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없는 탐방] 주왕산 무장애 탐방로


가을이 끝자락을 향해 질주한다. 붙잡고 싶은 시월은 가장 황홀하고 아쉽게 마련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삼강이 지나니 찬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고 해가 점점 짧아지면서 햇볕이 부족해지면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가을은 계절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 계절병 치유엔 야외활동으로 부족한 햇볕을 채워주면 우울한 기분도 좋아진다. 햇볕이 부족한 가을 우울증의 특효약은 역시 여행인 것 같다. 가을 단풍도 보고 예쁜 풍경도 즐기면 저절로 치유된다.


단풍지도를 보면 설악산을 내려와서 지금쯤 중남부로 남하하고 있고 단풍만큼 사람들의 옷차림도 화려하고 예쁘다. 단풍이 아름답기로는 한국의 가을 산만한 곳은 없다. 또한 장애인도 산행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면서 전국에 유명산에 무장애 탐방로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 탐방로 곳곳이 무장애 탐방로


주왕산엔 무장애 탐방로가 장애인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청송 주왕산은 오지 중에 오지만 경북을 대표하는 명산답게 무장애 탐방로가 만들어져 신체적 약자도 일정 부분 등산이 가능해 졌다.


주왕산여행은 서울대 QoLT 팀이 큐 맵핑 앱 개발과 함께 앱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무장애 탐방로 모니터링차 다녀왔다. ‘Q Map’ 큐 맵핑 앱은 전국에 편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앱으로 장애인에게 유용한 앱이다. 이 앱은 스마트 폰에서 손쉽게 다운받아 사용 가능하고 앱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편의시설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제공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행지 숙박, 화장실, 식당까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해서 여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 장애인용 주차장과 화장실


단풍이 한창인 주왕산 국립공원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백 곳 중에 다섯 번째로 선정된 곳이다.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 하여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고 불렸다. 주왕산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 이름이다. 주왕은 진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다가 당나라 군사에게 패해 석병산(주왕산의 옛 이름) 까지 쫓겨 왔다. 석병산까지 피해온 주왕은 당나라 왕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 요청해서 주왕산에서 신라장군(마장군 형제들)에 의해 주왕 굴에서 최후를 마쳤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바위 산 중에 한 곳이다. 주왕산 기암 절경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년 고찰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때 지어진 사찰이다.



▲ 장군바위


대전사는 주왕산 초입에 자리하고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관람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대전사 보광전은 보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고 특별히 부속 암자인 백련암과 주왕암이 있다. 이 중 백련암은 주왕의 딸 이름에서 유래됐고 옛날에는 이 암자에 큰 종이 걸려 있어 아침저녁으로 은은한 종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 대전사


대전사 동쪽 비탈진 계곡을 올라가면 안 절이라는 별칭이 있는 주왕암이 있다. 주왕암은 주왕의 혼을 위안하기 위해 지은 암자 중 한 곳이다.










 


▲ 용추폭포. 작은 폭포가 가을을 재촉한다.

주왕산은 상의 매표소부터 대전사를 지나 제2폭포까지 2키로 남짓 무장애 탐방로다. 대전사를 지나면 절구 제2폭포까지 가는 길엔 짙은 단풍과 기암절벽을 볼 수 있고 폭포까지 가다보면 눈길을 뗄 수 없는 깃발바위가 훤히 보인다. 주왕산은 붉은 단풍에 숲뿐만 아니라 곳곳의 빼어난 암석이 눈에 띄는 산이다. 그중 기암은 돌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암석이다.


 


계절이 가을인 만큼 단풍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왕산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단풍놀이의 명소다. 주왕산의 봉우리 정상과 그 사이사이에서 물들고 있는 가을 단풍은 새신랑이 새색시의 붉은 연지곤지를 보는 것과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한다.


 


무장애 탐방로를 한참 걷다보면 주왕산을 우렁차게 호령하면서 흐르는 용추폭포를 만나게 된다. 암벽사이로 트인 물소리가 가장 경쾌한 용추폭포는 어디서 왔는지 시작점은 어느 곳인지 알 수 없지만 학소대를 지나면서 들리는 물소리는 휑한 마음을 쓸어가 버린다.


 


가을엔 바람이 휭하고 불어오면 마음도 휭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용추폭포는 허전한 마음을 다 쓸고 흐른다. 폭포 주위엔 암벽이 둘러싸여서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정적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폭포가 떨어지는 물보라는 힘찬 물의 흐름을 이어가고 여행객이 잠시 땀을 식힐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다.


주왕산 무장애 탐방로엔 편의시설도 잘 마련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행객도 편리하다. 탐방로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과 용추폭포까지 2키로 남짓 데크로가 깔려 있어 휠체어 보행에 편리하다.



▲ 탐방로에 데크로


스마트 폰 가입자 3천만을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앱으로 정보소외 계층에서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Q Map’ 큐 맵핑 앱을 이용해서 가을 여행의 정보를 찾아 깊어가는 여행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자.



 • 가는 길

주왕산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승용차량을 이용하거나 리프트 차량을 렌트해서 다녀와야 한다.


 


• 먹거리

주왕산 초입에 휠체어 접근 가능한 식당이 많다


칼국수, 산채정식 등.


 


• 장애인화장실

주왕산 탐방센터부터 무장애 탐방로 2키로 내 곳곳에 마련돼 있다


 


•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글, 사진= 전윤선 여행작가




 


전윤선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한국장애인문화관광센터(휠체어배낭여행) 대표로서 인권•문화 활동가이자 에이블뉴스 '휠체어 배낭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만들기, 휠체어로 지구한바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빕니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던, 사람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 손상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접근하는데 방해물이 가로막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의 동그란 발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자유가 거기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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