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돕는 100년의 역사가 깃든 재활 현장
[일본 나고야·다카야마 장애인 천국을 가다] 2편 아이치현 제생회 재활병원
올해 12월이 되면 그동안 푸르메재단이 꿈꿔왔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선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30만 명의 장애어린이와 가족들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성공적으로 건립하기 위해 우수한 시설뿐만 아니라 운영의 노하우를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사회복지법인 은양재단 제생회 아이치현 제생회 재활병원(社会福祉法人 恩暘財団 濟生会 愛知県 濟生会 リハビリテーション病院, 이하 제생회 재활병원)을 찾았다. 어린이재활병원에 무엇을 적용할 수 있을지 배울 점이 많은 곳이었다.
▲ 나고야에 위치한 아이치현 제생회 재활병원 전경. 개원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첫 걸음
이 병원의 나가시마(長嶋正實) 원장이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부원장, 간호과장, 치료실장 등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제생회 재활병원의 설립 이념과 병원 전반에 대한 소개, 일본 의료의 방향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제생회는 메이지국왕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의료로 돕기 위해 메이지 44년(1911년)에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전국 100개의 병원과 진료소, 300여 개의 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고 56,000명이 근무하는 일본 최대의 기관이다. 세 가지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먼저, 생활고를 겪고 있는 불우한 이웃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생활보호수급자를 비롯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의료비를 무료로 지원하거나 덜어주는 ‘무료진료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연 19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두 번째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질적・양적으로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급성기에서 아급성기, 만성기 단계에 맞게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재해가 발생하면 직원을 파견해 구명 구급에서 심리적인 지원까지 단계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재해 발생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의 조직들이 서로 연계된 상태에서 시설, 설비, 사람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종합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이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초고령화… 노인 의료를 고민하다
▲ 나가시마 원장이 일본의 고령화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노인 의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분 | 2012년 | 2015년 | 2025년 | 2055년 |
65세 이상 | 24.0% | 26.8% | 30.3% | 39.4% |
75세 이상 | 11.8% | 13.0% | 18.1% | 26.1% |
▲ 일본의 고령화 비율
나가시마 원장은 “일본은 2015년 65세 이상의 비율이 26.8%으로 현재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한국 또한 일본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일 때 고령화 사회이고, 14%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한국은 머지않아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일본은 노인 의료에 대한 고민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전체 의료비 50조엔(한화 약 500조 원) 중에서 노인 의료비는 22조엔(약 220조 원) 이상으로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제생회 재활병원의 환자 대부분은 노인이다.
성인과 노인 중심의 최신 재활치료 현장
병원은 제생회 설립 정신을 기반으로 보건·의료·복지·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1932년 나고야클리닉으로 시작해 2013년 급성기병원에서 아급성기병원으로 전환했다. 당장 사회복귀가 어려운 환자의 회복을 돕는 재활치료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제생회 병원 중에서 가장 최신식으로 지어졌다. 전체 4개 병동에 199병상을 갖췄고 직원은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 등 270명이다. 어린이 재활보다는 성인과 노인을 위주로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 다소 아쉬웠으나, 최신 재활치료 시설을 견학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 사회복지법인 제생회는 일본 전역에 약 100여 개의 병원과 300여 개의 시설을 두고 있다.
병원은 세 가지 기본방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먼저, 인간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양질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자립을 지원한다. 두 번째는 생활상담이나 건강진단을 통해 치료가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자기 연구에 힘써 지식과 기술의 향상에 노력하고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집중치료에서 사후관리까지
제생회 재활병원의 목적은 환자의 빠른 재활과 퇴원 후 사회복귀이다. 어린이와 외래 환자가 아닌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하고 퇴원 후 통원치료를 제공한다.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 입원 환자 위주로 재활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치료실의 모습.
병동에는 일본의 가정집 형태의 시설을 설치해 놓고 일상생활 기기를 다루는 훈련을 진행한다.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가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각 층마다 물리치료공간과 언어치료실을 구성하기도 했다. 환자의 빠른 치료를 위해 환자가 언제든지 스스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재활공간을 마련한 점이 놀라웠다.
▲ 환자가 퇴원 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경과 흡사한 모습으로 구현시켜주는 장비.
몸에 맞게 욕실의 높이와 규격, 안전바의 위치를 설정해볼 수 있다.
▲ 퇴원 후 환자가 일상에서 재활할 수 있도록 일본 전통 가정집을 재현해놓은 환경.
▲ 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치료실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언제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각 층에 구성된 물리치료공간.
생활이 치료가 되는 공간
전반적으로 환자 중심으로 설계된 점이 돋보였다. 일반적으로 병원 관계자 입장에서 설계가 이뤄지는 현실과는 달랐다. 환자가 모든 공간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병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한국의 많은 병원과는 달리 각 병실의 화장실과 세면실은 밖에 있었다. 왜 그럴까? 환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치료의 한 구성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장실의 개수도 생각보다 많았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이 화장실을 자주 가는 특성을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 화장실은 치료의 일환으로 병실 밖에 마련되어 있다.
▲ 환자가 불편함 없이 신체적,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된 병실 내부.
또 다른 특이점은 거의 모든 화장실이 장애인 편의를 고려해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보관하는 장소라든지 곳곳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도 눈에 띄었다. 재활을 받는 환자들을 위해 세심한 부분을 반영해 이용자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병원 전체 모습은 일반 재활병원보다는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환자 혼자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동욕조기.(왼쪽)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일본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욕조 형태를 갖춘 일반 샤워실 내부.(오른쪽)
▲ 식사서비스는 환자가 두 가지의 식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환자의 재원 일수는 72.9일. 환자의 77%가 집으로 돌아가고 약 72%가 타시설로 치료를 받으러 간다. 입원에서 퇴원, 퇴원 이후까지 관리하는 제생회 재활병원의 모습은 의료서비스의 경쟁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여기서 내세우는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별다른 지원 없이 독자적인 수익구조를 통해 운영된다는 점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병원은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기다려야 하는 일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세우는 큰 장점이다. 병원의 최종 목적은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장애어린이들이 필요한 치료를 제 때 제대로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것이 푸르메재단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 아이치현 제생회 재활병원 직원들이 친절하고 자세히 안내해 준 덕분에
무사히 견학을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글= 오병관 간사 (기획사업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아이치현 제생회 재활병원>
· 주 소 : 〒451-0052 名古屋市西区栄生一丁目1−18
· 전 화 : 052-571-5251
· 홈페이지 : http://www.aichi.saiseikai.o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