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나눔 "편안한 친구처럼"

[푸르메인연] 만화 작가 조하영 기부자를 만나다


 


매달 11일이 되면 푸르메재단 페이스북에는 두 컷 만화가 등장합니다. 기부자들이 등장해 ARS 한 통의 전화 후원을 요청하는 만화. 인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내 감탄과 웃음을 자아내고 어느새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하게 만듭니다. 만화의 힘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나눔이 이렇게 재미있고 쉽다는 것을 알리지는 못했을 터. 만화를 그린 주인공은 2년째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조하영 만화 작가입니다.


▲ 다양한 웹툰 시리즈로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조하영 만화 작가.

본격 ‘푸르메재단표’ 만화 시대를 열다


2014년 여름, 조하영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국민 기부 캠페인 <기적의 손잡기>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지 고민하던 상황. 캠페인을 이끌던 이지선 홍보대사는 사촌 동생인 조하영 만화 작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방송과 잡지 등 다수 매체에 삽화와 만화를 그려온 조하영 작가는 사촌 언니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푸르메재단의 재능기부자로 기꺼이 나섰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웹툰 <누구랑 손잡지>는 장애어린이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총 6화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조하영 작가는 이지선 홍보대사뿐만 아니라 푸르메재단 직원, 푸르메재활센터 치료사,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고, 여러 차례의 회의와 자료 조사 그리고 취재도 뒤따랐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푸르메재단은 왜 남들은 포기한 어린이재활병원을 기어코 세우려고 하는지를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습니다.


▲ 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조하영 작가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웹툰 <누구랑 손잡지>. (출처 : 푸르메재단)

웹툰 제목에 붙은 ‘코믹명랑생활툰’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밝게 그렸습니다. 그림체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단순화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친숙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재미를 더했습니다. “죄책감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누구든 부담 없이 편안하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조하영 작가의 진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았는지 이지선 홍보대사의 뉴욕마라톤 완주 비화를 그린 4화의 경우 누적 조회수가 최대 2,000여 건에 달했습니다.


▲ 이지선 홍보대사와 함께 장애어린이를 위해 매월 11일 기부에 참여하는 캠페인은 조하영 작가의 재능기부로 진행되고 있다. (출처 : 푸르메재단)

캠페인을 위해 매번 새로운 만화를 그리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인물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기 위해 기부자의 직업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잡는다는 조하영 작가는 “한 달에 한 번은 할 만해요!”라고 덧붙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를 꼽는다면 도자기 판매수익금을 기부한 주필홍 어린이와 형제들. 삼형제가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제 만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조하영 작가 덕분에 푸르메재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깔이 하나둘 채워집니다.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정주행’ 만화


웹툰 연재는 처음이라는 뜻밖의 고백. “예전에는 웹툰을 할 생각이 없다가 <누구랑 손잡지>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웹툰을 하게 됐어요. 저에게 영향을 준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지금은 초등학생 야구단의 성장담을 그린 웹툰 <이달초 야구단>을 활발히 연재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재창단된 야구단을 소재로 야구를 처음 해본 아이들과 초보 감독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는데 벌써 1년이 넘었네요(웃음).” 웹툰의 배경으로 삼은 속초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사진 찍고 꼼꼼히 취재한 자료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워낙 야구를 좋아하는 터라 언젠가 야구 얘기를 그려야겠다는 굳은 의지도 한몫 했습니다.


▲ 초등학생 야구단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웹툰 <이달초 야구단>. (출처 : 코미코)









▲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만화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조하영 작가.


이 모든 과정을 어시스턴트 없이 혼자서 진행한답니다. 종이와 펜으로 그린 스케치를 스캔해 포토샵으로 색과 대사를 입혀 완성합니다. 댓글들이 증명하듯 첫 회부터 끝까지 건너뛰지 않고 다 본다는 의미의 ‘정주행’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매번 구상해서 만든다고. 간혹 일부 내용을 지적하는 의견이 달리면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반영합니다. “댓글을 계속 남겨주시는 분들은 이제 친구처럼 느껴져요. 계속 관심 갖고 봐주시는 분들이 힘이 되죠.”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밥줄’이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조하영 작가. 게다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이 잘하는 일로 나눔까지 실천하는 기부자. “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꾸 생겨나서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요즘 자극적인 만화들이 많은데요. 그렇다면 자극적이지 않은 만화들도 많이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만화를 꾸준히 그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사촌 언니 이지선 홍보대사처럼 책을 내고 싶다는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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