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달래는 재활리조트
[김수민/ 푸르메재단 기획홍보팀 간사]
몸과 마음을 달래는 재활리조트
일본 오사카 센리(千里)재활병원
흔히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없던 병도 생긴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병원에 가면 사람도 많고 소란스러우며 마음이 편치 않은 환경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월 29일, 푸르메재단 연수단이 방문한 곳은 중도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잊을 수 있도록 리조트 컨셉의 병원을 실현한 센리재활병원이다.
오사카 북부 미노오시의 베드타운에 위치한 센리재활병원은 최고의 의료기관 전문가들이 설계와 건축, 시스템을 구축하여 2007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일상생활에 제약 없는 환경과 심신의 편안함을 제공하고 365일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중적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빨리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20년간 재활병원을 운영해온 하시모토 야스코 원장의 의지로 일궈낸 노하우의 결정체였다.
센리재활병원은 호텔과 같은 쾌적한 의료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외관은 벽돌로 되어 있고 내부는 짙은 갈색 나무 바닥으로 꾸며져 있다. 전체 인테리어를 살펴봤을 때는 병원에 와 있다는 걸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하 1층으로 들어서면 방문객을 위한 접수대와 소규모 세미나실, 직원 사무실이 있고 로비와 복도에는 빨간색 고급 소파들과 예쁜 조명으로 꾸며진 휴게공간이 보인다. 머물고 싶은 로비를 추구하는 이곳은 유명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꾸며졌다고 한다. 병원이 아닌 주거공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공용화장실 앞에는 '화장실'이란 표시를 하지 않았다.
간사이재활병원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발병(사고) 또는 수술 후 2개월 이내인 사람들이 입원 대상이다. 이 기준은 후생노동성에서 정해둔 것인데 중도장애인들이 적절한 시점에 강도 높은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센리재활병원은 108개의 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가 1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의 30개실만이 일반병동으로 운영되고 다른 실들은 회복기병동이다. 급성기 치료 후 아직은 의료적인 처치가 요구되는 아급성기 환자들은 일반병동의 전용 재활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대다수의 나머지 환자들은 집과 비슷한 구조로 된 회복기병동에서 지내면서 소규모 치료섹션 이외 복도, 정원, 병실, 계단 등 내‧외부 곳곳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6개의 방마다 2개의 공용화장실이 있고 일부 유료병실에만 개별 화장실이 딸려있다. 회복기병동에는 따로 staff station이 없고 의료진과 치료사들은 병동 곳곳에 마련된 컴퓨터를 이용해 차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중도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집과는 너무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센리재활병원은 병동 일부를 일본 전통 다다미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구조로 만들어 이곳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집에서 치료 받는 기분으로 재활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건물 1층부터 3층까지는 멋스러운 계단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계단에는 장애가 있는 환자의 편의를 배려한 안전바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을 안내해준 부원장 마사하루씨는 "사회 현실은 모든 곳에서 장애인의 편의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외부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재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일반 계단과 같은 형태로 설계했다."고 한다. 중도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하는 얘기였다.
환자들은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환자, 직원, 외부 손님들 모두가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데 식사는 방이 아닌 식당에서 한다는 일반성을 반영한 시스템이다. 식당 한쪽엔 방갈로가 있고 외부 정원으로 연결되며 넓고 쾌적했다. 주방은 오픈형으로 되어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한 끼에 140엔(한화 약 1,9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센리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환자복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고 생활한다. 이 또한 집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사회복귀와 적응을 앞당기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전체 병원 환경과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이곳은 장애인을 환자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 최대한 생활하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환자 1인당 소요되는 치료비는 월 120~140만 엔(한화 약 1,620만원~1,890만원)이며 대부분이 보험으로 적용되어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65세 이상이면 월 4만 엔(한화 약 54만원), 이하면 월 8만 엔(한화 약 107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대기 순서대로 환자를 받고 있으며 입원기간은 최장 6개월, 평균 입원기간은 2개월이다. 3층에 위치한 전망 좋은 유료병실은 치료비 외 병실비만 하루 3만5천 엔(한화 약 49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최고의 서비스와 안락한 환경이 제공되고 있어 항상 환자들이 차있다고 한다.
센리재활병원의 전체 직원은 230명(의사 6명, 치료사 60명)이며 의사, 간호사, 개호사, 재활치료 스텝이 하나의 팀을 이뤄 운영하고 있다. 일반병동에는 환자 7명 당 1명의 전담 간호사를 두어 모든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간호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충분한 의료 인력이 일하고 있는 이곳은 병상가동율이 97%가 되면 운영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야스코 원장은 병원 운영체제에 대해 "365일 운영하고 있다. 병원이 쉬면 급성기 병원에서 전원해서 하루라도 빨리 재활치료를 받아야하는 환자들이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는 휴일이 없기 때문에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에서 휴일 없이 하루 3시간의 집중재활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환자들을 위해 최선이다."고 했다.
재활리조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센리는 중도장애인들에게 몸과 마음 모두를 치유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디자인 뿐 아니라 재활의료 시스템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모델인 이곳은 환자들이 장애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삶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곳이었다. 일본의 다른 재활병원과 비용은 같으면서도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센리재활병원과 설립자 하시모토 야스코 원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본 오사카부의 대표적인 재활병원들을 투어하고 나서면서 한국의 많은 장애인들과 재활의료 현실이 떠올랐다. 많은 장애인들이 바라고 푸르메재단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재활병원을 건립하고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센리재활병원(千里リハビリテーション病院) 4-6-1 Onohara-nishi, Minoh, Osaka 562-0032 Japan ☎072-726-3300 http://jptrans.naver.net/j2k_frame.php/korean/senri-rehab.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