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없는 탐방] 잊혀진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잊혀진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고(故) 김광석이 사망한지 10여 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그를 놓지 못하고 있다. 그의 생애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노래는 팬들의 식지 않는 사랑으로 엘피판에서 흘러나온다.


대구에서는 김광석이 생전에 왕래가 잦았던 장소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 놓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대구 방천시장 동편인 신천대로 둑길 옆 전통시장에는 공간에 김광석을 주제로 전통시장에서 예술이 피어난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시장으로서 비상을 꿈꾸며 방천둑길 벽면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벽화거리가 조성됐다. 이 길은 4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 대구 방천시장에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대구 방천시장에 조성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로 다양한 그림과 김광석 조형물이 거리를 찾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방천시장에 들어서면 김광석이 생전에 자주 찾았다는 식당이 있다. 김광석과 관련된 엘피판과 그림으로 선술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소주에 김광석 노래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그는 왜 돌연 세상을 등졌을까. 그에게 쏠리는 세상의 관심이 버거워서였을까. 그의 노래 ‘새장 속에 친구’처럼 파란 하늘이 유난히 맑아서 좁은 새장에서 풀려난 새처럼 모두 낡은 기억을 몰아내고 싶었을까. 잦은 슬픔을 ‘이제는 모두 안녕’하며 창백한 거리를 달려가고 싶어 했을까. 드러나지 않는 가슴 속 말은 가득해도 웃음 지으며 관객들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어쩌면 청춘의 무게에 힘겨워 가벼워지고 싶었던 것일까.


▲ 방천시장 골목에는 고 김광석을 추억하게 하는 벽화와 다양한 볼거리들로 관광객을 반긴다.
▲ 방천시장 골목에는 고 김광석을 추억하게 하는 벽화와 다양한 볼거리들로 관광객을 반긴다.

그가 떠난 자리는 빈 구석으로 남았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빈 구석을 채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골목 안은 그가 떠난 시간에 멈춰 있는 것 같다. 낡고 허름한 집은 다닥다닥 퍼즐처럼 붙어있고 아이들은 골목 안에서 구슬치기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것 같다. 골목 안 시간은 1970년대 풍경에 머물러 있다. 시간은 흘러도 그때의 참 좋은 시절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추억을 꺼내 놓게 한다.


골목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유칼립투스’라는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카페 안에선 낮은 리듬에 맞춰 노래가 흘러나오고 비스듬히 벽에 기대 졸고 있는 통기타가 보인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음악학원이다. 외벽은 작고 예쁜 그림으로 소박한 치장을 하고 있어 카페라는 착각이 든다.


▲ 악기를 배우며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유칼립투스’(왼쪽), 김광석의 노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으로 그려진 골목벽화
▲ 악기를 배우며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유칼립투스’(왼쪽), 김광석의 노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으로 그려진 골목벽화

잠시 음악에 귀 기울이며 감상에 젖는다. 익숙한 노래는 아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그리스 어딘가를 여행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떤 음악이든 그 노래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리스 국민가요 ‘기차는 여덟시에 떠난다’라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여덟시에 떠나는 그리스의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오늘 저녁 동대구에서 여덟시 기차를 탈 것이지만 동대구를 출발한 기차가 그리스까지 나를 데려다 주는 상상을 한다.


발길을 옮겨 오토바이를 탄 김광석 그림 앞에 멈췄다. 어깨엔 기타를 메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김광석의 얼굴엔 자유롭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일상을 가둬놓는 도심을 빠져나가는 생각은 누구나 꿈꾼다. 광속도에 지치고 매연에 찌들고 반복적인 삶에 무료함을 느낄 때 목적지 없이 자유로운 일탈을 꿈꾼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계를 넘어 무장해제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행은 자유라고 말한다.


▲ 김광석 벽화길 초입에 장애인 화장실을 가리키는 안내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화장실이지만 올라가는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경대병원역 장애인 화장실을 추천한다.
▲ 김광석 벽화길 초입에 장애인 화장실을 가리키는 안내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화장실이지만 올라가는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경대병원역 장애인 화장실을 추천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분 좋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일상에 묶여있는 생활의 연결 고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림 속 김광석도 미소를 띠며 영원한 자유를 찾아 떠난 지 오래됐다. 김광석 거리에 서니 그의 자유로움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가는 길

• 서울역에서 KTX 열차 이용 동대구역 하차 (1시간 50분 소요)

• 복지할인 적용 전동휠체어석 요금 19,800원

• 동대구역에서 대구 지하철 1호선 대곡 방향 승차

• 반월당역에서 2호선 영남대 방향 환승

• 경대병원 앞 하차 후 2번 출구에서 길 건너 500미터 이동 방천시장 도착

• 대구 장애인 콜택시 나드리콜 이용 가능 (1577-6776)


먹거리

• 방천시장 내 김광석 노래 제목을 딴 메뉴 가득

• 휠체어 접근 가능


장애인화장실

• 경대병원역 이용


문의

•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글, 사진= 전윤선 여행작가


 




 


전윤선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한국장애인문화관광센터(휠체어배낭여행) 대표로서 인권•문화 활동가이자 에이블뉴스 '휠체어 배낭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만들기, 휠체어로 지구한바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빕니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던, 사람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 손상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접근하는데 방해물이 가로막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의 동그란 발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자유가 거기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