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일을 통한 행복
[서영인/건축사(이가건축)]
법정스님은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 속에서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 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법정스님은 이 책에서 내가 만족하는 일에서 느끼는 행복이 부와 명예 보다 더 가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가치 있는 일을 통해서 아름다운 나눔을 전하고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바로 이가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이가건축)입니다.
이가건축은 1999년에 설립된 건축사무소입니다. 작년 여름부터 푸르메재단과 함께 세종마을 푸르메재활센터 건립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9월 푸르메재단과 함께 외국의 선진적인 장애인 재활서비스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 오사카 지역의 직업재활시설과 재활병원을 다녀왔습니다.
▲ 2010년 9월, 일본 오사카지역에 있는 재활시설 방문
기업사회공헌으로 푸르메센터 건립설계 '재능나눔'을 나누고 있는 이가건축의 서영인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푸르메재단: 이가건축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서영인 실장: 이가건축은 회사 설립이래 새로움에 대한 도전정신으로 건축설계분야 업무에 성실히 임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통하여 발전하는 역동적인 조직입니다. 올해는 이가건축의 새로운 10년을 위하여 도약하는 원년으로서 국제적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디자인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나눔과 사랑을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 이가건축의 서영인 실장
Q. 푸르메재단: 이가건축은 푸르메재단과 종로 푸르메센터건립설계 '재능나눔'으로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번 계기로 느낀 점이 있다면?
A. 서영인 실장: 작년 9월인가요. 기본설계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 중 백경학 상임이사님께서 일본답사를 제안하셨습니다. 그 제안은 이가건축과 푸르메재단이 아닌, 이가건축과 푸르메재활센터와의 relationship을 강력하게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죠. 일본답사는 건축의 물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야 되겠다' 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야 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일본 재활병원 및 작업장 방문사진
Q. 푸르메재단: 실장님은 이가건축을 대표로 푸르메재단과 함께 일본재활병원 및 작업장 답사를 가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건축설계 '재능나눔'을 통하여 변화된 점이 있나요?
A. 서영인 실장: 처음에는 '재능기부'라는 단어의 생소함과 기부는 특정한 계층에서 하는 특별행위로 느껴졌습니다. 따라서'재능나눔'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었죠. 일본답사를 통하여 사회복지분야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가슴과 선진적인 제도적 장치를 접하면서, 개인의 이해보다는 국가적인 이해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실무적인 부분을 통하여 여러 상황들을 접하게 되면서 '재능나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일 이외의 무엇'을 느끼면서 푸르메센터가 준공되는 그 날을 기대하며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푸르메재활센터 설계를 맡은 이가건축 디자이너들. 분위기 있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다.
Q. 푸르메재단: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축설계를 하면서 센터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어떠한 센터가 되기를 희망하십니까?
A. 서영인 실장: 설계초기에 푸르메재단에서 '건물이 건물로서 위압감을 주지 않고 사람들에게 친근한 모습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말 하셨습니다. 이 말속에 담긴 의미가 제가 기대하는 푸르메센터의 모습이 아닌가 싶네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가 이용자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푸르메센터가 우리나라 의료복지서비스의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Q. 푸르메재단: 실장님은 건축설계라는 전문분야에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설계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설계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서영인 실장: 2년 차 때 현상설계(공모를 통하여 설계자를 선정하는 방식)작품을 제출하고 2호선을 타고 귀가했습니다. 거의 일주일 만에 귀가하는 행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는 현상설계를 하면서 밤샘작업을 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나름의 '멋'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평소 40분이 소요되는 삼성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4시간정도 걸렸습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던 것 입니다. 그 때는 힘들었던 시간들이었지만 지금은 즐거운 추억입니다.
Q. 푸르메재단: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남들과 나누고 싶은 인생에 교훈이 되셨던 순간이 있었나요?
A. 서영인 실장: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겉모습이 서른이 아직 안 돼 보이는 남자 둘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내일 모레가 50인데 열심히 살자"라는 내용이었죠. 저는 50이란 나이가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되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생각해봐. 50살이 지금 우리나이에 두 배도 안 되잖아!" 라는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죠. 멀다고 생각했는데 멀지않은 시간이더군요. 그 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해야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시간이지만 재미있게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 이가건축에서 구상한 푸르메센터 조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문명을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은 원주민의 영국 홈스테이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허리춤에 두른 가리개 하나가 전부인 다섯남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처럼'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을 버릴 때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 '재능나눔'을 통하여 아름다운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이가 건축. 앞으로 이가건축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건축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건축사무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글=김수현 모금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