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임윤아 화가가 그린 세상

[임윤아/화가]


따뜻한 봄비가 내리던 날, 청와대 홍보관인 사랑채에서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랑채 1층 한 켠에서 그림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임윤아씨. 다가가 살짝 기척을 했더니 활짝 웃으며 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임윤아씨는 국내에 17명 정도만 발견된 희귀난치병인 ‘페닐케톤뇨증(PKU)'를 앓고 있습니다. 이름마저 생소한 페닐케톤뇨증은 체내의 특정효소가 소화되지 않고 쌓이면서 뇌성마비와 비슷한 장애를 갖게 되는 질환입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통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임윤아씨는 스물일곱 꿈 많고 사랑 많은 청년이었습니다.임윤아씨는 삼육의명대 아동미술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평단으로부터 “어린아이를 닮은 순수하고 맑은 그림‘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이미 여러 점의 작품도 팔린 프로화가입니다.


임윤아씨와 푸르메재단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재단 사무실 근처에서 작은 옷 가게를 운영하던 윤아씨의 어머니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림을 그리는 윤아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윤아씨의 그림은 강하고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윤아씨의 그림은 재단의 달력과 책의 표지가 되어주었고, 윤아씨는 자신의 그림과 재능을 나누는 것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뷰를 시작하였습니다. 느리지만 또박또박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봄비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작업실에서의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윤아씨, 커피는 마셔요?” 내 질문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뱉어놓고 후회하였습니다. 은연중에 제 머릿속에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으니깐 커피는 안 마시는 게 좋겠지? 라는 기본전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전 카푸치노가 좋아요.”라는 윤아씨의 대답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려요. 올해 1월에 청와대의 도움으로 홍보관인 사랑채 1층에 저만의 작업공간이 생겼거든요. 전에는 학교나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렸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 공간에서 그림 그리는 것이 더 즐거워요. 특히 사람들을 만나고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아요.


#. 윤아씨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 윤아씨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색이 밝고 그림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고 좋아하세요. 저도 밝은 색을 좋아해서 그림을 그릴 때 자주 사용해요. 제가 그린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공작’ 이라는 그림인데요. 그 그림의 색감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 매일 그림 그리는데 힘들지는 않아요?


힘들지만 보람이 많아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할 때 가장 기분이 좋거든요. 지금까지 약 200개 정도의 그림이 다른 주인을 만났어요.


#. 윤아씨는 꿈이 뭐에요?


제가 좋아하는 꽃, 나무, 산, 강처럼 자연을 더 많이 그리고 싶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밖에 나가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싶어요. 또 카페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서빙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일이 좋거든요. 그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윤아씨는 최근 교회에 함께 다니는 한 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함께 예배도 드리고, 작업실에서도 틈틈이 연애를 한다며 수줍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스물일곱 어여쁜 아가씨입니다. 더 유명한 화가가 되거나,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윤아씨의 아름다운 모습에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느낍니다.


* 글 = 배분사업팀 이명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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