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요리하는 '큰 곰'
[착한가게를 가다] 다이쿠마
어느 늦은 저녁, 출출한 배를 채울 겸 간단한 식사와 함께 술 한 잔을 하고 싶다면 이자카야가 제격입니다. 숙명여대 앞 ‘다이쿠마’. 여느 이자카야와는 달리 간판에 쓰여진 글자보다 그려진 하얀색 큰 곰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 잠시 쉬었다 가라며 손짓하는 곰을 따라 들어가면, 풍성한 요리에 배불리 취하게 되는 그런 곳입니다.
오뎅탕에서 사시미까지… 술을 부르는 맛
2층에 자리한 가게로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놓인 조명이 실내를 아늑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고로케며 새우 등 벽에 걸린 음식 그림들이 식욕을 한껏 돋웁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던 김우석 다이쿠마 대표가 주방에서 나와 푸근한 미소로 맞아줍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다이쿠마는 카페가 즐비한 숙대 앞에 몇 안 되는 이자카야 중 한 곳입니다. 숙대생들로부터 ‘맛있고 저렴한데다가 서비스도 푸짐한 가게’로 알음 알음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대학생들이라 다른 이자카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려고 노력합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내는 김 대표. 일본식 술인 사케와 칵테일을 지칭하는 사와 등 주류에 곁들일 만한 요리의 종류가 많습니다. 사시미류, 탕류, 튀김류, 볶음류, 조림류 등 안주로 먹을 요리부터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요리까지. 그 중에서 인기 메뉴로 “나가사키짬뽕탕과 베이컨숙주볶음, 치킨가라아게, 타코와사비”를 꼽습니다. “문어회를 살짝 데쳐서 와사비에 비벼 먹는 타코와사비는 30대 이상 분들이 즐겨 찾는 단골 메뉴랍니다. 맛있다고 3그릇씩 주문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죠.” 생소한 메뉴이지만 맛깔난 설명을 들으니 당장 도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어로 다이쿠마는 ‘큰(다이) 곰(쿠마)’을 뜻합니다. 큰 곰은 김 대표를 지탱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비행기 매니아이기도 한 그는 가게 한 켠에 비행기 모형을 전시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가에 있는 만큼 이벤트나 행사에 대한 욕심도 많습니다. 이미 일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음악적 끼가 다분한 매니저가 가게 앞을 무대 삼아 버스킹 공연을 펼친 것. 비록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오는 바람에 10분 만에 끝났지만, 앞으로도 재미있는 시도를 계속해볼 요량입니다.
요리처럼 삶의 일부가 된 나눔
김 대표의 이력은 그가 만들고 개발하는 요리처럼 다채롭습니다. IT업계에서 15년을 일했고 비영리단체를 거쳐 지금은 3D 프린팅 사업을 겸한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문한 요리를 한 입 먹어보고는 ‘분명 요리사 출신일 거야’라고 짐작할 법도 하지만, 가게를 열기 전까지 일식은 취미로 나눔을 위해 펼쳐온 영역이었습니다. “일식은 8년 전부터 일식조리기술원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접하게 되었죠. 요리를 하는 봉사자들의 일손을 돕다가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되었어요.” 보육원과 미혼모시설은 물론 군부대도 마다않고 한 끼의 맛있는 일식을 대접하기 위해 달려갑니다. ‘맛의 달인’으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로 활약했고 직장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푸르메재단을 후원하는 열혈 정기기부자로 각종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발 벗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2011년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장으로 재직 시,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재활치료와 재활센터 건립에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가게를 ‘푸르메천사’로 지정한 것도 그때 시작된 일입니다. “장애어린이를 위해 더 많은 가게들이 기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들을 보면서 언젠가 저도 푸르메천사 현판을 꼭 달아보고 싶었죠.”
입구에 당당히 푸르메천사 현판을 달게 된 지금, 푸르메재단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건 여전합니다.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장애어린이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틈 날 때마다 나눔모금함에 잔돈을 넣는 김 대표를 따라 손님, 지인, 매니저도 합심해 모금함을 채워줍니다.
‘아지트’처럼 편안한 이자카야를 꿈꾸며
“맛있다는 말 한 마디, 분위기가 좋다는 말 한 마디를 들을 때가 가장 고맙죠.” 숙대 학생들의 커뮤니티가 활발한 덕분에 한번 소문이 나면 홍보도 저절로 된다고 덧붙입니다. 커뮤니티와 SNS를 보고 방문한 손님들이 꽤 많은 편이라고. 김 대표는 가오픈 첫 날 맛있게 먹었다며 천 엔짜리 엔화를 선물로 남긴 커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고마운 손님이라며 수줍은 듯 웃습니다. 요리 하나 하나에 가득 쏟는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
홀로 주방을 책임지랴 홍보하랴 이벤트 펼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김 대표는 이자카야 그 너머를 꿈꿉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꿈꿉니다. 굳이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어디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는 모여서 속닥일 수 있는 곳이랄까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 협업(co-work)이 이뤄지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얼마 전부터 일본 가정식으로 구성한 점심 특선을 개시했습니다. 머지않아 입맛을 사로잡고 인심까지 덤으로 얹어 줄 따뜻한 요리를 맛보러 오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일 것 같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2가 63-21 2층
영업시간 : 오후 5시 ~ 새벽 1시 (일요일 휴무)
문의 : 02-704-3737
SNS : facebook.com/izakayadaikuma
instagram.com/DAIKUMAIZAK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