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병원선 타는 의사

[김성범 / 푸르메나눔치과 의료봉사자]


김성범 원장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유독 치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치과에 가자고 할까 봐 아픈 이를 부여잡고도 아프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치과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당장 치료를 받고 싶어도 턱없이 비싼 치료비용 때문에 치과를 찾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이런 장애인들을 위해 세워진 장애인 전용치과다. 의료진의 자원봉사를 통해 치과진료비를 대폭 낮춰 더 많은 장애인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인데 바로 이곳에 장애인들의 치과 치료를 위해 힘쓰고 있는 김성범 자원봉사 선생님이 있다.


휴일과 맞바꾼 의미 있는 하루


진료 중인 김성범 원장 매주 월요일 2시부터 6시 반 까지, 푸르메나눔치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친절한 진료를 해 주는 김성범 원장은 현재 인천 옹진군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병원선을 타고 의료시설이 없는 섬에 들어가 진료를 하고 있는데, 며칠 동안 섬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은 휴가를 얻는다. 이렇게 꿀처럼 달콤한 휴일이지만, 그는 월요일 오후가 되면 다시 몸이 불편한 장애인 환자를 위해 가운을 챙겨 입는다.


그가 지내고 있는 옹진군에서 푸르메나눔치과까지는 지하철로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다. 그러나 그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매번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찾고 있다.


“제가 배운 재능을 나누는 것은 물론, 보다 다양한 환자를 만나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원장은 의료봉사를 통해 배운 것을 많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고, 이곳에서 만난 선배 의사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그가 이곳을 찾게 된 동기는 조금 특별하다. 섬을 돌아다니며 공중보건의 활동을 하던 중에 환자가 좀 더 나은 치과를 알아봐 달라고 하여 검색하다가 우연히 푸르메나눔치과를 알게 됐다. 환자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찾았다가, 어느새 이곳에 터를 잡고 의료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섬을 돌아다니며 공중보건의 활동을 하는 김성범 원장


▲ 섬을 돌아다니며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범 원장 (사진 오른쪽에서 첫번째)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 의료봉사


그렇게 봉사하기를 1년, 매주 들르는 길이지만 하루하루가 새롭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어떤 환자를 만나게 될지, 또 어떤 치료를 하게 될지 설레기도 하고 또 가끔은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만나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단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그는 환자들의 파일을 가지고 가서 시간이 날 때마다 예습하고 복습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진료 중인 김성범 원장 “공부를 하다 보면, 공부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공부라는 건 방향을 잃으면 사막에서 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막막하고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공부의 방향이 조금씩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김 원장은 푸르메나눔치과 봉사활동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세울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헤맬 무렵, 의료봉사는 그에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과 삶의 여유를 찾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봉사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물질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과 마음만으로도 얼마든지 어려운 사람들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는 요즘 주변의 동료에게 푸르메나눔치과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진료를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마음 아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몇 명만 더 있으면, 이곳을 찾는 모든 환자가 치료를 받고 웃으면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을 텐데,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의료봉사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 계신 동료 여러분! 푸르메나눔치과로 오세요.”


푸르메미소원정대의 김성범 원장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


  혹자가 말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꿈꾸는 것보다 ‘어떤’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꿈꾸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고. 치과의사가 꿈이었던 김 원장은 이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를 새롭게 꿈꾸고 있다. 푸르메나눔치과 의료 봉사로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이 글은 자유기고가 김규남 님의 재능나눔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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