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치과진료를 받았습니다
푸르메미소원정대 두 번째 이야기
15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신 이후 처음으로 치과진료를 받아 보신다는 한 장애인분은 이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하던 중 푸르메미소원정대의 방문으로 한시름 놓았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면서, 푸르메미소원정대의 실천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더 큰 바램을 가져봅니다.
월드컵 16강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7일 일요일 아침, 늦은 시간까지 우리 대표팀의 8강 진출을 응원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16명의 미소원정대원들이 재단 앞에 모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분들을 위한 치과 이동진료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은 강화도 온수리에 위치해 있는 장애인생활시설 ‘색동원’과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에서 약 50명의 장애인분들의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첫 진료지인 색동원이 보였습니다. 색동원은 80명 정도의 중증장애인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으로, 그 중 15명 정도의 장애인분들이 치과진료를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구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어렵고, 몸의 불편함으로 칫솔사용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 대부분의 구강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진료가 필요했습니다.
파주시치과의사회 회장님으로 계신 곽철원장님은 진료를 받으시는 지적장애인분들이 알기 쉽게 치아상태와 진료내용을 설명해주시면서 그분들의 두려움을 풀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색동원에서의 오전 진료가 예상보다 조금 늦어져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두 번째 진료지인 우리마을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마을은 푸르메재단 이사장으로 계신 김성수 이사장님께서 부모님께 유산으로 받은 땅에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만드신 직업재활시설입니다. 우리마을에 근무하고 계신 장애인분들을 매일 같이 출퇴근 하시면서 친환경 콩나물을 기르고, 공장이나 업체로부터 받은 부품조립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마을에서는 치과진료와 함께 두 분의 한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방진료도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30명의 장애인분들이 줄 지어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료가 시작되자마자 시끄럽게 돌아가는 치과장비소리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거나, 진료의자에 앉기를 거부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앉아있는 순번대로 진료를 받는 걸 아시고서는 계속해서 맨 뒷자리로 자리를 이동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때, 멀리서 ‘짜~안’ 하고 백발의 선한미소를 가지신 김성수 이사장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직접 진료의자에 누워 진료를 받으시고는 치과진료를 무서워하며 기다리고 있던 장애인분들에게 다가가 “해보니깐 아무것도 아니고, 아프지도 않으니깐 어서 가서 누워보세요”라고 장애인분들을 다독여 주셨습니다. 이런 도움들 덕분에 기다리고 계시던 30명의 장애인분들의 진료를 빠르고 쉽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제각각 가지고 있는 건강상태,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살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기회의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생존의 문제, 건강권은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 마땅합니다.
푸르메미소원정대의 활동은 그 마땅함을 쫒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입니다.
곽철 치과선생님, 황영모 한의사님, 연세대 경제학과 김태환 교수님과 따님을 포함하여 지난 달 보다 더 많은 인원이 우리의 실천에 함께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 더 많은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변화의 힘' 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 이명희 배분사업팀 간사
*사진 = 민경준 사진작가 (재능기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