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천사도 아이도 아.니.다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우리 동네에는 장애인을 천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만날 때마다 천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천사짓’을 해야만 했다. 이 사람 집 앞을 지나칠 때면 늘 방긋방긋 미소를 짓고 눈은 하늘로 향하고 어깨는 약간씩 들썩거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천사는 미소를 짓고 천상을 쳐다보며 날개짓을 해야만 하니까. 천사는 너무 괴로웠다.
한 봉사자가 장애인을 돌보고 있었다. 봉사자는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면서 연신 장애인을 어르고 있었다. “자아~ 입을 쫘악 벌리고 몸에 좋은 것, 맛있게 꼭꼭 씹자! 냠냠~ 맛있지?”
두 사람은 동갑이었지만 봉사자에게 장애인은 어린애가 따로 없다. 밥을 다 먹은 후 봉사자는 급기야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말았다. 서른이 넘은 장애인이게 “자~ 다 먹었다. 만세!”
장애인이 완전히 아기가 되고 말았다.
장애인은 천사가 아니고 어린애도 아니라고, 자립생활을 주창한 에드 로버츠는 부르짖었다. 이 말 속에는 장애인을 미화도, 폄하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저 보통의 사람으로 보아달라는 뜻이 담겨있다.
모든 질병 뿐 아니라 장애에도 ‘발병률’이란 것이 있다. 특정인구에 대한 장애인의 발생비율을 말하는 것인데 이에 따르면 인구의 몇 퍼센트는 반드시 특정 병이나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것이 어떤 사람이 잘못되었거나 나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라 창조의 질서에 의해 이미 확률로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소설 ‘빙점’으로 유명한 미우라 아야꼬의 글을 보면 병원에서 만난 아픈 환자에게 내 대신 아픈 사람이라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장애인보다 우월하고 잘난 것이 아니라 단지 세상에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이다. 봉사한다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짐 잔뜩 싣고 다니면서 무슨 이벤트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장애인에게 봉사한다고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니라 단지 창조주에 의해서 다른 역할을 부여 받았을 뿐이다.
일본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작은 실천을 통해서 장애인에게 봉사하자는 단체가 있다. 예를 들면, 만나면 인사하고 장보러 갈 때는 필요한 물품이 있나 물어보자는 것이다. 봉사라고 거창하다고 생각하면 점점 더 멀어지고 일련의 행사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행사’를 받은 장애인도 씁쓸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어떤 이는 장애인은 순수하다 하고, 어떤 이는 비굴하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인간성이 안 좋다고도 한다. 다 잘못된 말이다. 모르니까 더 아는 척을 하는 것이다. 그냥 나랑 똑같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뻐기지 말자. 같은 사람인데 다른 역할과 직분을 맡았을 뿐이다. 그냥 작은 일상이 봉사가 되고 함께 소소하게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봉사가 외계인 만나러 가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 <사랑과행복나눔> 웹진 0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