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멜로디를 노래해요
[푸르메인연] 푸르메재활센터에 다니는 채하은 양의 어머니, 장금렬 씨
“아이가 밝고 참 예뻐요. 엄마를 닮았어요.” 지난 번 푸르메인연에서 만났던 분이 입이 닳도록 칭찬합니다. 모녀를 알고 있다면 다 같은 마음일 겁니다. 늘 밝게 웃는 엄마는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아이는 그 음악을 따라하며 흥얼댑니다. 서로 마주보며 주고받는 말과 행동들이 희망의 멜로디가 되어 푸르메 곳곳을 물들입니다.
안녕하세요. 푸르메인연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26개월 된 예쁜 딸아이 하은이를 키우고 있는 장금렬이라고 합니다. 고양시 행신동에 살고 있어요. 하은이가 9개월 때부터 푸르메재활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이제 1년 조금 지났네요. 푸르메재활센터 옆에 있는 맹학교에도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푸르메인연을 통해 만난 아이 중에서 하은이가 가장 어리네요. 하은이는 어떤 장애가 있고 장애에 대해서는 언제 알게 되셨나요?
하은이는 시각장애 1급이에요. 첫 아이라 조금 늦겠거니 했지 장애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태어나고 6개월 지나면 눈을 마주치고 웃기도 하는데 하은이는 반응이 없었어요. 큰 병원에 가서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병명은 레버선천성흑암시에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아주 미세한 시력을 갖고 있다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병이죠. 원인을 몰라서 고칠 수가 없대요. 처음에 믿을 수가 없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소아안과 1인자라고 하는 서울대병원 유영석 교수님께 진찰을 받았어요. 검사를 다 해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고 하셨어요.
치료사 선생님들이 하은이가 예쁜 목소리로 음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또래보다 말도 잘한다면 칭찬을 많이 하세요. 어머니가 보시는 하은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눈이 안 보이니 청각이 예민한 편이에요. 듣는 귀가 열려 있다 보니까 언어습득이 빨라요. 병명 알게 되면서 하은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대식구가 살다보니 말도 빨리 늘게 된 것 같아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아이가 더 밝아진 것 같아요.
성격이 밝고 좋아요. 하은이는 한 번도 푸르메재활센터에 가기 싫다고 울거나 떼를 쓴 적이 없어요. 항상 웃는 얼굴을 하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치료사 선생님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아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수업을 정말 잘 하시고 정도 많으세요.
하은이가 맹학교를 다니는 동시에 재활센터에서 여러 치료를 받으려면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낼 것 같아요. 하은이의 일주일 생활이 궁금합니다.
푸르메재활센터에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가고 맹학교에는 화, 수, 금요일에 가요. 월요일에는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물리치료를 받고 목요일에는 음악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받고 있어요. 하은이가 푸르메재활센터에 오는 걸 정말 좋아해요. 특히 음악 치료를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결혼 전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서 동요를 수시로 불러줬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악기를 접하니까 더 흥미로워 해요. 오늘도 차 안에서 ‘기타치러 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 있죠.
다양한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싫은 기색 없이 잘하고 있다니 대견하네요. 하은이가 치료를 받으면서 생활이나 신체 쪽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요?
처음에는 사물을 만지는 것에 굉장히 예민해했어요. 그러다 감각통합치료 등 여러 치료를 통해 다양한 사물을 만져보면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자신감도 생기니까 혼자서 높은 곳에도 올라가 봐요. 치료를 통해 기게 되었고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잘 걷는답니다.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사물에 자꾸 부딪혀요. 다칠까봐 집에 있는 뾰족한 모서리는 둥글게 해놨어요. 새로운 곳에 가면 모서리가 제일 눈에 들어오네요. 하은이는 춤도 잘 춰요. 집에서는 움직임이 적었는데 푸르메재활센터를 다니면서는 활발해졌어요.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푸르메재활센터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린다면 무엇인가요?
하은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불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어요. 선생님이랑 손잡고 걷고 기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안심이 되더라고요. 아이가 높은 데서 내려올 때 위험하잖아요. 작업치료 선생님이 하은이한테 항상 뒤로 내려오도록 방법을 알려줬어요.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려요. 요즘은 계단 오르기, 발 높이 들기, 구부리기 등의 여러 동작들을 배우고 있는데요. 아이가 치료에서 배운 동작을 집에 와서 복습을 하기도 해요. 그런 모습이 참 기특해요.
아이가 아직은 어리지만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실 텐데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아직은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고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많아요. 아이한테 가장 필요하고 잘 맞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려면 엄마도 같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하은이에게 푸르메재활센터 치료사들처럼 좋은 선생님들이 항상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어린이들은 혼자서 많이 논대요. 눈이 안 보이니 또래 친구들과 놀더라도 같이 어울리기가 힘들거든요. 하은이는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런 점에서 맹학교도 일찍 들어가게 되었어요.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단지 어린 나이때부터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해요.
푸르메재단에서는 마포구에 장애어린이들의 재활치료와 자립을 위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고 있습니다. 기대하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어린이 관련한 재활병원이 부족해요. 또 아이들에게 조기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푸르메재활센터나 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시각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에게 푸르메재활센터에 대해서 알려주곤 해요. 아이가 어떤 수준인지 진단받고 하루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합니다. 맹학교 같은 반 친구도 제가 소개해줘서 다니고 있어요. 어린이재활병원도 하은이처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은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또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장애 때문에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본다면 엄마로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면 아이가 자신감 얻어서 잘하는 것 같아요. 하은아,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