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보다 특별한 선물
[푸르메인연] 박순태 기부자 가족
“화려한 생일 파티 대신 아들 또래 친구들에게 베푸니 의미있죠!”
매년 하나씩 늘어나는 생일 케이크 초만큼, 아들의 생일상에 나눔이란 이름의 촛불을 켜는 가족. 아빠 박순태(38) 씨와 엄마 유은영(33) 씨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주원이(5)를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은 또래 친구들을 돕는 값진 경험입니다.
생일날, 기부 촛불을 밝히는 가족
생일 나눔을 실천하는 가족을 만난 날, 주원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재잘거리고 명랑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밝기만 한 주원이에게도 위급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분만 중 태변 흡입으로 뇌손상이 우려되어 중환자실로 급히 옮겨졌고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간절한 기도가 전해진 걸까,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5살 꼬마로 자랐습니다.
▲ 매년 생일마다 장애어린이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주원이네 가족.
박순태 씨 가족의 나눔 실천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주원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한 명의 해외 어린이를, 한두 살 무렵부터는 서너 명의 어린이들을 정기 후원해 왔고, 생일마다 일정액을 더 보태곤 했습니다. 그러다 푸르메재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즐겨 봤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가수 션 씨와 배우 송일국 씨가 자녀들을 태운 유모차를 이끌며 달리는 모습이 두 눈을 붙들었습니다. 션 씨가 1km를 뛸 때마다 장애어린이를 위해 기부한다는 사실은 깊은 감동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주원이의 4살 생일, 푸르메재단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특별한 날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미라클데이’ 캠페인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을 기부한 것. 박순태 씨는 주원이 이름으로 도착한 기부증서를 로봇 장난감 조립장 앞에 세워 뒀습니다. “아이가 장난감 만지고 놀면서 이게 뭘까 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 친구들을 위해서 기부했다는 걸 알게 되겠죠?” 아직은 로봇을 더 좋아하는 주원이가 기부와도 ‘절친’이 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입니다.
“병원에 와 본 이상 기부를 멈출 수 없죠!”
온 가족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자, 지난 6월 기부자 초청행사 ‘1만 명의 기적’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기부금이 병원을 짓는 데 쓰였다는 뿌듯함도 잠시, 부부의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박순태 씨는 “그동안은 기부금을 알아서 잘 써주시겠거니 하다가 직접 가보니 어린이재활병원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와 닿았어요. 병원 건물은 지어졌지만 운영비가 부족해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부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주원이의 5살 생일, 다른 곳이 아닌 같은 곳에 또 다시 기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아빠와 엄마의 특별한 생일 선물로 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들의 손을 잡아준 주원이.
유은영 씨는 “병동 침대를 비롯한 기구들과 공간에 깃든 장애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배려”를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꼽았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폐성장애청소년은 아침엔 장애인 기관에서 자립훈련을 받고 저녁에는 귀가할 수 있어 엄마 입장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에도 장애어린이들을 1:1로 돌보고 장애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드라마 제작프로듀서인 박순태 씨는 방송 일로 어린이재활병원이 위치한 마포구를 갈 때마다 감회가 남다릅니다. “나눔은 우리 가족이 큰 문제없이 웃으면서 잘 살고 있는 매 순간 감사를 표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만큼 기부금을 투명하게 써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션 씨처럼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기부에 나선다면, 스타에 대해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 같다는 의견도 곁들입니다.
▲ 가진 것을 나눌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주원이네 가족.
여느 부모가 그러듯 아이가 밝고 착하게 자라길 바라는 박순태 씨와 유은영 씨. 또 하나의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않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엄마. “나의 것을 챙기기보다 가진 것을 나누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걸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아빠. 온 가족이 함께 켠 아름다운 ‘나눔 촛불’이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의 마음을 환히 비춰주길 바라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