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기 좋은 마을, 다카야마시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합니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이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고 종로구에서 추진하는 무장애마을을 만들기 위해 2015년 1월 26일~1월 30일까지 일본 나고야와 다카야마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 과천시장애인복지관, 푸르메재활센터, 푸르메재단으로 구성된 연수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어린이재활병원과 무장애마을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했습니다. 장벽을 허문 무장애 마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재활병원, 장애어린이도 마음껏 이용하는 도서관, 장애인이 꿈을 키우는 직업‧복지시설과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자립생활센터 등 8곳을 방문한 후기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나고야·다카야마 장애인 천국을 가다] 1편 다카야마시 무장애 마을


‘다카야마시, 누구나 좋은 마을 만들기’


다카야마시가 2005년 제정한 조례의 이름이다.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긍금해진다. 특히 ‘누구나’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는다. 여기에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평등, 기회, 권리라는 단어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개인의 상황과 형편과는 상관없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리며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마을이 아닐까? 다카야마시가 무장애마을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 다카야마시 무장애 마을의 전경. 보도의 단차를 2cm 이하로 낮춘 덕분에 휠체어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다카야마에서 무장애마을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갖고 시청으로 향했다. 다카야마시청의 브리핑 장소에 도착하니 방문을 환영하는 안내판과 함께 무장애마을을 담당하는 다카야마시청 기획과 직원인 와니 나오꼬(和仁奈緒子) 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다카야마시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무장애마을 조성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와니 나오꼬 씨가 무장애마을 사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카야마시는 면적 2,177㎦, 인구 9만4천 명의 작은 도시이다. 면적의 92% 정도가 산림으로 되어 있고 일본에서 해발 3,000m 이상 되는 21개의 산 중에서 11개가 다카야마시에 위치해 있을 만큼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다카야마라는 이름이 한자로 고산(高山)인데 이름 그대로 높은 산의 도시이다.




▲ 일본 중앙 기후현에 위치한 다카아먀시는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노인과 장애인, 관광객의 어려움을 느끼다


일본은 전체 고령자 인구 비율이 높아 23%를 차지한다. 다카야마시의 고령자 비율은 29.2%로 일본 평균보다 훨씬 높다. 고령화로 인해 시력과 청력이 약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져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구가 증가했다. 다카야마시는 매년 304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와니 나오꼬 씨는 “고령자와 장애인,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장벽 없는 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불편함을 듣는 일에서 시작된 변화


무장애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모니터투어를 통해 장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일이었다. 모니터투어는 외부인으로 구성해 진행하는데 지역주민이 아닌 외부인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니 나오꼬 씨는 “지역주민은 현재의 환경에 익숙해 불편한 점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고 불편한 점을 발견하더라도 시청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모니터투어는 32회 실시하고 500여 명이 참여했다.


무장애마을로 변해가다


모니터투어를 통해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차도와 인도 사이의 단차였다. 단차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상점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시작한 일은 도로 정비. 예산이 제한적인 탓에 전 지역을 할 수 없는 한계로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JR 다카야마역 10km 반경을 우선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 5cm 이상이었던 단차를 낮추고, 차도 폭을 좁히는 대신 인도 폭을 넓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럭에 열선을 설치해 눈이 오면 녹게 하고 우수관의 구멍을 작게 만들어 휠체어, 유모차, 케인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물론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에는 구멍이 큰 우수관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제작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한다.




▲ 휠체어의 진입이 편리하도록 단차를 낮춘 상점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차를 완전히 없앴더니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단차를 2cm 이하로 높여 차도와 인도를 구분시켰다.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장애인 모두에게 이동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정한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종종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해 무장애마을로 변화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화장실도 달라졌다. 장애인과 고령자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으면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해하고 실제적인 어려움도 경험하게 된다. 화장실을 정비하는 것도 도로정비와 함께 중요한 사업으로 선정해 진행했다. 처음에는 휠체어 이용이 편리한 화장실을 조성했으며 지금은 어린이와 고령자, 장루·요루장애인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로 바꿔가고 있다. 공중화장실 158개 중에서 88개를 다목적 화장실로 개보수했다.




