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가 쓴 편지


'좋은 집을 살 것이 아니라, 좋은 이웃을 사야한다.' '이웃이 좋으면 매일 즐겁다.' 각각 스페인과 프랑스의 속담이다. 각박해져가는 세상살이 탓에 좋은 이웃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귀하고 값지다. 좋은 이웃보다는 나쁜 이웃의 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이유기도 하다.


호젓한 청와대 주변길. 신교동, 효자동 주민들은 이웃 푸르매재단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을까. 재단 사무실로 날아온 편지 한통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운초등학교 2학년 3반 이태희입니다. 저의 별명은 저의 건강이 더 좋아지라고 '건강둥이', 나 자신을 사랑해서 '사랑둥이'에요. 그리고 요즘 별명을 새로 만들었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책좋아'도 있어요.


제가 푸르메재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웃이라서, 또 푸르메재단 2층에 책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요즘 저의 용돈을 아껴서 재단에 기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도 빌려주고 다른 친구들에게 나눔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푸르메재단 이웃에 살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아요. 저도 이 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푸르메재단보다 더 큰 건물을 지어서 1층에 놀이터, 2층에 치료실, 3층에 쉼터, 4층에 공연장을 만들 거에요. 공연장은 매주 토요일에 발레공연을 해주고 5층에는 내가 살 곳이 있게 할 거에요.


이렇게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잘해야 해요. 힘들고 어려운 친구를 위해 나눔을 하는 태희가 될 거에요.


자신의 전재산까지 고백해버린 태희. 목과 어깨선이 다소 불편해보였지만 두 눈에 담긴 에너지와 입술 끝에 걸린 미소가 야무지다. '저 용돈 80만원이 있는데 한 달에 천원씩 기부해요. 기부가 무슨 뜻인지는 학교에서 배워서 잘 알고 있어요. 처음에는 돈을 가지고 와서 냈는데 지금은 통장에서 한 달에 천원씩 빠져 나가요.'



'누가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거기에 화장실이 없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곳으로 갔는데 거기에도 화장실이 없어서 쩔쩔 맸어요. 막 화장실을 찾다가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화장실을 찾는 거에요. 제목은 생각이 안나고 여기서 읽은 책 중에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태희는 푸르메재단 건물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산다. 학교에서도 여러번 다독왕에 뽑혔을 만큼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단 사무실 2층에 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할머니와 처음 찾았던 게 작년 6월. 그 사이 71권을 대출해 갔으니 어지간한 욕심쟁이가 아니다. 올해 들어 발길이 뜸하기는 했지만 주변의 화려한 도서관보다 푸르메도서관에 정이 가는 이유는 사랑방처럼 아늑하고 가깝기 때문이다.


 푸르메는 태희의 롤모델


'처음 공사를 할 때 이웃인 저희는 무슨 건물이 들어서는 지도 몰랐어요. 푸르메치과라는 간판이 걸리기에 마침 동네에 치과도 없는 데 잘됐다 싶어 전화를 했지요. 그랬더니 장애인분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2층에서는 장애아동들에게 침을 놓아주고 한켠에는 책장을 구비해서 작은도서관도 꾸리고 있고요. 지역주민으로써 이런 재단이 옆에 있다는 것이 참 기분 좋습니다. 저희와 태희의 롤모델이에요'


인근에 맹아학교와 농아학교가 있어 관련 단체인줄로 착각하셨다는 어머니. 지금은 푸르메의 팬이 되어 두 이웃에게나 재단을 소개했고 앞으로는 딸이 아닌 본인 이름 석자로 기부도 생각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푸르메재단에 물음표를 다는 이웃이 더 많은 것은 팜플렛 한 장 돌리지 않고 새살림을 시작한 재단의 탓도 크다.


'푸르메재단이 동네 주민들에게부터 홍보를 해주었으면 해요. 각박한 세상인데 아직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거든요. 지금 푸르메도서관의 규모는 인근 도서관 시설에 비해 뒤지는 편이에요. 책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사이 태희는 책 한권을 대출해서 옆구리에 챙겼고 두 모녀는 도서관을 나섰다.


'푸르메제단이 태희에게 훌륭한 롤모델되어 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저는 나이가 많고 이젠 어렵겠지만 태희에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인사는 마치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것처럼 크고 또렷했다.


우리는 가끔 내가 딛고 선 자리를 잊는 경우가 있다.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도 잊은 채 과도한 일과 스트레스에 쌓여 한숨짓는다. 잠시 거리로 나가 가을로부터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초심을 기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푸르매재단에겐 이웃 소녀 태희의 편지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었다.


이태희양과 푸르메재단 재능기부자

김진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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