸리지역센터 (Central Valley Regional Center)
센트럴밸리지역센터(Central Valley Regional Center)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달장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센터 21개 중 하나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발달장애인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이곳을 통해야만 하기에 ‘발달장애인들의 서비스 출입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빛과 자연을 품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인 프레즈노에 위치한 센트럴밸리지역센터는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베이지색 느낌의 규모가 큰 2층 건물이었다.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인 헤더 플로레스(Heather Flores) 씨가 밝은 미소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로비에 들어서자 1974년 이곳을 설립한 앨리스 곤잘레스(Alice Gonzalez) 여사가 아이들과 함께 서있는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센트럴밸리지역센터는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전 생애주기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게 되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거지요.”
헤더 씨는 센트럴밸리지역센터의 사업에 대해 소개하면서 다른 사업보다도 ‘발달장애인의 고용문제’에 대해 캘리포니아주가 직면한 현실을 설명했다.
헤더 씨는 “센터의 미션은 발달장애인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센터는 모든 연령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센터의 목표는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발달장애인을 위한 옹호자로서 역할을 한다. 둘째는 장애인과 가족의 특별한 욕구를 파악하고 사람중심의 계획을 수립한다. 셋째는 이 계획에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가장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째, 장애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존의 지역사회 자원을 확대하도록 지원한다”고 헤더 씨는 강조했다.
센터는 지역사회 내 기관과 연계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진단, 평가 및 사례관리 서비스, 평생설계(Lifetime Planning), 권익옹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중재자 즉 서비스제공 기관과 장애인의 코디네이터로서 장애인과 가족, 지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는 주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무료로 제공되며, 소득에 따라 서비스 비용이 책정되어 있다. 센터는 가장 최소의 금액으로 발달장애인의 요구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적합한 기관을 찾으면 이에 맞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435명의 직원이 2016년 한 해 동안 약 17,1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캘리포니아주 전체로는 약 30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이 67%로 가장 많고 나머지가 뇌성마비, 뇌전증(간질) 장애인이었다. 72%가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었다.
센터는 성인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을 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사회통합을 막는 발달센터를 폐쇄하고 소규모 거주시설 또는 그룹홈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헤더 씨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지역센터가 핵심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모든 서비스를 생애주기에 맞춰 개인 중심,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실을 나와 두 개의 공간을 견학할 수 있었다. 연령과 장애 정도에 따라 상담과 진단, 평가가 이뤄지는 상담실과 서비스 중재자 역할을 하는 매니저들의 사무공간이다. 사무실은 칸막이가 높아서 관공서 느낌이 강했지만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인 업무를 존중하는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센터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일자리(Competitive Integrated Employment)’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위해 헤더 씨는 우리에게 고용전문가인 데이비드 커세얀(David Keosheyan) 씨를 소개했다.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2013년 9월 오바마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채택한 우선고용(Employment First) 정책과 이에 따른 최저임금지급제도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프로그램은 2개의 세부 사업으로 나뉜다. 먼저,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이 병원이나 기업에서 1년간 무급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나중에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오하이오주에서 시작해 성과를 거두자 캘리포니아주에서 벤치마킹해 널리 진행되고 있다. 데이비드 씨는 “인턴십을 통해 장애인 70% 이상이 채용되었고, 처음 12명으로 시작해 8명이 채용되는 성과를 보였다”며 “취업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4명에게는 다른 직업이나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기회를 준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최근에 시작된 ‘유급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6개월간 인턴십을 실시하는 동안 병원이 장애인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해당 비용을 센터에서 병원에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18세~22세의 장애인이면 이용이 가능하며 개별프로그램계획(IPP)에 따라 진행된다고 한다.
데이비드 씨는 오하이오주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매일매일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헤더 씨와 데이비드 씨와의 만남을 통해 센트럴밸리지역센터가 지역서비스제공 기관들과 함께 발달장애인의 교육, 고용 등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 중심의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출장 기간 동행하며 방문기관들을 안내해준 로버트 밥 핸드(Robert Bob Hand) 씨에게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장애인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한 기업에 혜택을 주지도 않지만, 기업 또한 이익을 바라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일을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한다”고 강조한 것이 인상 깊었다.
우리처럼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손해 보지 않게 보상을 해줘야한다는 생각, 바로 그 자체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장애인 직업재활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하고 특별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제도를 마련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장애인들만을 위한 좋은 공간, 좋은 설비, 좋은 프로그램을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사람 중심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직업을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글= 이민희 센터장 (마포푸르메직업재활센터)
*사진= 최한성 직업재활사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센트럴밸리지역센터 홈페이지
주 소 : Central Valley Regional Center – Fresno 4615 N. Marty Ave Fresno 93722 United States
연락처 : (559) 276-4324
홈페이지 : www.cvr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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