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점프(JUMP)’

[김경훈/ ㈜예감 대표]


태풍 곤파스가 스쳐 간 목요일 오후, 초가을 낙엽과 태풍의 어색한 만남이 내려앉은 종로 2가로 향했다. 새벽부터 불어 닥친 강풍이 할퀴고 간 거리의 스산함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이내 차분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감의 김경훈 대표. 비언어적 무술예술 공연인 ‘점프(JUMP)’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공연프로듀서이며 기획자이다. 지난 4월 푸르메재단과 ‘객석 나눔’ 협약을 맺고 이번에 두 번 째 대면이다. 첫 만남이 ‘빛’이었다면 이번 만남은 빛을 탄생시킨 ‘어둠’을 만져보고 싶었다.


‘예감’, 더 정확히 얘기하면 ‘점프(JUMP)’는 2000년도에 엄마 뱃속에서 잉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개념이라기보다는 친구들 4명과 함께 시작한 ‘작은 동호회’ 수준이었다. 1년 유지비로 시작했던 일이 1년이 지나고 공연을 올리지 못했고 계속 적자를 향해 가고 있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렇게 3년의 인고 끝에 드디어 2003년 7월 ‘별난 가족’(점프의 전신)이라는 이름으로 초연을 했다.



▲ ㈜예감의 김경훈 대표

준비기간까지 하면 10년의 시간 동안 밤낮으로 빚어낸 작품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 대표는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문위원도 두고 팀별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조직의 유연성을 강조한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멋진 화합과 조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그로부터 2년 후인 2005년에 ㈜예감은 흑자로 들어섰다. 80명의 배우를 포함해 전 직원이 130명이고 연 매출 100억 원이 넘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예술 공연사업으로 이 정도 성장했다면 그래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김 대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성공 뒤에 은근히 감추려고 하는 겸손의 미덕이 아닌 진심이 묻어 나온다.



 때론 포기하고 절망스럽기도 할 텐데 그의 행보는 멈추지 않는다. 서울, 부산 전용관을 포함해서 뉴욕,일본,중국,런던으로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패’ 보다 더 나쁜 것은 ‘포기’라고 한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가보고 실패를 겪더라도 매듭을 지어보아야 부족하고 잘못된 것을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종교를 떠나 신의 영역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신으로부터 달란트(재능)를 받는데 그것을 얼마나 빨리 찾아서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재미있게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재미없어한다.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뭉치면 그만큼 같은 에너지가 뿜어 나와 일이 상승곡선을 타고 행복하게 된다는 논리다.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포기하는 것은 ‘변명’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사람은 머릿 속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쉽게 어떤 일에 뛰어들지 못하는데 김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실행’이다. 처음에 런던 에딘버러에서 점프 공연을 하는데 에이전트 없이 갔다. 다른 사람은 에이전트 없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하지만 그는 그것이 없으면 문제 될 것이 있냐고 반문을 했다고 한다.


꿈이 꿈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가는 ‘지금’의 이 순간이 더 값지고 중요하다는 그는 배우들을 위해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비도 많이 들고 하는데 왜 그것을 하냐고 하지만 같은 꿈을 가지고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미션과 비전을 제시하고 노력하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그냥 생각하면서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보다 노력하면서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예감의 트레이닝센터 및 치료실


점프의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이 된다. 장애인도 관심이 있고 능력이 된다면 참가할 수 있다. 비언어적 공연이라 중국,몽골,싱가폴 등의 외국인 배우들까지 있다. 앞으로 김 대표는 10년 안에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를 넘어서는 회사를 만들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품고 있다. ‘열린 마음’과 ‘긍정의 힘’이 경영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예감을 ‘예술적 감수성’으로 키우고 있는 김경훈 대표. 본능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예감(豫感)이 드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일까?김 대표는 사회공헌에도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회사가 날로 발전하고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것은 회사 직원들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사회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공연 사업은 더 그렇다는 것이다. 크든 작든 서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공연을 즐기고 그 즐거운 마음이 배우에 전달되고 회사에 감사한다면 그것이 사회공헌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지속적으로 펼쳐가고 있는 푸르메재단에 깊은 존경을 표하는 그는 지구라는 행성에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곳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한다.


*글/사진= 임상준 모금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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