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건물 1층에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문을 열던 날, 한 중년남성이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행복한 베이커리에서 일하게 된 지적장애인 바리스타 이혜윤 양의 아버지였다. “카페가 번창해서 제 딸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말하는 음성이 떨렸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혜윤 양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혜윤 양의 눈물과 아버지의 좁은 어깨는 오랫동안 내 마음에 아프게 머물렀다.


감추고 싶었던 가족의 비밀


혜윤 양의 아버지가 지적장애 아이를 둔 아버지로 공개적인 자리에 선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욕이 되는 나라에서 내 가족의 장애를 알리고 싶었을리 없다. 우리나라 18세 이하 어린이 중에서 ‘등록’절차를 통해 법적인 ‘장애인’이 된 경우는 3.8%다. 전세계에 15.6%가 장애인이라는데, 장애인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일까.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의 벽, 장애등록을 하더라도 부족하기만 한 지원. 열악한 현실로 인해 ‘가족의 비밀’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대다수 장애인들은 어떻게 해야 사회로 한 발 나올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집어든 것이 이 ˹장애인 복지 천국을 가다˼라는 책이다.


장애인복지, 여행 안내서처럼 읽기


고백하자면 책에서 소개하는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재활시설을 둘러보고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장애인복지 현실이니 하는 애초의 질문은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깜빡 잊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비교해가며 읽기’에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전국민의 1/5이 기부하는 스위스 척수마비센터, 기부받은 돈으로 운영하는 무료병원 미국 스코티시라이트 어린이병원, 장애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어주는 오스트리아 레벤스힐페 작업장 등의 다양한 시설을 마치 여행안내서를 보듯이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재활이라기보다 요양에 가까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재활을 시작하고 한두달이면 집으로, 직장으로 복귀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감탄과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장애’가 원래는 슬픈 일이 아니구나”라는 뒤늦은 깨달음도 함께였다.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할 때


“장애인을 돌볼 책임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와 이웃에 있습니다”라는 오스트리아 직업재활시설의 운영책임자 코넬리아 비켈(Cornelia Bickel) 씨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장애인복지 현실에도 물론 핑계는 있다. 국가의 지원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장애인이 ‘가족의 비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어디를 바라봐야할지, 그 방향을 이 책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글=이예경 홍보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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