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의 이유 있는 변신
[착한기업을 가다] 토도웍스 심재신 대표이사
수동휠체어는 가볍지만 양팔로 밀어야 해서 힘이 듭니다. 전동휠체어는 조작이 편하지만 무겁습니다. 두 종류의 장점만을 살린 휠체어는 없을까? 그래서 장애인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순 없을까? 이런 질문에서 휠체어 전동 키트 ‘토도 드라이브’는 탄생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기술’을 모토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적정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하는 소셜벤처 토도웍스.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맞닥트리는 불편함을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해결하고 있는 심재신(41)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동에 날개를 달다
심재신 대표는 장애인을 만난 적도 휠체어를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딸의 장애인 친구에게 휠체어를 사주기 위해 매장을 찾았을 때 알게 됐습니다. 전동휠체어는 차에 실을 수 없고 수동휠체어는 팔 힘이 많이 들어서 어린이가 사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간단한 작동만으로도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보게 됐죠. 평소에 기계 만드는 게 취미였거든요. 어린이들이 힘을 안 들이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차 트렁크에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작고 가볍고 간편하게 만들자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취미 삼아 만든 키트를 장착한 휠체어를 딸의 친구에게 선물하자 주변에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받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좋겠다 싶어 토도웍스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게 된 것입니다.
배터리, 모터, 조이스틱으로 구성된 전동 키트는 4.5kg에 불과합니다. 휠체어에 달면 무게가 20kg이 넘지 않는 건 ‘작은 모터에 작은 배터리를 달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가능했습니다. 작동법도 간단합니다. 전원을 켜고 레버를 당긴 뒤 조이스틱으로 속도와 방향을 조작하면 됩니다. 수동휠체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파워어시스트킷’ 제품군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볍습니다.
토도웍스는 장애인의 목소리에서 해답을 얻습니다. 제품 가격은 휠체어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매 가능 가격대를 조사해서 얻은 200만 원 이하로 맞췄습니다. 성능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조이스틱이 접힌 상태로 책상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배터리 잔여량을 휴대폰이 아닌 조이스틱에서 바로 확인하게 된 것도 끊임없이 건의해주는 사용자들과의 소통으로 개선시킨 결과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 대에 장착되어 어린이와 성인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동휠체어 80여 종, 약 95% 이상에 장착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뛰어납니다. 기존 휠체어에 장착하기면 하면 되니까 휠체어를 새로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애어린이의 되찾은 웃음, 새로운 삶
토도 드라이브는 장애어린이의 삶을 180도 바꾸었습니다. 장애로 인해 의기소침해지고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며 자신을 도움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던 어린이들이 자신도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입니다.
“친구들의 가방을 들어주고 운동장에서 피구를 하는 등 활동 범위가 넓어져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장애어린이 한 명의 행동이 바뀌면 주변 비장애어린이들의 인식도 저절로 바뀝니다. 장애 친구를 도와줬어야 했는데 이제 함께 놀 수 있으니까요. 장애어린이들의 눈빛과 표정, 성격이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만큼 확산시켜 나가야죠.”
전동 키트를 지원받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장애어린이 3명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며 말을 건네게 됐다고 합니다. 자유로워진 아이 모습에 가족들도 덩달아 기뻐합니다. 매번 감동한다는 심재신 대표. 곧 푸르메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어린이들에게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기술 향상보다는 교육 쪽에 치중해요.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고정시키죠. 반면 외국에서는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줍니다. 저희는 기술을 통해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심재신 대표는 올 상반기 국내 최초 어린이 휠체어 교육장을 열 계획입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자신의 휠체어를 최대한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휠체어 자유여행 패키지. 이미 선발대가 전동 키트를 장착한 채 일본을 맘껏 누비고 돌아왔습니다.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는 심재신 대표의 바람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것. 사용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며 그 바람은 이미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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