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이야기] 한글날은 쉬는 날?
한글날을 추억하다
올해는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해입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1학년이었던 1987년 10월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해 10월 1일(목)은 국군의 날로 공휴일이었고 10월 3일(토)은 개천절로 역시 공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추석연휴가 6일(화)부터 8일(목)까지 3일 간 이어졌고 9일(금)은 한글날로 역시 공휴일이었습니다. 2일(금)과 5일(월)은 중간에 낀 평일이라 학교장 재량으로 휴일로 지정됐죠. 무려 9일 동안을 마치 가을방학처럼 보냈습니다. 지금처럼 토요일이 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10일 토요일이 돼서야 학교에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1991년에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국민학생이었던 저로서는 휴일이 줄어들어 그저 아쉬운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점점 한글날의 의미도 잊게 되었죠. 오히려 국군의 날은 군 입대 후 기념행사와 군대 자체 휴무로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지만 한글날은 그저 쉬지 않는 평일에 불과했습니다.
26년 후 되찾은 ‘빨간 날’
그런데 2013년 올해 드디어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991년생이 스물세살이 되었으니 23년 만의 일이네요. 그래서 일까요? 작년에 KBS 뉴스를 통해서 현재 고등학생들이 한글날이 언제인지 잘 모른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응답자 중 64%만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포털사이트에 ‘한글날’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연관검색어로 ‘한글날 쉬나요?’가 나옵니다.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한글날’을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10월 9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 2006년 한글날 훈민정음 반포를 재현하는 모습 (출처: doopedia.co.kr)
한글날, 잘 알고 있나요
한글날은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기 위한 날입니다. 일제 치하에 있던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민족주의 국어학자들의 단체인 ‘조선어연구회(지금의 한글학회)’가 주동이 되어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한글날은 이 날을 제 1회 ‘가갸날’로 정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의 10월 9일로 확정한 한글날은 해방 이후 한글 창제 500주년인 1946년부터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1970년에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고, 1991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어 기념일로 바뀌게 됩니다. 한글학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2005년에는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격상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각종 기념행사와 민족문화창달에 이바지한 공적이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 ‘세종문화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과 한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3년부터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용 중인 인터넷 신조어 (출처: kimyongim.com)
문화시민의 자격, 한글 사랑
한글은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문자입니다. 하지만 PC와 휴대폰의 보급으로 인터넷 댓글, SNS, 채팅 등을 사용할 때 한글을 많이 훼손하고 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민족의 자긍심과 혼을 잊지 않으려고 온갖 탄압과 회유를 이겨낸 조상들의 업적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저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심지어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신조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부끄러운 생각도 듭니다. 시대에 동떨어져 보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한글을 훼손하는 행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문화 시민으로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글= 전승배 간사 (대외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