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최초 장애인 전용치과 <푸르메나눔치과> 두 돌! - 진료환자 2000명, 진료건수 1만


노란색의 장애인콜택시가 이른 아침부터 치과 앞에 도착하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분이 내리십니다. 푸르메나눔치과를 이용하고자 큰맘을 먹고 아침부터 서두르신 모양입니다. 도착하시자마자 궁금한 게 많으신지 치아상태나 치료과정에 대해 꼼꼼히 물어옵니다. 진료를 모두 마친 그 분은 ‘다른 병원에서는 눈치가 보여 이것저것 묻지도 못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어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십니다. 그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기도 전에,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주인’인 시대라며 하다못해 작은 식당에만 가도 예의를 갖춰 손님을 대접합니다. 하지만 유독 장애인에게 만큼은 모든 것이 예외인 것처럼 보입니다. 장애와 갖가지 질병,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사회는 겨울철 차가운 바람같이 느껴집니다.


장애인이 주인인 병원


푸르메나눔치과를 찾으시는 대부분 고객들은 장애나 경제적인 이유로 손상된 치아가 더 악화되어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치과의 문턱이 유난히 높은 것은 비싼 진료비의 부담만은 아닙니다. 장애를 이유로 진료에 난색을 보이는 치과 문을 돌아서면서 이들은 또 한 번의 차별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이 건강의 악순환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장애인이 주인인 병원, 장애라는 특별함을 강조하는 곳이 아닌, 일상 속에 ‘조금 다른’ 배려가 깃들어 있는 병원을 희망합니다. 1층에 치과를 개원한 이유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2007년 7월 SBS의 사회공헌기금을 바탕으로 문을 연 이래 많은 자원봉사 의료진들과 일반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로 푸르메나눔치과는 그동안 총 2,000여명의 환자를 만나 10,534건(2009년 9월 30일 현재)을 시술했습니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저소득 장애인에게는 통상적인 치료비의 50%를 감면해 드렸고, 다른 분들도 장애 정도와 경제적 형편에 따라 20%~30%의 치료비를 지원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은 따로 신청을 받아서 일정한 심사를 거쳐 70%의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2007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총 50여명의 환자에게 1억 원의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는 자원봉사 치과의사들.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는 자원봉사 치과의사들.

푸르메나눔치과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하는 치과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이 자신의 시간과 의술을 장애인들을 위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장애인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감면해 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의 헌신이었습니다.


‘함께 나눔’으로 ‘진료비 할인’의 열매를 맺다


또한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도 많았습니다. 치의학대학원을 준비 중인 학생, 자녀를 다 키운 후 중년의 외로움을 건강한 자원봉사로 승화시킨 아주머니,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 하고 싶다고 치과를 찾아온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 수백 명의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나눔치과와 함께해 주셨습니다.


치과기공소와 재료업체, 의료기기 회사들도 큰 폭으로 비용을 할인하거나 물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나눔치과의 이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장애인을 위한 치료비와 치과운영비 지원을 위해 치과의사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100인 후원회>가 1인당 매월 10만이라는 큰 돈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배려로 장애인이 건강한 사회 만들어요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상근의사로 맹활약중인 권지란 원장님.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상근의사로 맹활약중인 권지란 원장님.

기부와 자원봉사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상근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권지란 원장님도 치과대학 본과 3학년때부터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말을 이용하여 의료봉사를 해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이젠 일상이 되신거죠.

“장애인이라고 해서 진료내용이 특별히 다른 건 없어요. 그 분들이 가진 장애를 조금 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거지요.”


수줍게 말씀하시는 원장님의 이러한 작은 배려가 치과 곳곳에,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이러한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자원봉사 의사들의 헌신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그리고 한 푼 두 푼 아껴서 장애인 치료비를 위해 후원금을 내 주시는 시민들의 성원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저소득 장애인 구강 건강의 지킴이로서 꾸준히 진료를 해 나가겠습니다.


*글,사진=이명희 푸르메재단 간사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치료를 받으신 어느 환자분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초에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김민성(가명·30·지체장애2급)입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인 1992년 여름, 강직성 척추염에 걸렸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으로 완치가 어렵습니다. 저는 온몸의 뼈와 뼈가 맞닿는 관절 부위가 늘 아픕니다. 등이 굽었고 걷기도 힘들고요.


어렸을 때는 집안 형편이 괜찮아서 돈 걱정은 안하며 치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하신 후로는 수천 만 원의 빚에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시중가 월 120만원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도 월 30만원이나 하는 주사제를 구입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2008년부터 희귀난치성 질병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아 무료로 주사제를 받고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저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한창 나이에 병에 걸려서 사춘기를 날려버렸고, 지금까지도 사람들과 제대로 사귈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직업을 갖기가 어려워서 사회적인 자립을 꿈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0이 넘은 나이 임에도 치아 관리를 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치아를 잃었습니다.

치과에 가고 싶었지만 높은 치료비도 걱정되고, 장애인인 나를 치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싶어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말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황이 되어갈 즈음 장애인 전용 치과인 푸르메나눔치과를 방송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척 반가웠지만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수없이 망설이다가 나눔치과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간 치과였지만 나올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친절하게 상담해 주시고 정성껏 치료해 주신 오승환 원장님과 여러 치위생사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걱정했던 부분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장장 4개월에 걸쳐 12개의 치아를 뽑고 틀니를 해야 했습니다. 치료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마음 편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가장 안타까운 것은 좀 더 치료를 일찍 받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정성스런 치료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푸르메재단과 나눔치과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큽니다. 인간적으로 대접을 받으며 치료를 받으면서 만족감과 용기, 그리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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