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두근두근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수화기의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하면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동시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얼굴도 나이도 하는 일도 모르는 낯선 사람과의 통화는 때로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장애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도움을 주시는 기부자들에게 거는 전화이니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손에 땀이 느껴질 때 쯤 “여보세요?”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립니다.
이 때쯤이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첫사랑에게 전화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애써 준비한 멘트를 이야기 합니다. “기부자님 안녕하세요? 푸르메재단입니다. 만원의 기적에 신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구체적인 안내를 위해 전화 드렸는데 지금 통화 괜찮으신가요?” 다시 초조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어떤 반응일까…
“아~ 안녕하세요? 전화 기다렸어요!” 반갑게 대답해주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전화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기부자의 말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웃음이 피어나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안녕하세요? 푸르메재단입니다.”라는 인사 한 마디에 반갑게 함께 인사해주는 것. 수화기 너머 기부자의 웃음과 설렘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절로 행복해집니다. 저 역시 힘이 나서 얼굴가득 미소를 머금고 더욱 친절하게 안내를 시작합니다.
장애어린이들도 내 아이처럼
지금까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화 드린 3개월, 직접 통화한 300여명의 기부자님들이 모두 마음에 남았습니다. 기부자님 개인의 사연도 기부에 참여하게 된 동기도 모두 달라 모든 통화가 기쁨과 놀라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한 어머님과의 통화가 가장 아프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어머님은 혈우병이라는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어린 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앓고 있는 혈우병은 사회적으로도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있어 다양한 지원단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요. 아주 감사한 일이었지만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은 돈이지만 더 많은 장애아동이 다양한 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아들의 이름으로 천원의 기적을 신청하셨습니다.
“장애어린이들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 아이처럼 많은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당부하시는 한마디 말. 뭉클하고 잔잔한 감동이 가슴 깊이 밀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기적을 바라는 기부자님
뱃속의 작은 생명의 태명으로 기부를 신청하는 예비부모 ‘삐약이 어머니’, 적은 용돈을 쪼개서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열정적인 고등학생 소녀들, 커피 한 잔 마시는 돈을 줄여 장애아동의 맑은 웃음을 보고 싶다는 대학생들,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기부를 신청한 신혼부부.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웃으며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더 기쁜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합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나눔은 장애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아주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사실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면 ‘장애’라는 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나눔을 실천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서로의 삶에서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나눔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기부자들의 이야기는 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보던 거액의 돈을 생색내기로 기부하는 사례에서는 느낄 수 없던 그런 감동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마음의 가치
홍보대사인 가수 ‘션’의 트위터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벌써 1,000명이 넘었습니다. 처음 전화를 시작하면서는 건립비용을 모두 모금하는 일이 가능할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하다보니 얼마나 많은 기부금이 모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장애어린이의 건강과 행복을 매일 생각하는 사람이 천 명이라니 신기하고도 가슴 벅찹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겠다는 마음, 결심들이 저의 마음도 뜨겁게 합니다. 천 개의 목소리와 수화기 너머에서 느껴지는 밝은 미소에서 진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신청자 여러분께 전화 드리겠습니다. 큰 기대를 가지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심어린 미소로.
*글=이미선 후원사업팀 자원봉사자
이미선 씨는 션과 함께하는 장애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만원의 기적’ 캠페인을 위해 푸르메재단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은 기부자님께 전화 드렸을 때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