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활병원, 꼭 필요합니다-장애인 후원자 이철재님과 함께
63빌딩 15층 ㈜쿼드디멘션스 사무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방에서 후원자 이철재님을 만났습니다. 매달 5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장애재활병원 건립기금으로 후원하고 계시는 이철재님. 그가 꿈 꾸는 재활병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19살에 교통사고로 절망…“난 할 수 없어!”
밝은 표정에 힘 있는 목소리로 인사하는 이철재님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장애인입니다. 17살 때인 87년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2년만에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죠. ‘꽝’ 하는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습니다. 다리엔 아무런 감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는데……. 미국 의사는 굉장히 냉정합니다. 19살 어린 저에게 의사는 말했죠. 평생 일어설 수 없고 양 팔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 사고로 경추을 다친 이철재님은 가슴 아래로 전혀 움직이질 못합니다. 큰 꿈을 안고 홀로 먼 이국까지 유학 온 청년이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저 사람들은 나와 달라! 난 할 수 없어! ’라는 자괴감에 화가 치밀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미국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곳은 제가 장애를 받아들일 때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주었고, 그 기간 동안 저는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두 다리가 아닌 휠체어의 두 바퀴로 이동을 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못 갈 곳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었죠.”
한국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장애를 받아들이자 새로운 희망과 의욕이 샘솟았습니다. 사고를 당하기 전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 못 할 일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석사과정까지 이수했고 컴퓨터 관련 회사에 취직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사고가 났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90년대 초 한국은 무궁화 다섯 개인 고급 호텔조차 장애인 투숙을 꺼릴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사회였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저는 어떤 곳을 가든지 휠체어 이동의 불편은 없는지,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은 잘 되어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담당자를 불러 꼭 이야기를 하죠. 그래야 바뀝니다. “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이철재님은 7년 전 한국에 들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쿼드디멘션스를 창업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면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늘 마음 한 켠에는 장애라는 걸림돌 때문에 사회에 복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신문을 통해 선진화된 재활병원을 푸르메재단에서 건립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동안 쌓여있던 ‘마음의 빚’을 갚을 곳은 바로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활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푸르메재단이 추진중인 선진화된 재활병원을 짓는데 저도 돕고 싶어 인터넷으로 후원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료비 걱정 없이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철재 후원자님이 꿈 꾸는 재활병원은 어떤 곳일까요?
“제가 바라는 재활병원은 딱 두 가지 바로‘시간과 돈’ 걱정이 없는 곳입니다. 비장애인으로 건강하게 살다가 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 누구나 보통 4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부정, 분노, 좌절, 수용인데요. 문제는 그 과정에 대한 시간 편차가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병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수가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이 입원기간을 3개월로 한정합니다. 어렵게 재활병원에 입원하더라도3개월이 지나면 퇴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재활환자들은1년 동안 5~7곳의 병원을 전전한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재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을 이철재님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점도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은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료 자체를 포기합니다. 재활치료는 사회복귀와 연결됩니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면 경제활동에 큰 지장을 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죠. 푸르메가 건립하는 재활병원의 환자들은 치료비 때문에 재활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정부가 적극 나서 재활치료를 돕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누구도 재활치료 지원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복귀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이철재 후원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경제적 부담 없이 충분한 시간 동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재활병원을 건립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