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 속으로 ‘메이킹프랜즈’
[착한가게를 가다] 메이킹프렌즈(Making Friends)
주문 받는 즉시 구워 내는 두툼한 패티와 신선한 야채가 듬뿍 든 햄버거. 가격은 유명 브랜드 햄버거의 절반, 아니 삼분의 일. 도대체 이런 곳이 여전히 있을까 궁금하다면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즉석 햄버거 전문점 ‘메이킹프렌즈’로 가보세요. 학창시절로 시계태엽을 돌려놓은 듯, 10년 전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단골손님을 부르는 비결 ‘신뢰와 의리’
남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는 메이킹프렌즈 최기월 사장님은 동네 터줏대감으로 통합니다. 2006년 겨울 가게를 연 이후로 맞은편과 옆자리에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나는 걸 지켜보며 줄곧 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노란색 메뉴판을 들여다보곤 화들짝 놀랍니다. 치즈버거 2천 원, 불고기버거 2천5백 원, 치킨버거세트 3천5백 원.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묻자 “단골손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단 100원도 올리지 않았죠”라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웃습니다.
단골의 대부분은 단체 손님. 특히 주머니 얇은 학생들과 의경 기동대, 비영리단체에게 인기입니다. 집회와 시위 장소의 메카가 되고 있는 청와대 주변에 위치한 특성상 누구보다 그날의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대규모 행사나 시위가 예정되어 있을 경우 음식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 점심을 지난 한가로운 시간대라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직장인, 외국인, 어린이 등 여러 명의 손님들이 갓 조리된 따끈한 햄버거를 건네받았습니다. 햄버거는 때가 없는 음식인 만큼 사장님도 항시 대기 상태. “첫 손님이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찾아줄 때 가장 뿌듯합니다. 가게 홍보 없이도 소개를 통해 손님이 계속 이어질 때 굉장히 고마워요. 신뢰 하나로 버텨왔죠. 그 인연이 참 소중해요.”
가게를 운영하는 원칙은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것. “체인점을 내거나 인테리어에 공들이는 대신 햄버거 하나를 만들더라도 직접 개발한 레시피대로 양상추랑 토마토 넣고 즉석조리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욕심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하니까 되던데요?” 남들 다 하는 광고와도 일찌감치 거리를 두었습니다. “한번 맛집이라고 알려지면 매출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동네 가게들 다 죽이는 거예요. 앞집 옆집 살아야 저도 살고 다 같이 살 수 있어요.” 터줏대감답게 같은 동네에 터 잡고 살아가는 동료 상인들을 살뜰히 챙기려는 상생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진정한 나눔은 마음이 평안할 때 건네는 손길
주문대 한편에 푸르메재단 나눔모금함이 놓여 있습니다. 2011년 푸르메재단 직원이 모금함을 비치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요청을 하자 흔쾌히 두고 가게 했던 것. 그때부터 손님들이 기부한 동전과 지폐를 차곡차곡 모아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에 써달라며 보태왔습니다.
이곳을 종종 찾는다는 서울맹학교 학생들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합니다. “음식을 직접 주문해서 잘 먹는 학생들에게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이 느껴졌어요.” 최기월 사장님은 학생들이 손가락으로 음식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짚어주거나 횡단보도 음향신호기 앞까지 바래다주곤 한답니다. 길을 안내할 때 시각장애인의 팔을 잡고 이끌었었는데, 반대로 팔을 잡게 하고서 안내해 주라는 특수교육 전공자 친구의 말을 듣고 행동을 바로잡기도 했다고.
그러면서 장애인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푸르메재단 건물 1층 장애청년의 일터인 ‘행복한베이커리&카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카페가 생기는 바람에 저는 손님을 좀 빼앗겼지만(웃음), 커피랑 빵 모두 사먹어 봤는데 맛있었어요. 전망도 확 틔어 있어서 좋아요. 어린이 재활치료 지원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직업도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여유가 있으면 날마다 기부와 봉사만 하며 살 것 같다는 최기월 사장님. “마음이 평안할 때 나누는 게 진정한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조급해하면서 하는 기부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과 다름없어요.” 모금함에 조금씩 쌓여가는 기부금을 있는 그대로 전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처음 맞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맛과 저렴한 가격. 단체 주문 시 서비스로 캔 콜라 하나를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에 반해 누구라도 다시 찾을 메이킹프랜즈. “자주 오던 중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 애인을 데려오기도 해요. 학교 다닐 때 맛있게 먹었던 곳이라면서요.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그 바람처럼 맛있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곳으로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라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