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는 내 운명

[착한가게를 가다] 푸르메


 


몇 달 전 2014년 기부자 이름을 정리하던 간사가 깜짝 놀랐습니다. ‘푸르메’라는 이름의 기부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걸어보니 구로구에 위치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습니다. 푸르메재단과 똑같은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는 반가움과 매월 꼬박 기부를 해주는 데 대한 고마움을 안고 푸르메 김용철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실내부터 작은 소품까지… 인테리어디자인은 내 운명


푸르메는 2010년에 설립되어 페인팅에 디자인을 접목한 아트페인팅과 벽면을 식물로 장식하는 수직조경의 방식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김용철 대표는 업체를 차리기 전에 건설 현장에 있었습니다. 인테리어를 하던 지인이 요청할 때마다 도와주다 보니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업종을 바꾸게 된 것입니다. 파랑색과 녹색 계열을 워낙 좋아해서 선택하게 된 상호명이 푸르메입니다. 김용철 대표는 휴대폰으로 실내 공간부터 의자, 테이블, 선반, 간판 등 작품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원목을 그대로 살려 모양을 내고 색깔과 무늬를 입혀 ‘푸르메’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김용철 대표는 “카페와 레스토랑, 미용실처럼 이러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 가게들에서 주로 의뢰가 많이 들어와요.”라고 말합니다. 가게 평수에 따라 대략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 작업을 해나갑니다. 하나밖에 없는 직원과 모든 부분을 맡기엔 어려워 부분적으로 하청을 주기도 합니다. “페인트로 인위적인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벽돌무늬를 내기도 해요.” 정교하게 작업해 나가는 김용철 대표에게서 자부심이 묻어나옵니다.




▲ 은은한 조명과 잘 어울리는 원목 느낌의 바(왼쪽), 파스텔톤 분위기로 디자인한 미용실(가운데), 의자와 테이블, 벽면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내부(오른쪽) (푸르메 김용철 대표 제공)


“제 디자인은 무궁무진하죠.” 무한한 작업의 세계를 펼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서 주말에도 작업할 때가 다반사랍니다. 집에는 막걸리 테이블, 편백나무 쌀통, 캣타워, 수납장 등 직접 만들지 않은 게 없을 정도랍니다. ‘무슨 재료 어떤 색으로 어떻게 만들까?’ 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질문입니다. 운전 중에도 남다른 디자인을 해놓은 곳에 자동으로 시선이 갑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 뒤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합니다. “늘 준비되어 있어야 의뢰가 들어왔을 때 착착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전 세계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디자인입니다. 제가 생긴 것과는 다르죠?” 김용철 대표의 입가에 미소가 걸립니다.




▲ 수직조경으로 생화를 장식한 레스토랑 입구(왼쪽), 꽃을 담은 액자 화분(오른쪽)

(푸르메 김용철 대표 제공)


일과 사람에 대한 애정, 나눔으로 이어지다


얘기 듣다가 문득 가게를 둘러보니 뭔가 수상했습니다. 옷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넓은 공간이 필요해 얼마 전 경기 광명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새로운 주인이 옷가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옷가게 주인과는 ‘형님’이라고 부르며 가까이 지냅니다. 얼마든지 개방할테니 필요할 때 쓰라는 ‘형님’의 제안에 김용철 대표는 옷가게에 맞게 파이프 행거에 나무 선반도 더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푸르메재단에 정기기부를 한 지 이제 1년이 넘었습니다. 작년 2월 인터넷에서 ‘푸르메’를 검색하니 푸르메재단이 나왔고 가수 션이 홍보대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평소에 선행을 많이 하는 션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터라 기부도 시작했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소중히 잘 쓰일 거라고 믿습니다. “기부금이 제대로 쓰여 기부자들이 믿을 수 있는 단체로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완벽한 게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김용철 대표는 주변에 막 퍼주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글귀를 새기거나 나무로 뚝딱 만든 소품을 선물하고, 사진 앨범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제 취미생활이거든요. 워낙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요.” 같이 일하는 직원도 재능기부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직원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합니다. “다른 업체에서 일하다가 저랑 일하고 싶다고 그만두고 온 동생이죠. 일도 잘하고 성품도 훌륭해요. 세상 모든 사람 말은 안 믿어도 동생 말은 믿어요.” 좋아하는 일과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나눔도 즐겁게 느껴집니다.


▲ 옷가게에는 파이프로 만든 예쁜 의자와 테이블이 손님을 맞고 있다.


디자인 경험 녹여낸 전시장 겸 카페 열고파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일까요. “고객들이 작업이 예쁘게 잘 나왔다고 만족스러워했을 때예요. 개업식에 오시는 손님들이 잘 해놨다고 할 때 보람을 느끼고요.” 간혹 터무니없는 요구로 힘들게 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단순 노동을 해서 일하면서 재미도 없고 왜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작업을 마칠 때마다 뿌듯하고 좋더랍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컴퓨터 사용이 미숙해 홍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일 아쉬워하는 사람은 아내입니다. 좋은 디자인인데 잘 알려지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테리어의 특성상 일이 꾸준하게 들어오긴 어려워서 다른 업체 일도 하고 과거 경험을 살려 보수와 방수 공사도 한다고 합니다.



김용철 대표의 꿈은 전시장 겸 카페를 여는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디자인을 100%로 쏟아낸 멋진 공간. 아직 기회가 닿지는 못했지만 그 꿈은 유효합니다. 가게를 했었을 때 동네 주부들이 공방을 해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지만 “여성분들 앞에 서는 게 쑥스러워서 자신이 없었죠.”라고 수줍게 웃습니다. 자리가 잡히면 시골에 내려가 만들고 싶은 거 다 만들면서 살고 싶다고 합니다. 김용철 대표가 차린 카페에서 지금보다 넓어져 있을 ‘푸르메’ 디자인 세계를 두런두런 얘기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푸르메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구로구 새말로9길 48

문의 : 김용철 대표 010-3272-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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