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장애인을 프로 직업인으로 만드는 곳

[독일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다] 1편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


 


 ▲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 전경. 산업지역에 있지만 낮은 2층 건물로 조용한 분위기의 장애인 작업장이다.
 ▲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 전경. 산업지역에 있지만 낮은 2층 건물로 조용한 분위기의 장애인 작업장이다.

누구나 느껴야 할 일하는 즐거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중 하나가 일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라고 한다. 돈을 벌어 의식주를 해결하는 1차적인 목적이 아니라 일을 통해 인간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될 때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뽑히는 독일에서 ‘장애인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Caritas Werkstatt Dachau)을 찾았다. 다하우(Dachau) 지역은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30분정도 떨어진 산업지역으로 메케한 연기와 소음이 가득한 우리나라의 산업단지와는 다른 조용한 시골 마을 같은 곳이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시설 운영 총책임자인 프라멜스버거(Frammelsberger) 씨는 우리를 2층에 위치한 소형 체육관으로 먼저 안내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 모두가 1주일에 6시간 정도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한다. 탁구, 승마, 수영, 일광욕 등 이곳 이외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벽에 붙은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처음 소개한 시설이 작업장이 아니라 운동시설이라는 점이 독일 내 장애인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일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들이 일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는 프라멜스버거 씨의 말이 이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 카리타스 작업장은 1주일에 6시간 이상의 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실시하는 정기 프로그램 이외에도 승마, 탁구, 수영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카리타스 작업장은 1주일에 6시간 이상의 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실시하는 정기 프로그램 이외에도 승마, 탁구, 수영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노동할 권리와 일을 선택할 자유


▲ 생산 공정을 이끌고 있는 마이스터 라글(Ragl) 씨. 장애인을 지도하는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920시간의 직업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마이스터는 어떻게 하면 품질을 높일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한다고 한다.
▲ 생산 공정을 이끌고 있는 마이스터 라글(Ragl) 씨. 장애인을 지도하는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920시간의 직업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마이스터는 어떻게 하면 품질을 높일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한다고 한다.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Caritas Werkstatt Dachau)에서는 약 100명의 장애인과 40명의 비장애인이 일을 한다고 한다. 법적으로 장애인 12명당 1명의 비장애인이 함께 일해야 하며 정신적 장애의 경우 9명당 1명의 비장애인이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기계를 만지는 경우 장애인 5명당 1명의 비장애인을 두게 하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카리타스 작업장의 눈에 띄는 특징은 전문가가 장애인들과 함께하며 적극적인 관여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생산 공정별 기능장(Meister)이 함께하여 품질 관리뿐 아니라 일이 적성에 맞는지 수시로 관찰하고 있었다.


“장애인도 노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일을 선택할 자유도 있습니다.” 카리타스 작업장에서 기능장으로 장애인들을 지도하고 있는 라글 씨의 말이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업무 성과가 오르지 않는 사람은 다른 작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작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언제든지 어려운 점이 있으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능장과 사회복지사의 2중 관리를 통해 최대한 적성에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장애인들에게 찾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카리타스 작업장에는 다양한 작업파트가 존재한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단순작업부터 고부가가치의 금형기계공정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 중증장애인들이 지도를 받으면서 설명서를 비닐에 넣는 작업을 하는 모습. 단순 작업이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장애인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 중증장애인들이 지도를 받으면서 설명서를 비닐에 넣는 작업을 하는 모습. 단순 작업이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장애인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금형기계. 카리타스 작업장에는 비싼 설비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금형기계. 카리타스 작업장에는 비싼 설비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독일에서 장애인들은 국가부담으로 2년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카리타스 작업장에서도 직업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실습과 이론이 조화롭게 운영되고 있었다. 2년이 지나면 자신의 의사와 적성을 고려하여 작업장에 배치되어 일하게 된다. 일하는 도중에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이론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고 한다. 교육을 받는 2년 동안  월 200유로(약 30만 원)가 장애인 수당과 별도로 지급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체계적으로 일자리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기업 납품을 통해 경쟁력 확보


다하우 카리타스 작업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다. 프라멜스버거 씨에 따르면 년 간 약 600만 유로(약 90억 원)가 예산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중에서 80%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나머지 20%는 자체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익을 낼 정도로 여유로운 운영은 못하지만 이탈리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빡빡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카리타스 작업장도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자체 생산품을 만들었지만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인근 대기업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화물차 제조사로 유명한 MAN社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이다. 인건비가 비싼 독일에서 장애인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장애인이 만든 생산품에 부과되는 세금 또한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고 하니 기업에게 1석 2조의 효과가 있어 보였다. 기업과 장애인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카리타스 작업장은 우리나라의 장애인사업장과 다르게 생존에 대한 고민을 덜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서 장애인들을 위해 기숙사를 만들고 셔틀버스를 확충하고 싶다는 계획까지 들을 수 있었다.


▲ 유럽 최대의 화물차 제조사인 MAN社에 부품으로 납품하는 생산품
▲ 유럽 최대의 화물차 제조사인 MAN社에 부품으로 납품하는 생산품

▲ 기계부품 공정에서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을 들고 있는 로벤트 베르빅(Robent Berbig)씨. 24년간 일했다는 로벤트 베르빅 씨는 상당한 프로 직업인임을 느낄 수 있다.
▲ 기계부품 공정에서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을 들고 있는 로벤트 베르빅(Robent Berbig)씨. 24년간 일했다는 로벤트 베르빅 씨는 상당한 프로 직업인임을 느낄 수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 행복한 직장


마지막으로 시설을 안내한 프라멜스버거 씨에게 카리타스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무엇인지 물었다. 항공우주국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기계와 일했기 때문에 딱딱하고 획일적이었는데 지금은 사람과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카리타스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일을 통해 누리는 성취감이 다른 독일인보다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통합(Integration)으로 충분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에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카리타스 작업장 복도에는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 마치 화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장애인들에게 일과 여가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 카리타스 작업장 복도에는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 마치 화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장애인들에게 일과 여가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 점심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식당의 식탁 모습. 간결하고 정성스럽게 놓여 있는 수저와 포크가 카리타스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을 얼마나 대우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 점심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식당의 식탁 모습. 간결하고 정성스럽게 놓여 있는 수저와 포크가 카리타스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을 얼마나 대우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글, 사진=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주      소  :  Caritas Werkstatt fur behinderte Menschen Einsteinstraße 6, 85221 Dachau

전      화  :  08131/32296-0

홈페이지 :  www.teilhaben-weiterkommen.de

이  메 일 :  wfbm-dah@caritasmuench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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