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빙글, 나눔이 차곡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지구의 탄생부터 생명의 역사까지 광대한 자연사를 만날 수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거대한 공룡이 시선을 압도하는 사이, 둥글고 묵직한 물체 주변으로 어린이들이 몰려듭니다. 3만여 점의 화석과 암석, 동식물 표본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푸르메재단의 회오리 레이싱 동전모금함. 동전을 넣으면 경주를 펼치듯 돌아가 구멍에 쏙 들어갑니다. 기부를 놀이하듯 즐겁게 만드는 모금함은 전국 박물관을 통틀어 단 하나, 이곳의 명물이 됐습니다.
인기만점 동전모금함을 부탁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13년부터 어린이들이 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들을 도울 수 있도록 1·3층에 동전모금함을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동전모금함이 365일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손길들을 거칩니다. 지폐만 있는 이들을 위한 배려, 동전교환기에 동전 가득 채우기. 모금함관리자 장은규 주무관은 박물관 인근의 은행들에 일일이 연락해 동전이 있는지 확인해서 바꿔옵니다.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요청하면 은행 업무에 지장을 줄까봐 주기를 짧게 해서 주 1회 10kg씩 두 다발을 갖고 온다고. 종이에 돌돌 말린 동전 뭉치를 살살 풀어 교환기에 탈탈 털어 넣습니다.
어린이들은 “땡그랑~” 소리에 “와~” 함성을 지르더니 동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긴 줄도 마다않습니다. 양쪽 투입구에 넣은 동전이 빠른 속도로 굴러가는 모습에 박수치며 환호하는 아이들을 안내데스크 직원들이 지켜봅니다. 안내담당자 김혜민 주무관은 혹여 아이들이 다치거나 동전모금함이 망가지지는 않을까 살피기 위해서라고 귀띔합니다. 바로 옆 자연사도서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타이르고 조율하는 일도 챙겨야 합니다. 집에서 무거운 돼지저금통을 갖고 와 전시 관람 대신 모금 삼매경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래 친구들을 위한 “나눔은 즐거워”
매월 동전모금함을 개봉할 때면 고사리손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들이 쏟아지며 ‘동전밭’을 이룹니다. 도저히 가늠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정성의 무게를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주머니에 담아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을 마치면 땀이 맺힙니다. 꼬마 기부자들이 4년간 모아준 기부금은 무려 3천여만 원. 마포구 상암동 어린이재활병원의 문을 여는 데 당당히 한몫을 했습니다.
동전모금함 관리를 위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좋은 일에 동참해서 기분이 좋다는 장은규 주무관은 “작지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합니다”라며 웃습니다. 김혜민 주무관은 나눔이 참 쉽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평소에는 와 닿지 않는 속담인 ‘티끌 모아 태산’을 실감했어요. 어린이들이 즐겁게 모금에 동참했던 경험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음을 먼 훗날 깨닫길 바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들을 위해 신나게 동전을 굴릴 꼬마 기부자들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32길 51
문의 : 02-330-8899
관람시간 :
3월 ~ 10월 | 평일 | 오전 9:00 ~ 오후 6:00 |
토요일·공휴일 | 오전 9:00 ~ 오후 7:00 | |
11월 ~ 2월 | 평일 | 오전 9:00 ~ 오후 5:00 |
토요일·공휴일 | 오전 9:00 ~ 오후 6:00 |
※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