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대하게 만드는 사회>


1945년 2월 4일 세계의 이목이 크림반도에 있는 작은 도시에 집중됐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남북 흑해 연안의 얄타입니다. 연합국 세 거두가 이곳에서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결정한 것입니다. 세 사람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소련의 로지프 스탈린 서기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가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상원의원과 해군 차관보를 역임하고 뉴욕주지사 선거를 준비하던 39살의 잘나가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세도중 소아마비가 찾아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습니다. 3년간 피나는 재활 끝에 뉴욕주지사에 당선된 뒤 그는 미 역사상 위대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경제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뉴딜 정책과 전쟁승리를 통해 미국을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처칠은 어릴 때부터 가진 언어장애와 지각장애로 아예 고교생활을 포기했습니다. 일부 과목은 성적이 좋았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늘 낙제였습니다. 처칠은 담임선생님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는 자폐 증세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처칠은 역경을 딛고 영국 역사상 가장 연설을 잘하는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강철 사나이’란 뜻의 스탈린은 10년 동안의 체포, 구금, 시베리아 유형동안 한 팔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2차 대전 참전과 전후 세계질서를 주도하면서 후진국 소련을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장애인이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세 사람은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가정도 있습니다. ‘세계를 움직인 위대한 천재들이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지만 발달장애로 다른 사람들과 감정교류나 관계를 유지하는데 힘들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대학 입시와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직장생활에 실패해 폐인이 됐을 것입니다.

늘 신경쇠약과 자폐증에 시달렸던 독일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는 아마 조직을 뛰쳐나가 노숙자가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는 캠브리지 대학 졸업반 시절 근육위축증에 걸려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중증장애인 요양소에 갇혀 절망 속에 생을 마감했을지 모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3개월 만에 퇴학당한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사회의 따돌림과 각종 규제에 묶여 노점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우리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세상 천재로 알려진 사람 중 상당수가 알려지지 않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들의 사회가 장애인을 비장애인 보다 열등하거나 이상하다고 보지 않는 관용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기회를 준다면 루스벨트 같은 정치인과 아인슈타인, 호킹 같은 천재 과학자들이 출현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 4명의 위대한 장애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마스 에디슨, 헤르만 헤세, 스티브 호킹,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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