▲ 시각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화장실 문 앞에 촉지도를 설치했다.(왼쪽)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다목적 화장실의 내부. 장루‧요루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눈에 띈다.(오른쪽)


마음을 같이 하고 협력해 이뤄가는 곳


무장애마을을 조성하는 일은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시청에서는 전반적인 내용을 기획과가 주관하고 도로정비는 유지과, 공중화장실은 하수도과, 민간시설은 복지과 등 여러 부서가 협력해서 일을 진행한다. 지역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무장애 공간을 함께 조성해야 마을 전체가 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민간시설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면 시에서 총 비용의 절반을 200만 엔(한화 약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 차도 폭을 좁히고 보도 폭을 넓혀 이동 공간을 확보했다. 경계석이 있으나 중간 중간 휠체어가 건너갈 수 있도록 했다.


누구에게나 편리한 무장애마을


다카야마시 무장애마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현장을 확인했다. 듣던 대로 도로는 단차가 없거나 낮았고 다목적 화장실로 정비된 공중화장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더욱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상점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턱이 없거나 경사로가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발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말이다.




▲ 휠체어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구멍을 작게 만든 배수구.

손잡이로 쉽게 들 수 있어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 배수가 잘 된다.


숙소인 다카야마 그린호텔(高山グリーンホテル)도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룸’을 운영한다. 호텔 측의 허락을 받고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출입구, 화장실, 욕실, 스위치의 위치 등 세심하게 배려해 정비되어 있었다. 유니버셜룸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도 손님이 계속 이용하고 있어 하나 남은 빈 방을 둘러봐야했을 정도였다.


일본은 장애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에 마음을 두고 실천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의 일본 사례가 떠오른다. UD 컨설턴트인 모치즈키 노부아키 씨가 ‘놀이와 만나는 UD_동경디즈니랜드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동경디즈니랜드에서 장애인 고객을 배려한 여러 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휠체어 장애인과 어린 아이들을 위해 호수에서 벌어지는 쇼 관람석에 설치된 사람 가슴 높이의 펜스를 낮춰서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 휠체어를 비롯한 보조기구에 탄 채로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휠체어 그네는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와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날 수 있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지만 관심이 없어서 생각도 실행도 못하는 일들이 있다. 관심과 배려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수는 없을까? 2014년 12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가 푸르메재단에 휠체어 그네를 기증하게 된 과정이 그렇다. 장애어린이들에게 휠체어 그네를 선물하고 싶었던 조수미 씨는 국내에 제작하는 곳이 없어서 수소문 끝에 아일랜드 제조회사에 주문해 어렵게 들여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휠체어 그네가 없는 이유가 단지 휠체어 그네를 제작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마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결과일 것이다.


편리한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찾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 없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다카야마시 그린호텔의 장애인 전용 객실에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장애인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왼쪽)

화장실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손잡이를 볼 수 있다.(오른쪽)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생각하고 무장애마을을 조성하고자 뜻을 두고 추진했다는 것이 참 부럽다. 그 뜻이 현실로 이뤄져 지역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이끌어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푸르메재단과 종로장애인복지관이 위치한 종로구도 오래된 지역이며 국내외 관광객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다카야마와 유사하다. 푸르메재단이 있는 종로구 내 서촌지역(세종마을)에서부터 물리적·정서적 장벽을 허물어 무장애마을로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촌은 낡고 오래된 한옥과 현대식 카페·공방이 공존하는 곳으로 정취와 멋을 느끼러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골목이 좁고 턱이 높아 정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무장애마을이 필요한 이유다. 조금씩 변화해 한 사람이라도 더 살기 편리한 마을을 만든다면 결국 누구나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사진= 김상현 팀장 (종로장애인복지관 지역연계팀)



· 주      소 : 다카야마시청 岐阜県高山市西之一色町2-180

· 전      화 : 0577-33-5500

· 홈페이지 : http://www.hida.jp/barrierfree/index.html

· 이  메 일 : 와니 나오꼬 n.wani@city.takayama.lp.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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