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보폭을 맞추며 걷는 삶

[푸르메인연] 푸르메재활센터에 다니는 안시언 군의 어머니, 허주영 씨를 만나다



푸르메재활센터는 운동 장애와 감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센터가 문을 연 작년 여름부터 함께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모습에 감사해하는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이의 느린 걸음에 자신의 보폭을 맞춰가는 허주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푸르메재활센터를 다니고 있는 시언이 엄마 허주영이라고 합니다. 영등포 문래동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 치료를 위해 매주 한 번씩 금요일마다 재활센터에 옵니다.


2. 푸르메재활센터는 어떻게 알게 되셨고 언제부터 다니셨나요?

여기 오기 전에는 한 대학병원에 다녔습니다. 거기서 알게 된 한 어머니의 소개해주셨고 푸르메센터가 개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작년 9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 다니기 시작해서 그런지 대기하는 기간이 짧았어요. 다른 종합병원에서는 3~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고 복지기관에서도 치료 프로그램을 하면 보통 2~3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3.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되셨나요?



아이가 태어난 지 18~19개월 됐을 때 뇌병변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언이는 원래 왼손잡이예요. 오른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왼손잡이인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보행하는 아이의 모습이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장애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언이는 오른발이 왼발보다 짧아서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도 경미한 편이서 중증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장애 진단을 받고 바로 장애 등록을 하진 않았습니다. 좀더 커서 등록하자며 미루고 있는 상황이에요. 장애 등록을 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군대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겉으로 보면 느리고 서툴구나 하는데 군대가면 보행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시언이는 보행이 취약해서 그 부분 때문에라도 나중에 장애 등록을 고려해볼 생각은 있습니다.


4. 시언이가 치료를 받으면서 나아지고 있나요?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센터에서 물리, 작업, 감각통합, 그리고 한의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보여요. ‘나아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오른손은 거의 안 썼고 오른발도 왼발보다 길어서 왼발을 끌고 가는 동작이 많았어요. 걸을 때도 발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였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른손과 왼손 사용하는 비율도 비슷해졌고요. 이전에 비해 45~65% 정도 나아진 것 같고 많이 부족했던 운동 기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시언이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5. 어머니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어요.

상당히 많은 변화를 느낍니다. 다른 어머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외래를 가거나 입원을 할 때 동행하는 분들은 90%가 어머니예요. 그렇다보니 집에서 하게 되는 가사노동이나 주부의 역할을 포기하게 됩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나들이를 가더라도 제약이 많으니까 어머니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걸 많이 봐요. 제 남편은 정서적으로는 공감해주지만 지금 지방에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워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 시간을 갖고 싶어요. 그 시간 동안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6. 재활센터는 아이들 미술작품을 전시하거나 책도 볼 수 있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언이랑 어머니는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처음에 재활센터에 들어와서는 “우와~!”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상에 있던 아이들은 병원을 떠올리면 지레 겁먹곤 해요. 병원은 딱딱한 분위기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환경으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색감도 온화하고 편안하고요. 의료진, 시설, 분위기 등 모두 마음에 듭니다.


진료해주시는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환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여기서는 환자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와요.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들과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모르는 것도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사회공헌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7. 치료과정에 있어서나 참여하신 프로그램 등 재활센터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작년 겨울에 했던 작은음악회가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예전에 다녔던 대학병원에서도 그런 음악회를 했는데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작은음악회는 치료 끝나는 시간에 맞춰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시작해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었어요. 아이가 굉장히 좋아하면서 올해는 언제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답니다. 또한 작은도서관은 책의 구성이 연령대별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이 읽기에 좋아요. 물론 어머니들이 볼만한 책이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책은 동네도서관에서 빌려도 되는 거고 기다리면서 책을 보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만족합니다.


8. 푸르메재단은 아이들이 제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려고 합니다. 치료를 넘어 장애어린이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장애아를 둔 어머니로서 앞으로 푸르메재활센터와 푸르메재단에 기대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시언이 정도의 치료 단계에 있으면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저희도 그런 시기에 있습니다. 워낙 대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치료 경과가 어떠한지만 지켜보자는 거죠.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진료만 하는 수준인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런 공간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좋겠어요. 재활센터나 앞으로 지어질 병원은 실질적이고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9. 시언이가 아직은 어리지만 나중에 학교에도 가고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실텐데요. 아이가 커서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시나요?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걸 잊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늘 머리에 두고 있는 사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요.


10. 시언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시언이가 애기였을 때는 참 감사했었어요. 아이가 병원에 있었을 때 매순간 고비를 많이 겪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곁에 무탈하게 있어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에 지쳐 있다보면 감사함을 종종 잊는 경우가 많아요. 시언이가 늘 옆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여기 있었던 존재라고만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시언아, 엄마가 사랑해.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