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발에 날개를 달아줄께
생후 100일 무렵, 뇌수막염을 앓고 장애를 갖게 된 은현이는 할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한 은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작은 아이를 업고 이곳저곳 열심히 다녔습니다. 할머니의 등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법양탄자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의 몸은 어느덧 30kg이 넘은 은현이를 업고 다니기에 더 이상 마법의 힘이 없습니다.
그러던 은현이가 다시 한번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푸르메재단을 통해 지원 받은 휠체어와 발보조기, 보조신발 덕분입니다. 발보조기와 신발은 은현이의 성장과 함께 진행되는 발목의 변형을 막아주었고, 휠체어는 할머니의 등을 대신해 은현이가 학교와 재활치료를 위한 병원 등 어디든지 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 보조기와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는 은현이
내 몸에 꼭 맞는 나를 위한 보조기구
어릴 적, 내 발보다 훨씬 큰 엄마의 신발을 신고 걸어본 적 있으시나요? 어설프게 걷고는 있지만 뒤뚱뒤뚱 위태로운 걸음걸이, 결국은 곧 편한 내 신발로 갈아 신고 친구들과 놀러 뛰어나가곤 했습니다.
노안인 할머니는 돋보기가 있기에 신문을 읽으실 수 있지만 어린아이가 쓴다면 앞이 뿌옇게 되어 오히려 시야를 방해해 위험하지요. 내 발에 꼭 맞는 신발과 내 눈에 꼭 맞는 안경이 나에게 가장 편안하듯이 장애어린이에게도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보조기구가 필요합니다.
푸르메재단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내 몸에 꼭 맞는 보조기구를 통해 또래 친구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2010년부터 보조기구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0년, 증권전문가 이종복후원자님이 조성해주신 희망나무기금을 바탕으로 수도권 거주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휠체어, 자세유지의자 등 각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보조기구를 지원했습니다.
▲ 맞춤형보조기구를 지원하는 증권전문가 이종복님의 희망나눔기금
1년 만에 다시 만난 아이들은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어느새 작아진 아이의 휠체어, 이미 오래 전부터 발이 끌리고 있었지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의료급여로는 아이에게 필요한 휠체어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던 재훈이의 가정에 보조기구지원은 아이의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었습니다.
지원받은 휠체어와 워커를 통해 친구들과 나란히 걷게 되면서 혼자만 있던 재훈이에게 학교생활은 나날이 좋아지게 됐습니다.
▲ 재훈이에게 학교생활은 나날이 즐거워요!
2011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으로 울산 및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청소년 35명에게 장애아동용 유모차를 지원했습니다. 이동 시 몸이 변형되지 않도록 자세를 잡아주어 치료와 교육을 위해 이동이 잦은 아이들과 24시간 옆에서 도움이 되어주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구입니다.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는 여타의 지원사업에서 소외되어 혜택을 받지 못하던 광주, 울산지역에서 자립생활지원센터와 협력해 진행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 2011년 보조기구 전달식 사진
가능성에서 큰 희망을 만드는 보조기구 지원사업
현장평가를 위해 한집, 한집 지원자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누구 하나 보조기구가 덜 필요했던 장애어린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산의 한계로 모두를 지원해주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일 때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광주시에서 푸르메재단의 지원사업의 진행과 그 결과를 관심있게 보고 탈락된 60여명의 장애아동 모두에게 유모차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장애아동들을 위한 보조기구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해주었습니다. 국가나 사회에서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해 주로 민간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아동을 위한 보조기구지원사업이 지역사회와 공적기관을 움직였던 의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 민이는 자세유지의자로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어요
2012년, 아이들에게는 어떤 보조기구가 필요할까요?
혼자서는 척추에 힘이 없어 스스로 앉아있을 수 없는 민이지만 자세유지의자가 있다면 앉아서 책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치료선생님이 없는 학교와 집에서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커가 있다면 재훈이의 재활치료는 힘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듯이 재활과 자립을 위한 최선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보조기구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2012년 진행 3년차를 맞는 보조기구지원사업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구를 지원하기 위해 오늘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몸에 맞는, 꼭 필요한 보조기구를 지원해서 그를 통해 일어나고 걷고 뛰며 미래를 꿈 꿀 수 있도록 노력하는 푸르메재단이 되겠습니다.
*글=박세나 배분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