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한국 최초 금발에 푸른 눈,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눈을 지그시 감고 환자의 맥을 짚어보는 한의사 그런데 외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금발에 푸른 눈, 오뚝한 콧날의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Raimund Royer·45) 원장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인 한의사입니다. 솔솔~ 불어오던 싱그러운 봄 내음 따라 푸르메장애어린이재활센터에 사랑의 손길을 내민 후원자 라이문드 로이어 원장을 어은경 간사가 만나봤습니다.
어은경 간사(이하 어은경): 안녕하세요! 한방병원과 서양인,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조화인데요.
라이문드 로이어 박사(이하 라이문드): 반갑습니다.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은 대부분 ‘어! 양방병원에 잘못 왔나?’ 라고 하세요. (웃음)
어은경: 선생님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한의사 국가 자격증을 가진 서양인 한의사이신데요. 한국의 한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분을 이렇게 직접 뵈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이문드: (웃음) 역사라...... 과찬입니다. 저는 원래 오스트리아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무역회사를 다녔습니다. 1987년 동양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국 여행을 하던 도중에 발목을 접질렸는데 여행하면서 알게 된 한국 분이 한의원 가서 침 한번 맞으면 뚝딱 나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침은 뭐지? 어떻게 침을 맞는다고 낫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종로의 어느 허름한 한의원에서 가는 바늘로 발목, 머리, 배, 손 등 여기저기 찌르는데 도대체 뭐 하는 건가 했어요. 그런데 그게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맞고 나니까 발목의 통증이 싹 가시더라고요. 그때부터 한방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어 아예 오스트리아에서 짐을 싸서 한국에 왔죠.
한의원의 문을 열자 강하게 풍겨온 온갖 한약재 냄새. 전혀 맡아 본 적이 없었던 그 냄새를 맡은 라이문드 로이어 선생님은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도리어 그 냄새가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어은경 : 한의학 분야가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용어가 한자로 되어 있어서 한국 사람들도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하세요.
라이문드 : 정말 쉽지 않았죠. 총 10년 넘는 긴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우선 연세어학당에서 한글을 1년간 배우고, 강릉대 동양철학과에 들어가 철학과 한문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한자를 손으로 쓰라면 열심히 그리지만 (웃음) 다행히도 한자 공부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학 공부를 끝내고 아시는 분을 통해 대구대 한의대에 입학했죠. 총 6년 과정인데 한의사와 약사 간 한약조제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두 번이나 유급한 끝에 99년 졸업과 동시에 국가시험을 봤습니다. 그 시험은 어휴~ 생각 만해도 끔찍해요. 하루 종일 시험을 보는데 나는 아무래도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더뎌 몇 문제는 아예 읽지도 못한 채 찍고 나왔습니다. 시험에 떨어졌다는 생각에 어찌나 우울하던지요 그런데 운 좋게도 찍은 문제가 다 맞았는지 합격했죠. (웃음)전화 ARS로 들었던 합격 소식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의사가 된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라이문드 로이어 선생님은 한의대 졸업 후 분당 차한방병원에서 수련의와 전문의 과정을 밟았습니다. 몇 곳의 병원을 거쳐 현재 서울 강남의 자생한방병원 인터내셔널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은경: 진료하시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라이문드 : 저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몸이 아파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마음의 병도 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며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지치고 아픈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합니다. 일례로 알레르기성 비염과 만성 피로로 내원한 한 여자 분은 이야기 도중 울음을 터트려 30분 이상 눈물지었는데 그 후 꾸준히 진료 받아 몸도 마음도 많이 호전되셨습니다. 건강을 되찾고 환하게 웃음 짓는 환자들을 접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2가지를 선택하라면,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라고 말씀하는 라이문드 로이어 선생님. 그러고 보니 그는 이 두 가지를 다 이루었습니다. 그것도 바로 이곳 한국에서. 이제는 받기만 한 한국에 보답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 앞으로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화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합니다. 더불어 이제 막 시작한 푸르메장애어린이재활센터 후원도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참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은경: 푸르메장애어린이재활센터 어린이들과 그 부모님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라이문드: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서 10여 년 넘게 공부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한의대는 제가 공부를 중간에 포기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아예 받아주질 않았죠. 그러나 저는 한의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 어린이들과 부모님들도 ‘장애’로 힘드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고, 아픈 몸과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치료해주시는 환한 봄 꽃 같은 남자. 라이문드 로이어 원장. 그가 말하는 나눔은 무엇일까요?
사진/글=어은경 간사
나눔은 서로 한 발짝 양보하는 것!
Raimund Royer / 한의사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일어서지 못하고 비틀거릴 때 기댈 수 있도록 든든한 팔과 발을 빌려주세요. 혼자 힘으로 일어서서 걷고 뛰놀고 달리 땔까지 지켜보며 응원해주세요!
‘어깨동무 후원회’는 뇌성마비,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어린이의 한방치료 기금으로 쓰입니다.
- 개원 : 2007년 7월 18일
- 대상 : 만 5세 미만의 뇌성마비, 인지, 언어장애(자폐증, 정신지체)가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
- 과목 : 한방진료 (허영진 한의사/현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
- 진료시간 : 월요일~금요일(수요일 외), 오전 10시~12시
후원계좌_ 제일은행 : 100-10-023368 / 국민은행 : 870301-04-013107 / 우리은행 1005-600-989825 (예금주:재단법인 푸르메)