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이야기] 송편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송편입니다. 보름달 같이 예쁜 송편을 만드는 재미로 명절의 분위기는 무르익습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송편을 만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푸짐하게 송편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던 어머니는 허리가 안 좋다는 이유로 올해는 떡을 사먹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가족들의 수고도 덜고 특히 며느리의 가사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생각이셨습니다. “그래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말에 “잘 아는 이웃을 통해 맞춰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손으로 만든 송편만 고집하시던 어머니도 많이 변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나절씩 떡을 만들던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편안한 연휴가 기대되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본가에 방문했더니 어머니 표정이 안 좋습니다. 이유를 묻자 구매했다는 송편이 가득담긴 접시 하나를 내미십니다. 하나를 골라 먹었는데 송편인지를 묻게 만드는 맛입니다. 깨가 들었지만 달지 않았고 고소하거나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소로 깨만 사용한 게 아니라 콩가루까지 섞은 국적을 알 수 없는 퓨전 떡이었습니다. 송편에게 입이 있다면 “너는 무슨 떡이니?”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습니다. 하나를 먹으면 하나를 더 먹고 싶은 맛이 아닌, 손을 놓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떡을 보며 단단히 속았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물론 구매하는 송편에 황홀한 맛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만든 송편과는 다를 수 있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맛입니다. 배가 불러도 자꾸만 손이 가는 송편의 참맛은 기대하지 않지만 최소한 ‘떡의 도리’는 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맛없는 송편 하나가 들떠야 할 명절의 분위기를 쉽게 망쳐버렸습니다. 잘 아는 이웃을 통해 구입한 것이었기 때문에 맛이 없다고 환불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뉴스를 보면 원산지를 속이거나 다른 품종을 섞어 파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중국산 소금을 국산으로 속이거나 이천 쌀에 다른 지역의 쌀을 섞어 파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기에 가까운 이런 상술에는 남을 속여 돈을 벌겠다는 술수가 깔려 있습니다. “설마 걸리겠어.”하는 마음이 이런 행동을 부추기게 됩니다. 걸린다 한들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이 약해서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 중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올바른 식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드는 식당을 소개합니다. 잠입 수준으로 맛을 평가하고 원재료를 속이지 않나 체크하기도 합니다. 방송국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하면 ‘착한 식당’의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증을 통과한 식당들의 공통점은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장사 하루 이틀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윤이 적더라도 좋은 원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겠다는 사장님의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시내 식당 열 곳 중 아홉 곳은 MSG를 사용한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유해 논란의 문제를 떠나 많은 식당들이 간단한 방법으로 맛을 해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MSG를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내려면 2,000원은 더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기사에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맛집을 만드는 것이 참 쉽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조금 적게 남더라도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맛집이 되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맛’이라는 식당 존재의 필수 요소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사업도 잘 될 것입니다.


일본발 방사능 문제로 먹거리가 걱정이 되는 시기입니다. 최소한 먹을 것만큼은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다 같이 송편을 만들 생각입니다. ‘편리’라는 생각으로 간과했었던 ‘정성’이 맛있는 추석을 선물해 줄 것 같습니다.


*글=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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