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경림의 희망메시지 ‘시에 담긴 삶의 울림’
2009 푸르메포럼 ‘나눔+희망 세상을 바꾸는 힘!’
그 첫 번째 강연 - 시인 신경림의 희망메시지 ‘시에 담긴 삶의 울림’
2009 푸르메포럼 ‘나눔+희망 세상을 바꾸는 힘!’ 그 첫 번째 강연 - 시인 신경림의 희망메시지 ‘시에 담긴 삶의 울림’을 지난 9월 24일(목) 저녁 7시 30분에 재단 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과연 참가자들이 많이들 오실까 걱정이 되었는데 7시가 되자 후원자, 봉사자, 푸르메나눔치과 이용자, 지역주민, 일반 시민 등 푸르메에 희망이 되어주시는 많은 분들이 속속들이 도착하셨습니다.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강연을 들으러 오신 고마운 분들께 푸르메는 특별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샌드위치란 바로 사회적 기업인 큰날개베이커리에서 장애인 분들이 손수 만들어준 ‘로메인 파프리카 샌드위치’입니다. 로메인은 로마인이 즐겨먹었던 야채로 상추와 비슷하지만 그 맛은 좀 더 쌉쌀하고 신선합니다.
재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서 신경림 시인의 강연에 앞서 푸르메재단 소개 동영상 상영과 공동대표이신 강지원 변호사님의 환영말씀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과 나눔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하는 힘의 원천일 것입니다. 오늘 그 첫 번째 강연인 신경림 시인의 강연을 통해 ‘시’ 속에 담긴 희망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지원 변호사님의 말씀에 이어 드디어 신경림 시인이 등장하셨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1956년 문학예술 낮달로 등단하신 후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 등 농민과 대중의 가난한 가슴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져 주신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민중시인입니다.
‘요즘 커피 한잔 값이면 살 수 있는 시집인데 사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없다.’는 말로 요즘 시를 멀리하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아쉬움을 제일 먼저 토로한 신경림 시인은 좋은 시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1시간 남짓 강의를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시’란 시대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시입니다. 시는 곧 현실에 대한 반응이어야 오랫동안 살아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듣던 참가자들은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참 많았습니다.
참가자 :“전두환 정권 당시 감시를 받으셨는데 그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선생님 :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솔직히 늘 긴장하며 생활을 했죠. 어디를 가나 형사가 주위를 맴돌았는데 외부 초청 강연이 있는 날은 어떻게 알고 형사가 찾아와 강연을 가지 못하게 했죠. 그런데 그렇게 올 때면 양 손에 시원한 맥주를 사가지고 오거든 나야 좋지. 맥주를 공짜로 얻어 마시고 (웃음) 노태우 정권 초기까지는 여권도 나오지 않아서 제 나이 50이 훌쩍 넘어서야 해외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 :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 달도 보름달, 초승달 증 어떤 달을?”(웃음)
선생님 : 화려한 봄을 좋아합니다. 달은 동그란 보름달이 좋고요
참가자 : “선생님 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시는 어떤 게 있나요?”
선생님 : 초창기에 쓴 갈대, 농무, 목계장터, 가난한 사랑 노래, 낙타 (웃음) 이러다가 시 다 나오겠네요. 솔직히 좋아하는 시가 너무 많아요
참가자 : “시 갈대를 좋아하는데 갈대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선생님 : “갈대는 대학 다닐 때 썼는데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참, 언제가 우크라이나에 강연을 할 기회가 있어서 그때 갈대를 낭독했는데 그곳 여자들이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주어 놀란 적이 있습니다.(웃음)”
선생님은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시‘갈대’의 낭송을 마지막으로 푸르메포럼 시인 신경림의 희망메시지 ‘시에 담긴 삶의 울림’을 모두 마치셨습니다.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책에 선생님은 일일이 사인도 해주시고 단체사진도 함께 찍으며 깊어 가는 이 가을 저녁에 참가자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주셨습니다.
푸르메재단은 희망에 되어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신경림 선생님의 강연을 시작으로 매월 이 시대의 명사를 모셔서 ‘희망과 나눔’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합니다. 10월에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인 예종석 교수님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강연을 들으러 충북에서 올라온 김영희님이 신경림 시인의 강연에 대한 소감을 푸르메에 보내주셨습니다.
가을이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산과 들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달려간 곳은,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3층, 신경림 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의실은 ‘희망 +나눔’이라는 주제에 어울릴 만큼,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의 눈빛은 희망과 열정으로 빛났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나는 맨 앞으로 가서 앉았다. 이 날은 신경림 시인의 강연을 가장 가까이서 듣는 날이었다. 신경림 시인의 차분하고 절제된 목소리는 나의 귀를 집중시켰고 어떤 감동이 전해지면서 마음을 겸허하게 했다.
요즘은 커피 한잔 값인 시집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시를 읽었다는 사람도 없다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시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 생각한 것을 ‘힘 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 사람’이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먼저 들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찾아내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인은 시를 써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존재이지만 시인의 눈과 귀가 너무 깊이 숨어 독자들이 미처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저 스쳐가는 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시에 대해서는, 시는 이미지로 쓰는 것이지 설명으로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좋은 시에 대해서는,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며, 삶과 동떨어진 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좋은 시를 많이 읽으면 좋은 시를 쓰고 시시한 시 읽으면 시시한 시를 쓴다고 했다. 이 시대 시인이란, 이 시대에 질문, 대답, 아픔, 감동이 있는 시를 써야 한다고 했다. 거울을 보듯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시의 재미이며 시는 그 시대 국어에 대해서 일정한 책임이 있으며 시로 우리말에 맛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시라는 건 상징성이지만 그러나 무슨 뜻인지 괴롭게 하면 좋은 시가 아니다. 시는 어머니한테 배운 말이 가장 좋은 시이며 억지가 없이 자연스럽게 써서 자기성찰이 들어있는 살아있는 시를 써야한다고 했다.
나는 신경림 시인의 강연을 들으며 앞으로 시를 쓰는데 있어 많은 배움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김영희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